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
경기도 시흥에 7개의 바라지물길이 있다는데.... 1박 2일로 가능할까...?
한 번 떠나 보자.
우선 바라지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
바라지란, '돌보다, 돕는다, 기원하다' 라는 뜻을가진 순우리말로,
오랫동안 전해 내려 온 시흥 고유의 말이다.
시흥시는 물왕저수지-호조벌-연꽃테마파크-갯골생태공원-월곶포구-배곧신도시-오이도포구로
이어진 28km의 물길로 7개의 테마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시흥 미래100년, 생명의 물길을 가지고 있다.
테마별 역사적 가치는 깊숙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은 발길 닿을 때마다 알아가기로 하고
코스를 따라 7개의 각기 다른 생명들을 만나러 가보자.
장마의 영향 탓에 세상이 온통 잿빛이다. 그러나 다니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150만평의 드넓은 호조벌은 여름에는 진초록의 벼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장관을 이루니 청정한 생명도시의 상징인양 시원스런 트임을 안겨준다.
호조벌 논둑 따라 털털거리는 드라이브를 즐겼으면, 잠시 차를 멈추자.
호조벌을 가로지르는 보통천을 따라 가다보면 배곧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군자면을 기억하는 버드나무’가 연꽃테마파크를 안내해준다.
연꽃테마파크는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인 관곡지 바로 옆에 조성되어있다.
한창 고고한 자태 뽐내고 있는 연들은 절정을 이루고 있으며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연꽃테마파크 한 바퀴 돌고 출출한 허기를 연냉면과 연막걸리,
그리고 김치전 한 장으로 달래본다.
오전 10시부터 개장하는 농부장터에서는 친환경 연음식들로 장을 이루고 있다.
연으로 만든 한과와 연잎국수,
흑연근 발효 연근을 사들고 물왕저수지로 가본다.
물왕저수지 반절을 휘저어 볼 수 있는 목교에 올라
한가롭게 세월을 낚는 낚시꾼들의 입질을 보며
카페 ‘풍경’에서 우아하게 커피한잔 할 것인지
길거리 차 카페에서 소박한 커피 한잔 할 것인지는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입맛대로 골라
마시면 되겠다.
머물 것이 아니라면 차 카페에서 커피한잔 들고 시흥시의 중심으로 들어가기로 하자.
물왕저수지에서 갯골생태공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차로 10분.
갯골생태공원에는 숙박 및 취사가 가능한 갯골캠핑장이 있고 하루를 쉴 수 있게 텐트 치는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그러나 오늘의 숙박은 바라지의 마지막 물길인 오이도이므로 갯골생태공원에서 잠시 머물며 놀기로 한다.
갯골공원 옛 군자염전시절 혹독한 노동이 있었던 장소다.
염전으로 유명한 갯골공원이고 천혜의 생태공원이니 폐부 깊숙이 맑은 숨을 들이쉬며 염전체험을 해 본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나 빠듯한 일정이므로 갯골생태공원에 주차를 하고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전기차에 탑승해 안으로 들어간다.
갯골공원 한 바퀴 돌고 전망대에 올라 사방 트인 시흥의 절경을 보며 ‘쉼’을 느껴본다.
그리고 염전체험(오후 2시, 3시운영), 해수체험(10시에서 17시까지 운영)을 적당히 하고
월곶포구로 향한다.
갯골의 모든 이용에서 시흥시 거주자는 50%할인이 된다고 하니 비용은 그다지 많이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곶포구에는 사라진 옛 시흥조선소 자리옆으로 월곶예술공판장이 있다.
문화예술 행복프리마켓이 이루어지는 문화창고에서
예술과 공연을 만나 즐기다보면 허기가 진다.
월곷포구에는 맛난 횟집이 많다. 어디를 가나 다 맛있으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월곶 해안가를 따라 걷다보면 달빛거리 운치를 느낄 수도 있다.
푸짐한 회 한상 먹었으면 낙조가 아름다운 새로운 명소로 가보자.
오이도낙조가 꽤 유명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배곧신도시의 낙조도 경이로울 정도니 잘못 된
선택은 아니리라.
시흥교육 미래100년의 초석이 될 ‘배움곳’이라는 시흥군자배곧. 도시가 들어섰다.
그리고 물길 따라 함께 ‘숨’ 쉬는 생명 가득한 배곧생명공원이 광활하게 펼쳐져있다.
한울공원에 올라 사방의 각기 다른 모습의 바다를 보고,
수변공원의 아늑함과
생명교의 웅장함을 보며 멋진 낙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이제 피곤함이 느껴진다. 하루를 빠듯하게 다녔다. 그러나 알차게 다녔다.
이제 숙소를 향해 가야할 시간이다. 7개 바라지의 마지막 물길. 오이도.
새로 신축한 오이도호텔에 짐을 풀고 긴 밤이 아쉬워 다시 밖으로 나온다.
여행에서는 되도록 잠을 자면 안된다는 진리가 떠돌아 다닌다.
불야성을 이루는 오이도포구 횟집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며 소주한잔 한다.
주거니 받거니 오늘의 여정길을 이야기하며 깊은 시간, 이제 잠을 청해본다.
빠듯하면서도 느릿한 빠름의 하루를 보낸 만큼 아침은 늦잠을 잔다.
오이도 바닷물이 빠져나간 흔적을 호텔방 창문에서 바라보며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갯벌의
유혹에 넘어가 황새바위길로 걸어 나간다.
한참을 서서 머리 위를 뱅뱅 도는 갈매기와 손짓, 날개짓 대화를 하다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산책길에서 여러 이야기를 만난다. 상쾌하고 싱그러운 아침이다.
도란도란이야기밭, 옛시인의 산책길, 생명나무, 빨강등대,
함상전망대, 살막길은 하나로 이어진 최고의 코스다.
빨강등대 1층에 있는 오이도 전시관, 바라지i에 들러 시흥과 오이도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있는
기록물도 보고, 빨강등대 전망대에 올라 멀리 바다도 본다.
그리고 함상공원에 올라 조타수도 되어보고,
살막공원에서는 시흥의 유일한 해수욕장도 본다.
출출하다. 아침 겸 점심으로 빨강등대 근처의 횟집에서 해물칼국수를 시켜 든든하게 먹는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포구로 들어가 갯벌체험을 한다.
오이도 어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과 어선 승선체험은 서해바다에서만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발끝에서 만져지는 바다생물의 꿈틀거림을 느끼며
체험이 끝나면 뻘 가득한 발 깨끗이 씻고 나온다.
그리고 어민들이 잡아 온 싱싱한 해산물과 삶은 고동을 먹으며 1박2일 시흥 여행바라지를 마무리한다.
각 곳마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나의 바라지를 알고 싶으면 하나의 곳에만 머물며
‘쉼’과 ‘숨’을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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