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유쾌한 여학생이 또 있을까? 누구의 유전자를 타고나서 흥과 끼가 다분할까? 엄마가 아무리 정왕본동 마을활동가로 명성이 자자한 오경순씨라고 해도 장유진, 이 친구는 정말 굉장하다. 넘치는 끼만큼 벌써부터 앞으로의 진로도 확고하고 친구관계나 모임에서의 리더쉽도 단연 눈에 띄는 친구다. 그리고 인터뷰 하는 내내 필자의 아구는 엄청 아팠다. 웃느라고...
누가 중2병이 심각하다고 했던가...
엄마로부터 들은 “너 인터뷰할래?” 간단명료한 이 한마디에 유진이는 ‘엄마가 또 뭘 가지고 오셨구나’ 하고 생각했단다. 엄마가 하라면 하는 착한 딸... 이 아니라 엄마가 하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 도움이 되기에 신뢰로 하게 되는 것이라는 유진. 감히 엄마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마을 일을 하고 있는 엄마는 가히 존경스럽다고 표현한다. “뭘 하셔도 책임감으로 열심히 하시고 앞에서 도와주시니 내 인생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며 어른스럽게 말한다.
유진이를 처음 본 건 2019년 창의체험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론볼수업에서였다. 그때의 유진이는 그냥 송운중학교 1학년 6반 학생이었다. 론볼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제스처나 말투는 주위에 있는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었었다. 전라도 아짐처럼 구수하게 구사하는 사투리는 출신을 의심케 할 정도였으나 서울 태생이다. 친구 중에 전라도 출신 친구가 있어서 따라하다 재미있어서 입에 붙은거라는데.... 그것은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만나 더욱 개그스런 몸짓을 더한다.
유진이는 넘치는 흥과 끼를 발산할 만한 대상과 장소가 없어 예고에 진학할거라고 한다. “내 친구들은 다 조용한 친구들만 있어서 텐션을 못따라온다. 아무리 텐션 높은 애를 만나도 내가 워낙 강철 체력이라 30분 놀면 애들이 힘들어한다.” 예고 지원 동기마저도 특이하다. 간혹 보이는 몸짓들이 평범하게 보이지않아 춤이라 생각했는데, 연기 쪽이란다. 그러나 오글거리는 대사는 영 못하겠어서 혹시나 시장아줌마 대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작은 목표를 세운다. 대학은 경제학과를 생각했다. 그러다 할 것 없으면 여군을 간단다. 예고, 대학에서 경제학과 전공, 여군. 세 개의 진로 목표가 연관성이 없다. 그렇게 정한 이유가 뭘까? 예고는 끼 발산이고, 대학은 경제학과를 나와서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여군을 가겠다는 말이다. “멋있어서!”가 여군을 생각한 이유다. 군대에서의 훈련정도야 아무렇지않게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있어서라는데 아빠의 반응은 “중2병 왔냐?” 다.
꿀렁꿀렁 거리는 몸짓과 달리 섬세한 소녀는 빼곡이 적힌 노트를 보여준다. 백만유튜버되기, 브이로그, 등산, 협찬받기, 디즈니랜드가기, 서울투어, 고양이나 강아지 키우기, 땅 사기, 제주도에 별장 직접 짓기, 즉흥 여행 가기, 목공예배우기, 커피배우기등등이 있는데 평생을 두고 할 버킷리스트다. 방학인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하기 위해 슬슬 가동한다.
얼마전에 ‘우리동네 노래 짱 먹기’ 유튜브에 출연한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도 엄마의 권유였다. 아모르파티를 부르며 방청객들과 청취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개그맨으로서도 소질이 있어보인다는 현장의 평도 있었다.
이렇게 넘치는 끼는 장소 연령 불문하며 기막힌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지하철 3분 지연 사건이 그것이다.
학교 전체 1학년들이 뮤지컬을 보고 지하철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에는 등산 갔다 온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아주머니들과 급속히 친해져 떡도 얻어먹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문쪽에 있었는데 누가 내 엉덩이를 발로 뻥 차는거다” 뭔가 하고 보니 친구가 “너 때문에 지하철이 지연되잖아!” 문에 엉덩이가 계속 끼여서 센서가 작동하여 출발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머니들과 얘기하느라 모르고 있기도 했지만 느낌도 없었다.
리액션이 과한 유진이, 처음 본 아주머니들과 친하게 이야기하니 담임쌤은 흐뭇하게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고, 아이들은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으며, 일반 승객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만 꽉 차 있어 정신없는 가운데 엉덩이가 끼여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상황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본인도!
유진이의 끼는 봉사현장에서도 발휘된다. ‘아이품은 마을’ 행사에서 맛없는 주스를 다 팔 정도로 수완도 좋고 핸드폰만 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놀이체험을 하는데 현재 회장 자리를 맡고 있는 모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유진이의 매력은 한도 끝도 없는듯하다. 부정적보다는 긍정적이고 싶은 유진이. 버스를 놓쳤다면 ‘버스랑 인연이 아니네’ 하며 걸어갈 줄 아는 중2 소녀. 팔방미인이라 한가함보다는 일이 많은게 좋다는 중2 소녀. 그리고 핸드폰보다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해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너무 핸드폰에만 의지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중2 소녀다.
그리고 다짐한다. ‘실패해도 좋으니까 일단 뭐든 해보자! 기회가 오면 해보고 후회없는 삶을 살자!’ 약간 일찍 철이 들었다고 말하는 유진이는 허무하게 살기보다는 ‘내 인생인데 재미있게 살고 싶다’며 애교섞인 표정을 짓는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