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불던 날... 집과 가까운 논길 따라 걷다 장현천 물길을 마주했다.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장곡동에서 총각무가 맛있기로 유명했던 '공원갈비' 사장님.. 통장협의회회장님이기도 한. 공원갈비는 사라지고 건물(주택)이 들어선단다. 그리고 통장님은 농사를 지으며 편히 사시겠다고.. 시청 후문 쪽 장현천은 예쁘게 단장이 되었는데 이 곳은 아직 이모양이라며 한탄해한다. 인부가 천의 경사면 풀을 제거하는 작업만 하고 있다. 1년 전의 모습도 이와 같았는데 1년 후의 모습도 이와 같다면?
논에 물이 채워져있다. 모내기철이 임박했구나... 한 해 농사인 모내기는 제법 분주하다. 가로등에 비친 논물은 흡사 바다 또는 강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해낸다. 필자는 이를 논바다라 칭한다.
더이상 접근하거나 지나기 어려운 곳에 이르니 다리를 경계로 전혀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물은 하나로 흐르고 있으나 개발이란 것은 유독 차별이 심하다. 단계별 공사계획이 있다한다면 기다려야 할 것이나 그 기다림은 야속하게도 수년의 세월을 희생하게 한다.
시흥시청 후문에서 살짝 내려가다보면 아직 출입통제 되어있는 장현천이 여전히 단장 중이다. 근처에 아파트들이 어마무시하게 들어섰고 또 들어서고 있다. 완성되고 개방이 된다면 주민 산책길로 좋은 명소가 될 것이다.
장현천을 가꾸기 위해 시흥배곧숲학교 조경사들의 노고도 들어있다고 한다. 시흥에 사는 시흥사람들이기에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위해 애정을 가지고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고 하천환경을 깨끗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무도 생명이고 꽃도 생명이니 생명의 귀함을 안다면 자연을 함부로 취급하지는 못할 것이다.
가꾼다는 것은 실로 최선의 마음과 온전한 애정임을...
연성동은 시흥의 중심이다. 행정적으로 시흥시청이 있기에 길게 나 있는 시흥의 지형에서 현 시흥시청 자리는 그 중간에 있다. 시흥소방서 연성119안전센터, 시흥일자리센터, 연성동행정복지센터도 시흥시청 주변에 있다. 연성동이란 이름안에 하상동, 하중동, 광석동, 장현동이 법정동으로 속해있다. 장현동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장현천도 가꿔지고 인구도 많아지게 된 것인데, 시흥시 인구는 개발에 따른 인구유입으로 배곧신도시, 목감지구, 은계지구, 그리고 이곳 장현지구도 포함된다. 시골스럽고 공기좋은 시흥을 찾았던 20년 전과 다른 지금... 이제 시흥을 떠날때가 온 것인가..
장현천과 시청 사이에 널찍한 꽃마당이 조성됐다. 사람들보다 차들이 더 많이 다니는 곳이지만 차를 몰고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꽃 힐링은 긍정적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방치하거나 버려진 땅보다는 나을 것이므로.
연성동행정복지센터를 살짝 지나면 계단이 나오는데 위로 올라가면 커다란 시청정원(?)이 펼쳐진다. 여름이면 미니 폭포도 쏟아지고 작은 도서관에는 아이들도 들락거린다. 코로나는 도심 속 작은 공터의 쉼도 막아버렸다.
골목을 지나는데 절로 이끌림이 생길 정도의 커피향이 발길을 멈춰서게 했다. 카페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컴컴했고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들어온다. 필자가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들어온 것인데.... 커피냄새가 너무 좋아서 들어왔어요 했더니, 어쩔줄몰라하는 표정의 연속이다. 카페주인이다. 교육하러 나가는 길이라 한다. 원두라도 사고 싶다고 하니 로스팅 해놓은 것이 없단다. 아쉽지만 그냥 나와야 했다. 주변을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 주다카페교회를 중심으로 골목 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6개의 교회... 아! 주다카페는 예배 보는 카페라고 소개되어있다. 음.. 뭔가 신박한듯^^
걷다보니 때가 되기도하고 문득 어느 식당에 낙지비빔밤+수제비가 보이길래 밀고 들어가 주문했다. 필자포함 두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었는데 이내 식당안이 가득찬다. 우연히 들어온 곳이지만 여기... 하상동 골목맛집인가보다.
식당 앞에는 작지만 작지않은 공원이 있다. 입구에 [하지골마을]이란 표지석이 보인다. 하지골이란 옛지명인데 조선 성종때 좌찬성을 역임한 강희맹(1424~1483) 선생이 세조9년(1463), 중국에서 연꽃씨를 가지고 와 이 마을에 처음 심었다하여, "연꽃 하"자와 "못 지"자를 따서 하지골이라 부르게 된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쓰여있다. 이 마을이 속한 하상동은 조선 정조(1789) 때 "하직곶리"였다가 1914년 옛 안산군의 군내면과 인화면, 초산면을 합쳐 시흥군 수암면에 속하게 되었다. 1989년 1월 1일자로 시흥군이 폐지되고 시흥시 승격과 동시에 법정 행정동으로 현재는 시흥시 [하상동]으로 부르고 있다.
