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슬기로운 슬기생활-이슬기

1인 미디어 2021. 8. 14. 13:13

 

슬기로운 슬기생활

천사몬테소리 어린이집으로 운영되던 경기꿈의학교 거점센터 아시아스쿨.

오래 비워둔 건물을 지역에 내 놓으려는 생각은 지금으로부터 약 7, 8년전이다. 부모님은 지역의 아이들과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여지길 원했다. 시흥시 교육지원청과 왕래했을때가 서른즈음이었을거다.

 

아시아스쿨이란 공간이 완성되기까지 한 일은 없지만 운영위원회는 속하고 싶었다. 혼자 보육 관련 일을 배우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해있는 상황에 고립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싶었던 것들에 늘 목말라 있던 슬기씨에게 운영위원회는 협력할 수 있는 동종업계의 인맥이며 지역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의 창구다. 그는 그들과의 만남을 힘든 발 끝에 만난 맑은 샘물이다라고 표현했다.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정보도 얻고 교류를 하면 내 재능을 더해 뭔가를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코로나로 예전만큼의 집중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끔 와서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인다.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실행하는 모습들에 감사하고 부모님도 뿌듯해하신다.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어쩌면 감탄, 내지는 감동일 수도 있겠다. “지금은 내거 하느라 정신없지만 가능한 오래 시흥에 머물며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말한 내거빅트리아카데미.

 

빅트리아카데미

빅트리아카데미학원은 20155월에 설립했다. 수업특성상 직원으로 고용된 사람은 없고 프리랜서 형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지혜롭게 극복하고 있다.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어머니 찬스는 어머니 선에서 일찌감치 차단(외아들 특혜는 없다) 당했다. 답답한 마음에 대출을 받고 좌충우돌 꾸려가고 있다.

 

빅트리아카데미는 보습, 음악, 미술 수업을 다루고 있다. 일반 초등에서 볼 수 있는 교육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미술의 경우 퍼포먼스 수업 위주로 진행한다. 보습은 물론 복습하면서 교과과정에 맞는 수업도 하지만 기본적인 사고력 등을 키워줄 수 있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미취학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수업은 리듬악기 연주와 난타를 다룬다.

 

운영하고 있는 수업 형태의 다양한 시도와 주변의 도움은 세워놓은 목표의 성실성을 부여하며진행한다. 선생님들과 의논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고생이 많다. 그래서 미안하다.

 

어느 책에서 사업은 마이너스만 안나면 성공한거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리 비움으로 인해서 내 몫의 일들을 그 분들이 하고 있다. 그 전에도 마이너스를 경험했고 지금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어도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도 부담이다. 그럴바에는 수익을 나눠서 갖고, 나에게 얼마가 떨어지든 마이너스만 안나면 된다 생각했다. 어쨌든 파격적인 운영방식을 택했다. 건강을 회복하고 와보니 본인들 수익이 생기니까 더 책임감을 갖고 사소한거라도 비용을 절약하려하고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의 운영방식으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고용형태로 있었다. 달마다 돌아오는 급여도 스트레스였고, 자리가 잡히지않은 상태에서 어려운 분위기를 느낀 직원들의 이직률은 높았으며 따라서 퇴직금 정산도 정신줄을 놓게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정리를 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바꾸었다. 프리랜서로 채용하되 학원의 모든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버린 욕심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건강이라는 큰 변수의 작용이 한 몫하긴 했지만, 수익과 매출 관련한 고민을 덜어내니 돌아다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무엇을 공부해야할지 생각할 여유를 주었다.

 

지금 하고 있는 수업 외에 목공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몸 쓰며 할 수 있고 취미로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사립교육기관에서 하기에는 법령이나 제도면에서 제한이 많아 고심하고 있어요.” 유아교육이나 청소년이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특별활동 범주에 속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체험학습이나 문화센터, 또는 기반을 다져서 처음부터 학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여러 형태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일이 주된 업무가 되어버린 지금, 한차례 높은 고난의 산을 넘어와 하게 된 현실이 되었다.

 

대장암4, 고난의 산을 넘으며...

대장암4기 진단을 받은건 33살때였다. 2018년 여름이었다. 지금 37살이니 불과 4년 전 일이다. 대장암이란 병은 얻고 나서 알아채는 야속한 녀석이다. 주로 5, 60대에서 발병이 되기 쉬운데 , 담배도 하지 않는 내게 왜 이런 병이 걸렸을까...’ 억울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슬기씨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치료과정을 성실히 받고 퇴원해서 1년 반 쯤 지났을 때다. 어떤 병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사업과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대출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기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매일 계좌를 확인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소화장애가 와서 위 보호제를 복용했다. 학원 운영을 하지 않는 주말에도 출근해서 놀더라도 책상에 앉아서 보냈다.

