버스
운전대를 잡은지는 2년 남짓.
그 전 10여년간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며 다녔던 뚜벅이였다.
평균 3시간의 행사를 위해 왕복 5시간을 빙글빙글 도는 대중교통으로 길에서 허비해야만 하는 너무나 아까웠던 시간들.
그러나 잠깐 생각을 달리 해 그 아깝다는 시간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시흥의 교통시설은 다소 열악하여 전철을 타기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나가야만했다.
사실 정확한 시간으로 나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건 전철이지만 삭막한 전철의 냉정함은 스스로를 어두운 나락으로 내려가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반면 버스는 덜컹거림에 멀미가 나지만, 문이 열리고 닫힐때마다 다양한 생김의 사람들이 창밖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표정으로 세상을 읽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나는 버스안에서의 시간을 인맥을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만들었다.
내 전화번호에 저장 되어 있는 지인들에게 그날의 느낌을 문자로 작성해 안부를 전하는것이다.
약 900여개의 전번 중 거르고 걸러 문자작업을 하고 나면 답변들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그리고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
너무 소중한 사람들과 잠깐이지만 문자를 주고 받고 하는 중에 맘은 풍요로워진다.
차창밖에 비가 내리면 더욱 좋았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와 라이트에 여리하게 흔들리는 바닥의 고인 빗물들. 비를 흠뻑 머금은 생생한 나뭇잎들의 활기참.
비와 함께 느껴지는 센치함을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그 마음 온전히 담아 문자로 적어내려가다보면 시인이 따로 없다.
그렇게 나의 심정은 지인들에게 전달이 되고 공감하는 지인들은 업무에서 손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향 좋은 커피한잔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싶다고 잠시 센치해진다.
버스는 내게 지인들과의 마음 교감을 나누게 해주는 공간이었고 버스안의 사람들은 세상에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걸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2년전 운전을 하면서부터 그런 나만의 버스공간속에서의 지인들과의 교감은 사라져버렸다.
가끔은 버스를 타고 싶어질때도 있다.
그러나 이미 몸의 편리함을 알아버려 사실 엄두가 나지않는다.
이제 버스는 내게 있어 하나의 추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