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창문 밖에는 쏟아질듯 가득한 밤하늘의 별이 보입니다. 별빛 아래 수명 다한 어두운 백열등에 비친 작은 라디오에서는 어둠을 가르고 퍼지는 잔잔한 음악이 사춘기 소녀들을 설레이게 합니다..
배 깔고 엎드려 두터운 이불 뒤집어 쓰고 누군가에게 써 내려가는 편지 또는 엽서. 그 안에는 사랑이 들어있고 그리움이 들어있고 또 알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들어있습니다.
한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었을 소녀시절의 그때. 똘깍 라디오 스위치를 켜면 DJ의 녹아내리는 음성이 내 가슴을 후려치고는 합니다.
12월 10일 오후7시...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사연하나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올라온 서정란(53세)이라예~ 백영규님 노래를 좋아한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팬입니다. 처음 팬레터를 써봅니다. 83년 당시 첫 백영규님의 콘서트를 보고 저는 늘 백영규님을 따라다닙니다.
울산, 안동, 부산, 거제도, 인천등... 오늘은 아름다운 시흥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되서 너무 기쁩니다. 시흥시민들과 백영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슬픈계절에 만나요' 신청합니다. "
그의 노래는 가슴 속에 머물러있던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울컥하는 감정이 호소력 짙게 분출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모두 두 손을 맞잡고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직이 읊조립니다.
백영규의 음악스토리는 시흥시민들과 함께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2016년 12월 10일, 어둠이 내려앉은 시흥시청 2층 늠내홀은 환하게 빛을 내뿜고 있고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모여 더디가는 시간을 야속한듯 바라만 보고있습니다.
2016시민공감콘서트 백영규콘서트 술한잔할까요? 를 보기 위해서 몰려든 인파입니다.
시흥시민의 문화수준이 낮다고 단정짓는 것은 옳지않습니다. 문화는 스며듬이고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백영규콘서트는 유투브에 생중계로 방송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세월이 야속하다 생각되지않고 오히려 세월의 연륜이 준 성숙함이 더 포근하게 와 닿습니다. 그의 노래는 그래서 더욱 추억공감이 되는 듯합니다.
7080을 추억해야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콘서트를 통해, 굳어져있던 소녀감성을 끄집어 내어져 그때 그시절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계속 들어도 좋은 익숙한 멜로디의 향수에 두 손을 맞잡곤 합니다.
너무나 잔잔해서 한없이 아래로아래로 깔아져버리는 내 청춘의 번뇌, 또는 사랑은 그렇게 간직되어 추억을 공감하고 향유하는 이들과 함께 한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월을 비껴가지 못한 외형적 변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객석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그를 바라보고 박수를 치고 또 젖어들었습니다.
그의 주옥같은 노래는 단지 들어서 좋은 것만이 아니라 그 노래 안에 들어있는 그의 음악적 고독과 외로운 음악인생의 처절함이 베어들어있기 때문은 아닐지요...
음악이 주는 힘은 매우 강력한 문화의 힘이 됩니다.
투박하지만 소소한 멋이 있고 가족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진행은 그의 애절한 음색에서 늠내홀 가득한 이들로 하여금 심장으로부터 눈물을 머금게도 합니다.
정말 '술한잔'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콘서트.
아마 관객들 대부분이 콘서트가 끝난 후 술한잔 하지않았을까 싶은데요,
너무나 감미로워 현실에서 깨고 싶지 않은 2시간여 동안의 감동은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계속 젖어있게 만들었습니다. 돌아서는 발걸음들이 더디 움직여지는 것은 아마도 그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게스트로 나온 양하영과 백영규, 두 꿀 목소리와 꿀 감성은 최고의 멋진 앙상블을 이루었지요.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하지않는 두 사람은 가수라는 이름이나 뮤지션이라는 전문용어보다 '감성을 부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팝페라가수들의 코러스로 더욱 깊은 음악의 완성도를 보여준 무대.
2016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어느날, 우리는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문화소외지역인 시흥에 이런 멋진 콘서트가 펼쳐진다는 것이....
열린음악회가 수적인면에서 대성황을 이루었다면 이번 콘서트는 진정한 문화로의 일깨움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지요.
국악까지 곁들여진 음악은 최고조의 분위기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열악한 콘서트 비용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열린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문화욕구에 목말라하는 시흥시민에게 그 이상의 멋진 공연을 보여주어 큰 활력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팬들이 정성껏 마련해온 선물과 함께 인사까지 시켜주는 여유, 일본에서 왔다는 팬의 인사까지... 그의 콘서트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작은 주점에서 술한잔 기울이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2016년,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누는 대화에서 우리는 하나에 마음을 모읍니다. 긍정적으로 살고, 힘들 때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마음. 그렇게 훈훈한 12월을 가득 채워냅니다.
술한잔 하면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우리네 지나온 삶이 그의 노래처럼 변하지않고 그대로 간직되어진다면 그래서 가끔 한번씩 꺼내어 회상한다면 더 나이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행복한 밤을 선물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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