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좋아 마을에 머물며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 왜 마을이 좋으냐고 물으니 마을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란다.
시흥의 골목골목을 참 많이도 다녔다. 걸으면 눈에 띄는 아주 작은 것들이 아름다워보였다. 동시에 눈쌀 찌푸려지는 것도 보였다. 관심이 가니 눈길이 머물고 마을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 사람도 마을도 모두가 마을의 풍경이 되어 그저 정겹다. 그래서 마을만들기에 참여했다. 화분가꾸기도 해보고 방치되어있는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조금씩 환경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래도 마을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만난 것은 쓰레기였다. 쓰레기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시흥은 도·농복합도시로서의 매력이 있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는데 점점 각박해져가는 현실의 안타까움도 보았다.
17년 전, 시흥에 왔을 때 시골출신이라 그런지 시골 같은 시흥이 정겨웠다. 아이 키울 때 시장이나 볼 일을 보러 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우리가 보고 있을테니까 갔다 와’ 하는 이웃간의 정이 있었다. 친손주처럼 돌봐주고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그렇게 챙겨주는 정이... 그러나 지금의 시흥은 골목안의 사람 사는 냄새가 개발로 인해 묻혀져가고 있다. 다시 옛 정이 묻어나는 사람이 있는 골목문화로 돌아갈 수는 없는걸까....?.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될 무렵부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만나면 신고를 하고 늦은 밤 어둠 속에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계도를 했다. 아이들이 살기 편한 마을, 골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골목을 다니고 사람들을 알아가니 자연스럽게 주민자치 일도 하게 되고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활동을 하니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적십자 봉사 활동과 주민센터에서 만든 반찬을 독거노인 50가구에 배달하는 봉사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2018년도에 만난 마을은 오이도였다. 오이도마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나며 비 오는 바다 위를 달리기도 했다. 네모기행 ‘뷰’ 프로그램으로 다닌 것인데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오이도를 향한 교차되는 감정은 마음에 혼란을 가져왔다. 시흥하면 떠오르는 것이 오이도 빨강등대라고들 하는데 문화관광지로서의 오이도는 개선할 점이 상당히 많아보였다.
정왕3동에 속해 있다고는 하나 떨어져 있는 마을. 폐허가 된 회 센터 건물에 낙후되어있는 생활권, 병원, 보건소, 주민센터등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것들이 없는 곳. 선사시대유물이 발견되어 조성했다는 선사유적공원은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골목 주차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또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벽화는 무성한 풀들에 가려져 흉물스럽게 변했다. 그나마 아직은 선명한 그림들 앞에는 큰 차들이 막아 감상을 하며 걷기에 너무나 큰 방해요소로 서 있었다.
그러나 매력적인 곳인것만은 인정한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바다와 오이도 마을은 자랑할만 해보였다. 갈대 숲의 노랫소리와 고즈넉한 산책길은 사색의 길인듯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주차의 불편함, 교통의 불편함이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도가 그냥 먹으러만 가는 곳이 아닌 추억을 쌓는 곳이 되면 좋을텐데... 그런 마을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사는 마을, 내가 사는 마을을 좋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작은 힘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테니까요.”
시흥의 토박이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마을의 정체성이나 정주의식 또한 사라지니 변화를 꿈꾸고자 하나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면 시흥에 가득했던 ‘정’이 다시 살아나려나.. 떠나는 마을이 아닌 머무는 마을, 다시 찾는 마을로 만들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는 염수정씨는 마을로 사람들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한데 활동가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알음알음 유관단체나 이웃들이 소모임을 통해서라도 서로를 알아가고 필요한 교육을 받고 주민들이 마을 자치를 하면 발전의 과정은 더디고 어려울 수 있으나 공동체 측면에서는 서로 기대어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해본다. 손 잡을 준비는 되어있다. 손을 내밀어주기만 하면 된다. 마을에 대한 희망을 사람에게서 찾는 염수정씨는 마을이 필요로 하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언제든지 달려나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정왕동 미관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 5층에 근무하는 염수정씨는 '여성의 전화'에서 상담업무를 맡고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평생학습네트워크와 어르신 밑반찬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시흥여성의 전화는 20년 된 전국단위 시흥지부다. ‘여성의전화’에서의 주업무는 가정 폭력과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다. 가정폭력 상담 건수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 근절 될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하고 있다고 한다. “폭력은 정말 어떤 일이 있어도 안되는 일이예요.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그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서죠. 가정 중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고 가정 안에서 먼저 캠페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미투’이후로 전화상담이 많이 늘었다. 불행한 일을 겪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용기를 낸 것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상담건수는 많아진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기본권이기에 최소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이 무너지면 자괴감에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면서 가족이 편해야 마을이 평화롭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낀다는 염수정씨는 때론 내담자의 처지에 감정 이입이 되어 힘들때도 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나로 인해 마음에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아요. 또 나 자신의 자존감도 높아지고요.” 그렇게 자신을 다독인다.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받은 영향 탓에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그녀는 능력이 되는 한,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고 전한다. 어떤 일이든 일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기 위해 ‘사람저축’을 하고 발로 찾아 뭔가를 보며, 보는 눈이 확장되면 거창한 무엇이 아닌 아주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도 싶다. 그래서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마을이란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인데 주민들이 이웃의 안부를 묻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면 너도 나도 좋은 이웃사람이 될것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누구에게 의지하는 삶이 아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았으면 한다. 무엇이든 배우고 익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내 삶이 윤택해지는 일이다. 잠자고 있는 나의 재능을 깨워 내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은 염수정씨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바이크를 탄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세상이 온통 내것만 같고 내 안에 뭉쳤던 것이 한번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마을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전화기 너머 상실에 빠져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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