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학부모가 걷는 봉사의 길

1인 미디어 2020. 10. 28. 22:09

 

학부모가 봉사의 길로 들어서기 쉬운 계기는 학교로부터다. 학교에서의 봉사는 지역으로 나오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지역으로 나와 아이가 졸업을 해도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학부모, 그때부터는 주민의 입장에서 마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간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발걸음과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나가며 지역의 일꾼으로 성장한다. 비록 내 아이로부터 시작한 봉사지만, 봉사를 통해 알게 된 모든 것들은 지역 안에서 빛을 밝히는 등대지기가 된다.

 

또 조화로운 어울림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관심을 갖는 마을활동가들의 마음씀씀이는 마을 구석구석을 밝히는 반딧불이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사회복지라는 제도적 수단을 더욱 구체화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 즉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평화롭고 안정되게 상생(相生)하는 활동으로 필요한 자원봉사라는 이름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훈훈한 표현을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상은 살 만하다의 말은 사회적 모순과 구조적 부조화 속에서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찾으며 위안을 삼는다. 자원봉사(自願奉仕)는 스스로 자(), 바랄 원(), 받들 봉(), 섬길 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원은 어떤 일을 자기 스스로 하고자 하여 나섬이고,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풀이한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지속성, 자발성, 비댓가성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자원봉사의 깊은 뜻에 부합하는 참봉사인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럴듯한 포장 뒤에 섞인 다른 의미의 이해관계는 자칫 자원봉사(自願奉仕)의 참뜻을 흐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들 봉사의 참뜻이 변질되어 안타깝다는 말을 하는데 그래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상은 살 만하다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살아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학교에는 학부모회가 있고, 마을에는 마을활동가들이 있으며, 사회 곳곳에 필요로 하는 재능기부자들로 인해.

 

학부모회는 학교로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로 결성된 자발적 봉사단체다. 학부모회는 학교 안에서 학교와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마을교육자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학부모회의 역량이 고급화되고 그들의 활동영역이 학교와 연계된 마을로 확장되었다. 마을은 학교와의 연계 활동에 반색을 표한다. 그리고 여기 학부모회의 역사를 쓰고도 남을 이가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YOU’ 여섯 번째 인터뷰이가 있다.

 

하미정. 가을이 지나가고 있던 10월의 어느 오후에 정왕동에 있는 청년스테이션에서 처음 만났다. 코로나로 청년스테이션은 한가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청년 둘이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청년들의 음성이 울리고 인터뷰 하는 우리들의 소리도 공간 안을 가득 메웠다. 청년스테이션 공간은 잔잔하게 사람 냄새를 풍겼다.

 

하미정씨는 15년여간 학부모회를 통해 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학교와 연계한 봉사외에 마을에서는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봉사의 중심은 학교와 자율방범활동인데 그 외의 지역에서는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달려간다.

 

현재 정왕고등학교 학부모회장인 하미정씨는, 대학생이 된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때부터 둘째 아이를 거쳐 지금 정왕고에 다니고 있는 셋째까지 15년여를 학부모회에서 활동해 오고 있다. 정왕동 학부모회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일들은 부모라는 입장에서 힘들 것이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인성과 봉사에 대한 개념을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아이들이 봉사를 통해 사람이건 마을이건 어떤 상황에 닥쳐서건 다양한 면에서 소중함을 느꼈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하미정씨.

 

학부모회는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봉사활동이 가능하다. 학교에서의 우선 순위는 학생을 중심으로 두기 때문에 그 범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학교와 마을을 연계할 때 꼭 마을교육에만 한정한다면 그것만이 진정한 교육인가? 라는 의구심은 든다. 봉사를 통해 얻어지는 깨우침은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현장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나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는 수능이라는 숙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 한계가 있다. 학부모의 활동이 아이들의 학업을 방해하면서까지 할 정도의 성과를 내는 단체가 아니기에 마음만 열어놓고 있을 뿐이다. 더해서 코로나는 학부모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았다. 그저 마음만 동동거릴 뿐.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예를 들어 앙금케이크 같은 것들을 만들어 나누어주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작품활동을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 적어도 그것을 받아든 순간만큼은 힐링이 되고 잠시의 휴식이 될테니 엄마의 마음에선 그 정도로도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대로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제각각의 표정 속에서 엄마들의 마음도 덩달아 밝아진다.

 

학교에서는 학부모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마을까지 활동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더욱 재미있어졌다. 그러나 학교와 마을이 하나 되는 날을 위해 수개월간 계획했던 것들이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가 무척 실망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언젠가는...이란 여지를 남겨둔다.

