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화려한 그녀, 이경희
사회공헌활동가로 아시아스쿨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이경희씨의 꽃꽂이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꽃다운 나이 20대 중반부터 시작했으니 꽃과 함께 살아온 꽃같은 여인이다. 꽃처럼 화려한 외모에 수려한 입담까지. 재연배우라는 이색적인 경력도, 느즈막이 얻은 중학교1학년 막내가 유명한 아역배우라는 것도 꺼낼 이야기가 많은 그녀다.
배우 정일우의 아역으로도 활동했던 김휘수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쉰 외에는 늘 꽃과 함께 했다. 아이의 사진을 보니 인형같은 외모다.
아이를 따라 촬영장에 가면 조용한 엄마는 아니었다. 감독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오히려 연륜있는 감독들은 그녀를 찾기도 하더란다.
그런데 다른 사람 시끄러운건 또 못보는 성격이다. 그러나 누구와 부딪히는걸 못해서 울기도 하고, 사회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나를 지켜야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위기 의식도 느껴지고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성품은 전혀 상관이 없는건가보다.
“기운이 빠질 때까지 하루종일 얘기를 하는 편이거든요. 나이 들어서 체신을 좀 지켜야하는데 아직까진 잘 안되요”하며 호호 거리고 웃는 모습이 그저 재미있다. 이쯤되면 재연배우에 대해 흥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아이 연기 지도 하는 것을 본 방송국 관계자가 KBS에 연결시켜주었다. 1년 정도 활동했다. 씬이 많다보니 지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소홀하게 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원래 이경희씨의 꿈은 연예계쪽이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꽃으로 흘러갔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특강도 하고 꽃집도 해보고 강의도 해보았는데 잠시 쉬는 동안에도 꽃이 그리웠다.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꽃이였더라고요.”
사람 사는 인생이야 굴곡이 따르는 것인데 살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뒤늦게 찾아 온 아이는 인생의 보물이었다. 3살부터 눈에 띄는 외모를 보인 아이는 사극에 더 잘 어울려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지금은 변성기가 와서 위축되어있다. “사주는 타고 난다고 생각해요. 애 사주랑 제 사주랑 똑같아요. 연예인 사주라고.” 기왕 배우의 길에 들어선거 색 진한 역할을 하여 느낌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사회공헌활동가로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걱정했던 것은 트렌드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였는데 기본이 되어있으니 크게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전문직은 기본이 탄탄하면 어떤 변화에도 그다지 큰 장애를 받지 않는다.
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 부회장을 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꽃꽂이 강사일은 질리지도 지치지 않는 그녀의 인생이다.
아시아스쿨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테이블마다 또 벽마다 작은 소품을 만들어 셋팅해놓은 것이다. 다소 황량해보였던 공간이 화사해졌고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반응을 보였다. 9명의 사회공헌활동가가 드나들면서 아시아스쿨은 활기찬 공간으로 주민들과 함께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거의 봉사 수준이다. 재능은 있으나 집에 있는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키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는 꽃꽂이뿐 아니라 오카리나, 우쿨렐레, 십자수등을 만나게 한다. 12월 중순경이면 끝이 나지만 좋아서 계속 나올 것이란다. 내년 3월에 다시 시작하는 공백 기간 동안은 적은 수입조차도 없다. 그러나 원해서 왔기에 그리고 이미 화려했던 시절을 모두 지내왔으니 여한도 욕심도 없다. 그냥 이렇게 꽃과 함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직접 만든 꽃장식을 예쁘다며 품에 안고 가져가는 모습들을 보는 재미로 산다.
이경희씨가 아시아스쿨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 있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커피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방문자는 카페 안을 둘러본다. 진열되어있는 십자수나 꽃꽂이 장식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낸다. 꽃은 몇 년은 배워야 자격증이 주어진다. 그래서 자긍심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꽃을 대하는 것이 사치와 소비가 아니라 꽃 한송이에 힐링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저 또한 힐링이 되요. 여기 들어온 것을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정왕본동을 안지는 얼마 되지않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알아가고 있고 또 내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참여하여 꽃과 함께 정서적 교감을 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아주 많은 분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시흥시나 안산시에서 정왕동에 꽃꽃이 잘하는 사람 있다, 그 사람이 이경희다. 이랬으면 좋겠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품에 비해 저렴한 재료비는 부담을 갖지 않을 정도라 방문하는 이들은 저마다 하나씩은 만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또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이 좋으니 아시아스쿨에 사람 사는 냄새가 점점 짙어져가고 있다. 사회공헌활동가들의 대활약이며,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주민들을 한군데로 모으게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