이 하상어린이공원은 군자동의 산들공원을 연상케할만큼 많이 닮아있다. 신경쓰고 디자인 한 흔적이 보이는 공원이다.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길을 걷다보면 유난히 시선을 멈추고 싶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꽃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이번 투어에서는 고양이다. 다가가면 도망갈까봐 멀찍이 떨어져보고 섰는데 차가 다가와도 꼼짝않는다. 눈이 마주쳤다. 눈싸움을 했다. 사람을 안무서워하네.. 차도 안무서워하네.. 점점 다가가도 그 자리에... 제법 예쁘게 생겼다. 주인없는 새끼고양이라면 농장으로 데려갈텐데... 반대편에서 차가 계속 오니 슬금슬금 일어나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세련된 간판이 보인다. 주변과 어울리지않는 간판 디자인이다. 정성을 담은 수제떡 전문점이라 소개한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떡을 만드는 사람, 떡을 포장하는 사람, 떡을 사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있다. 필자는 떡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구매하지 않았지만 도시재생으로 간판갈이 한 그 어디보다 더 세련된 간판을 보니 씁쓸했다. 왜 거기는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다시 골목을 나섰다.
시흥고등학교가 있다. 필자의 두 아이들도 졸업한 시흥고.. [박지영동산]이 있는 곳. 연성동에는 연성초, 장현초, 연성중, 시흥고등학교가 있다.
하중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단장되었는데, 경사도가 심해 눈이라도 올라치면 버스를 비롯한 차량들의 운행이 힘들었던 곳이었다. 경사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나니 상당히 낮아진 도로가 되었다. 주변 정리도 되니 비로소 보이는... '저기 산이 있었나?'
쉼터를 만들고 먼지털이 기계가 설치되고 누군가 건너기 좋게 막대를 대어 건널목을 만들어놓았다.
저 계단 위를 오르면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했지만 오래 걸어다니는 것이 힘들 정도로 족저근막염과 허리 통증이 심해 치료중이라 산은 오르지 못했다. 투어가 더딘 이유다.ㅠㅠ
장곡동하면 갯골생태공원이 떠올려지는 것처럼 연성동하면 관곡지가 떠올려진다. 해마다 연꽃이 만발할때면 연꽃테마파크는 성황을 이룬다. 시흥시 명소하면 오이도와 함께 떠올려지는 관광지 중 연꽃테마파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시흥에는 연꽃의 본가, 관곡지가 있으므로.
연꽃단지 건너편에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 5-1공구 건설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기간을 2025년 4월로 잡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나보다. 알림판에 쓰여진 글은,
[이 지역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치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의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가 시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법률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문화재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모든 현상변경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또 현장 안에는 구덩이, 장애물 등의 위험요소가 많으므로 츨입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와 안전을 위해 무단출입을 금지하오니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화재청장-]
발굴된 것이 있을까?
시공사와 통화를 하니 몇개 발굴이 된 것 같다고 한다. 문화재청에서 됐다! 할때까지 공사는 잠정적 중단이다.
바람이 몹시 불어 투어를 하기에 썩 좋지 않은 날씨다. 연꽃단지 구경 한번 하고 철수를 해야할까보다.
연꽃단지에는 간간이 강아지 산책시키는 사람, 가족 산책하는 모습, 노부부의 유유자적한 모습, 연밭을 일구는 사람들만 보일 뿐 한산했다.
이정표는 있으나 곤충돔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연성동]은 조선 초기 문신이자 농학자인 강희맹선생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명나라에서 전당의 붉은 연꽃 열매를 가져온 강희맹선생은 관곡지(하중동 208번지)에 연꽃씨를 뿌려 재배하게 된다. 이것이 널리 퍼지자 세조가 안산군의 이름을 연성군이라 한데서 유래하여 [연성군]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세게 불어대는 바람에 몸을 데우고자 커피를 내리는데 컵도 뚜껑도 캡슐도 데굴데굴 허공을 굴러다닌다. 꾸역꾸역 바람을 거슬러 간신히 커피를 내린다. 사진작가와 만나기로 했는데, 맛있는 커피 내려준다 했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바람때문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철수하다 나오니 저만치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연꽃단지 안 어느 장소에서 기다리겠노란 톡문자를 안본 작가님 ㅜㅜ 서로 다른 곳에서 기다리다 얼굴만 잠깐 보고 헤어졌다. 전화는 뒀다 뭐에다 쓸까? 둘 다 내성적이어서...^-^;;;
연밭을 일구는 일꾼들의 뒷모습에서 올해도 화려한 연밭을 기대하며, 코로나로 조심스러워할 연밭 또한 걱정하며 그렇게 이날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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