 

사실 계획했던 것들이 진행되었다면 학생들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 좋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1년에 한번 학교와 마을이 한데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에... 시장 조사하고 계획서를 올리는 단계에서 멈춰버려 아쉽지만 내년도를 기대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코로나는 수십년간 해 온 모든 것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그렇게 봉사를 하냐고.

어르신들 식사 대접 봉사를 할 때 저는 외모가 안따라줘서 주방팀인데 설거지하고 어르신들 드시는거 보면 얼굴만 봐도 알아요. 얼마나 그 시간을 기다리고 또 얼마나 행복해하시는지를... 다들 그날만 기다리시더라구요. 몸은 고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보람차고 그래요.” 그런 맛에 봉사를 한다고 한다. 이제 쉬면 오히려 몸이 더 아프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엄마는 그냥 봉사하는 사람이구나로 인식되어있다고 한다. 남편 또한 봉사하러 간다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랜 세월동안 해 온 봉사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기에 지지를 받는 건 아닐까 싶다.

 

하미정씨는 봉사활동을 하는데 전제를 세웠다. 비록 봉사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니 가정에서 엄마역할, 아내역할의 기본은 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은 것이다. 그래야 좀 더 당당할 것 같아서란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안해도 되는 것을 원해서 하는 것이니 몸을 좀 더 움직여 가정과 봉사활동을 완벽하게 해놓고 싶은 마음인 탓이다. 그렇지않더라도 가족의 지원없이는 꾸준하기 어려운게 봉사활동이다.

 

오랜 시간동안 지역에서 봉사를 하다보니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다문화인구가 많아졌다. 하미정씨는 다문화인들이 지역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우선 버려야할 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밖에서 외국인들을 보게되면 한 발 물러서게 된단다. 그런 자신을 보며 선입견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피부색이 달라서, 언어가 달라서, 문화가 달라서 느껴지는 차이를 극복하며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그들도 지역 안에서 살고 있는 정왕주민이며 우리 주민인데, 다르지만 같은 외국인주민들을 편견없이 대할 수 있는 그 때는 올까? 우리가 만들면 안될까? 그들의 자녀가 내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그들의 자녀도 고향이 대한민국 경기도 시흥일텐데... 해답은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문화인들과 그들의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을과 연계해서 하면 관계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지않을까? 다문화이지만 시흥의 문화로 하나되는, 우리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마을문화. 그들이 내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마을의 전문가들과 함께 찾아내고 싶은 욕심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욱 사람을 생각하는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늦은 시각 지하철에서, 시화이마트 주변에서, 공단에서 마주치는 다문화인들을 보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일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우리 정왕동 사람들은요, 순박하고 정이 많아요. 20년간 살아보니 그래요.” 그래서 더욱 정왕동에 머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배곧은 그야말로 잠자러 들어가는 숙소가 되어버렸다.

 

하미정씨의 집은 배곧이다. 그러나 봉사활동의 주무대는 정왕동이다. 정왕신도시가 생길 무렵부터 살아 정왕동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지만, ‘직장도 학교도 정왕에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다. ‘배곧은 그냥 가족들의 숙소일 뿐이라며 남편의 회사에서 일을 도우는 틈틈이 지역 활동을 한다. 시간적 자유는 좋아하는봉사를 하는데 가장 좋은 조건이다.

 

하미정씨는 순박하고 정이 많은 정왕마을 사람들이란 걸 외부에 홍보하기를 원했다. 정왕동은 그 어느 마을보다 살기 좋은 마을이란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라고 교육적으로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저는 솔직히 배곧 주민이지만 배곧 주민의 7,80%가 정왕동 주민이었잖아요. 제가 볼 때는 배곧이나 정왕동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데 무슨 말일까?

 

배곧의 대다수 주민들도 하미정씨처럼 정왕동에 와서 일을 한다고 한다. 학교도 정왕동으로 보낸다고 한다. 배곧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하니 정왕동으로 오는 상황인데 정왕동으로 가면 큰일이 날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오버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왕쪽은 평안하고 좋다. 마을이나 학생들이나 편안하게 학교도 잘 다니고, 지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대부분이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한다. 교육적인 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어느 정도 평준화를 시켜줘야하는데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다보니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은 의견도 내놓는다.

 

중요한 것은 다 같은 시흥시민이라는 점이다. 시흥시에 살고 있는 한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흥의 모든 마을에는 시흥이라는 큰 이름 속에 저마다의 역사가 있다. 역사가 있는 마을에 새로운 무언가를 덮어씌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뿌리깊은나무가 튼튼하듯이 어설픈 우월감은 낯뜨거운 민낯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하미정씨는 봉사로 깊어진 연륜에 지역에 머물며 사람을 만난다. 편견없는 삶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