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던 마을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위해 포장 안,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려 하고 있는 댓골마을.
야속하게 흐른 시간만큼 무수히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바스라진 철거 현장에 묻혀진 채로 널부러져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스런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백년 된 목련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기와가 엉기성기 섥혀있고,
사람 막고 바람 막은 벽과 방과 주방의 가림막들이 짜집기 하듯
구역을 나눈 그 안의 사연들은 모두 나가고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한다.
옹기종기 살부대껴가며 살았을 작은 공간의 나눔은
미로처럼 독특한 주거형태를 보였다.
방을 쪼개 월세를 놓았을 쪽방.
바로 옆방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서로 나누는 정은 있었으리라.
가마솥 걸친 아궁이에서 빠져 나가는 굴뚝은 아직도 건재한데,
최선을 다해 살았을 구멍 난 신발이 인생을 말해주듯 애잔한 마음 들게 한다.
예전 데이트할 때 창문밖에서 "oo야!"하고 속삭이듯 부르던 추억이 떠오르는 이 있는가.
드륵거리며 창문 빠꼼 열고 부모님 눈 속여가며 살짝 창문 데이트하던 그때 그 시절...
오래 된 나무대문은 어디가서 볼 수 있을 것인가...
댓골마을의 옛 마을은 2013년에 멈추었다.
그리고 댓골마을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마지막 잎새는
또 다른 소망의 상징으로 떨구길 미루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꽂는 작은 빛줄기는 타고 흘러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다.
밑둥 잘린 나무의 흔적을 찾아....
백여년된 목련나무의 생명이 위태로움을 마지막 잎새는 전하고 있었다.
[사진작가 김종환님의 기록사진]
백년 세월을 피고지고 숨을 쉬면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던 목련나무는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100년 세월이 한 순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엄지손가락 형상이 보임]
주택 안마당에 뿌리깊이 자라고 있던 목련나무는 어른 세명의 품 만큼이나 커다란 나무였다.
마을기록가로서 나는 너무나 무지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이 목련을 안마당에 두고 키운 주인과 진작에 만났더라면...
너무 무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기록이 없다.
목련나무의 사계를 찍어놓은 어느 작가의 사진은 남아있지만 관련된 이야기는 없다.
지켜져야 할 것들은 개발 이전에 우선되어야한다.
백여년된 목련나무가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에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블로그 포스팅하는 순간에도
댓골마을 철거현장에서 맡은 먼지 냄새가 코끝에서 가시지않고 있다.
그 먼지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네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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