 

생각해보니 제가 그러고 있었더라고요..” 혼자 먹는 밥에 배달음식에 야식으로 때우는 일상이 몇 년간 지속되었다. 심리적인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건강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 병은 당연했다. 고유의 성격에서 한계치를 넘었던 것 같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했다. 도중에 전이가 되어 항암 9회차 후에 수술을 했다. 남은 항암을 하면서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들을 파멸하는게 좋겠다 해서 2019년도 3월까지 12회 항암을 진행했다. 그리고 같은 해 5, 간 절제술로 모든 치료는 끝났고 치료가 끝난지는 2년 되었다.

 

간이 회복이 빠른 장기인만큼 암 전이도 자주 발생하는 기관이라 4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젊은 사람 일수록 세포가 활발하니 그 전에는 두 달에 한번, 세 달에 한번 병원을 제집처럼 다녔더랬다.

 

미안하다,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걱정어린 말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항암의 독한 효과는 짜증으로 나타났다. 마음과 달리 곁의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었다. 남아있지않은 여력은 그저 속상한 마음만 쌓이게 했다. 그저 혼자 있고만 싶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예요. 앞으로 꾸준히 검사 해야해요. 이 정도 회복한거로도 감사하죠. 장을 절제하다보니 소화에 불편함은 있지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되서 매일 운동하는걸 철칙으로 세웠답니다.” 잘 먹고 운동 잘하고 잘 자야하는 중요함을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슬기씨. 어머니의 강한 정신력을 물려받았기에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 부모님 충격은 당연히 컸죠. 수술 끝나고 마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들은거라 정확하지는 않은데 엄청 속상해 하시면서 본인 때문에 내가 아팠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술 부위를 보셨겠죠? 그 후로 한 번도 배를 보여드리지 않았어요.”

 

 

지역에 내놓은 아시아스쿨

협약 하나만 놓고 보면 그렇게 큰 건은 아닌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와요.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신념이 있는 어머니와 교육자 집안의 아버님으로서는... 제가 본 부모님은 건물 하나 지역에 내놓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보거든요.” 경기꿈의학교 거점센터 아시아스쿨은 부모님의 건물이다.

 

부모님이 아시아스쿨 건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좋은 환경으로 이사하면서 주변의 유혹이 많았다고 한다. 임대사업을 말함이다.

 

건물이라는 것이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흉물이 되는건 빠르잖아요. 하지만 어머니는 비워두는 걸 택하셨어요.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건물은 교육연구시설로 허가받은 곳이다. 용도를 바꾸는건 어렵지 않으나 다시 교육시설로 인가받는 것은 어렵다라고요용도의 다양성을 제안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교육과 관련된 일에 쓰이길 바라셨어요.” 그때 왕래하던 보육계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당시 계장님이 꿈의학교전신이었던 곳에서 담당업무보고를 하였는데 성공사례가 지역신문에 나온 적이 있었어요. 당시 교육청에 안내될 정도로 화제를 몰고 왔었죠. 부모님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드셨나봐요. 직접 할 수 있는 여력은 되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마을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게 된거죠.” 연결된 모든 것들은 슬기씨의 꿈이 되었다.

 

슬기씨의 꿈

슬기씨는 어린이집에서 꿈을 설계했다. 정왕본동의 특성상 다문화가 많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이들, 성인이지만 교육을 받지 못해서 교육에 대한 갈증이 있는 분 등 원하는 배움을 얻어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국적이라면 국제학교 형태로 봐야 할 것 같다. 꿈의 실현과 학교 설립의 법적 절차는 차이가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뜻을 내비치고 바라는 소망으로 내보이고 있다. “부모님은 당연히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 계획은 지역사회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가 말한 꿈, 계획은 대안학교. 꽤나 관심가는 계획이다.

 

최종목표는 대안학교 일 것 같아요. 국제학교 형태를 띄어야겠죠?” 장애우들도 공동체를 이루는 사회, 학교. 사회 모든 소외계층이 대안학교에 와서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공간. 그 곳에서 꿈꾸는 꿈의학교. 그런 학교를 위해 슬기씨는 기꺼이 지금의 고난을 안고 나아간다.

 

나에게 부모님이란,

부모님은 주변의 지인분들이 칭찬하실 정도로 매우 훌륭하시다. 그런 분들이기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자란다는게 어릴 땐 부담이었다. “부모님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텐데 실망하지는 않으셨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냥 지금은 너 하고 싶은거 하고 편하게 행복하게 살아라하시죠.”

 

앞으로 다시 살게 된 인생에서 효도를 많이 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사업도 잘 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삶에 대해 돌아보며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요, 환경도 시대도 나이도 그리고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외아들의 상황도, 많은 것이 변했잖아요. 자신감을 잃어가시는 것인지... 그래도 저는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 닮고 싶고, 배울 또한 너무나 많으며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라는걸 의심하지 않는다고요. 믿어주셨으면 좋겠고, 부모님이 바라는건 내가 행복한 모습이라는걸 알게 되었으니 꿈을 향해 열심히 전진하겠습니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