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교수의 교수법은 '평범함'이다. 다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복지에서의 '연대의식'이다. 이미선 교수는 관계를 중요시하며 인성을 강조했다. 사회복지는 이미 전문적이거나 비전문적이거나 마을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휘되고 있으며 그 중 마을활동가들의 활약도 복지의 일종으로 나름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한다.
시간을 쪼개며 산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바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이미선교수는 인터뷰 내내 시간적 부담감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에 답을 성의있게 해주었다. 친절함 속에 논리적인 교수로서의 답변은 사회복지에 관한 현실적 교육 인터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사회복지의 개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07년도에 개설 된 과기대 사회복지학과. 당시 가르치는 학생들이 시흥 지역 어디에서 실습을 할 수 있을까 알아보던 중 지역아동센터를 알게 되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정경대표다. 시흥 정왕동에는 지역아동센터가 많은 편이다. 다른 센터장들을 만나면서 학교와 학생들의 실습에 연대를 만들었다.
시흥은 이미 지역아동센터가 잘 자리 잡고 있었다. 정경대표가 시흥에서 지역아동센터 협회장을 하며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학과와의 관계가 그때 맺어졌다. “제가 한 것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해요. 학교와 지역아동센터와의 관계, 협의체 활동이나 거점 지역아동센터 활동의 기초를 다지게 하는 정도의 역할만 해준거죠.” 각 센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자리잡힌 것이라 생각한다는 겸손의 말을 전한다.
예전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실습생을 받을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센터 자체의 여러 이유 때문인데, 방법을 생각해내야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사회복지 실습지도자 교육이었다. 2년에 걸쳐 준비하고 실행했다. 지역아동센터가 같은 사회복지 분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복지기관에 비해 근무환경이나 인력자원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고, 또한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그들도 전문 인력인데 같이 성장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습을 받을 수 있는, 또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직접 교육을 실시했다.
그때 교육을 받았던 시흥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현재 학생들의 실습을 받아 지도하고 따라서 역량은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보고 있다. 프로그램의 다양화도 함께 성장했다. 10년 전에 비하면 규모면이나 프로그램면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제대로 잘 갖춰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선되었다는 것을 주관적인거나 객관적인 것으로 대기는 힘들다.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를텐데 아직도 열악한 현실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향상되었다는 정도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건비의 상승도 한 몫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지역아동센터로 취업해볼래?’ 라고 했을 때 ‘급여가 너무 작아서 못하겠어요’ 라는 말은 이제 거의 하지않는다. 처우개선비에 따른 지역 편차는 있지만 좋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의 기원은 공부방이라고 한다.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의 방과후는 거의 방임수준이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의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의 부모들은 대부분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아이들은 저녁을 굶거나 학습지도가 되지 않아서 숙제도 못해간다. 당연한 현실의 환경이다. 숙제를 해가지 않으면 선생님은 아이를 혼낼 것이고 아이는 점점 학교에 흥미를 잃게 된다. 성적은 기대할 수 없고 학생들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악순환이 계속되는거다. 그러기에 지역아동센터는 그만큼 지역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빈곤가정이 많은 지역에서 특히 많았던 공부방은 지역아동센터로 조금 더 규모를 갖추게 되었고, 학습지도와 식사를 제공하는 위주의 공부방은, 한 발 더 나아가서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도입하는 지역아동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은 사회복지 실천의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필요한 곳에는 그 필요한 만큼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있어야한다.
우리나라에 두 개 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 아동복지관은 규모가 좀 더 확장된 지역아동센터 기관이다. 보육의 기능은 물론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아동센터가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복지향상을 위해 특화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체는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것이므로,
경제적 수준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소득층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욕구는 과거와는 또 다른 욕구들로 표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욕구에 부응한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시흥은 다른 어느 지역과 비교해보아도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좀 더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이나 인근 경기도의 다른 시에 비해 시흥지역의 살림이 월등히 좋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 차원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계층이 많기에 좀 더 고민된 서비스들이 개발되어야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과 학생이 처음 입학하면 첫 수업에 이런 말을 해요. ‘사회복지는 관계의 학문’이다. 복지에는 정책이나 법, 프로그램등이 필요한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많은 제도와 많은 법과 많은 정책과 서비스는 계속 개발될거거든요.” 그러나 그 안에서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잘못되어 있는거라고 강조한다. 전달체계도 관계고, 인간관계도 관계이기에 여러 가지 관계가 잘못된거라 주장하는 것이다.
“복지를 전공한 사람이 사회복지사가 되면 교수입장에서는 가장 기쁜일이죠.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나간 사회복지사들이 주변과 나와의 관계, 나의 자원과 내 주변 자원의 공존, 그 조화로움을 어떻게 이루어 가야하는가 하는 것을 배우는게 사회복지다라는 것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봉사정신이나 희생·헌신하는 마음이 투철해야한다는 사회복지의 정의 시대는 끝났다. 그것만 가지고 사회복지를 잘 했다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지역사회에 사는 같은 멤버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나와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잘 하는 사람, 즉 연대의식을 갖는 사람이면 진정한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다. 그런 가치적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 사회복지사가 되면 가장 좋다는 입장이다. “우리 학생들이 나가서 연대의식을 가져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거지, 관계의 연대의식이 없다면 학문을 했어도 글쎄...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의식의 강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교과과정에서는 지식적이거나 기술적인 것을 가르친다. 거기에 인성교육을 더하면 좋은 조합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언행, 태도등 인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것들을 한번씩은 다 받고 나갈수 있도록 특강을 개설하여 해마다 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은 다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다른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실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맞는데 그 가운데 연계하는 작업이 조금 부족해서 그런것일 뿐이다.
교육과정의 어디에선가 실천 현장에서 묶어줘야하는데 그것을 활용할 역할자를 만나지 못해서 그렇다.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학교에서 마치고 나가는데 현장에 나가면 원하는대로 합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이다. 그것은 앞으로도 학교와 현장이 함께 풀어나가야 될 숙제다.
정왕동에는 마을활동가들의 활동이 빈번한데 그들의 역할이 사회복지교과 과정에서 보면 지역사회복지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맡은 역할에 맞는 내용을 갖춘 교육이나 훈련을 충실히 받는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는 함께 잘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연대의식이다. 꼭 복지분야가 아니더라도 협업하며 해내야 할 것이 많을텐데 기여도 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는 정도의 연습은 인성의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지는 함께 가는 거고 함께 잘 살기 위함이고 나 개인의 생각만이 아닌 함께 잘 사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며 그것을 마을활동가들이 직접 실천하고 있는거지요.”
처지가 다른, 혹시 내게 불이익이 될지도 모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니까, 우리라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또 아파하는 이들이 있으면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에 눈을 들어보았으면 한다.
요즘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사느라 힘들어 한다. 경쟁 자체를 하지않으려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경우든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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