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고 행정의 균형있는 지원이 요구된다.
2022년 3월 4일 금요일 오후2시. 강풍이 몰아치던 날. 신천동 소재 소산서원에서 ‘5살 마을교육자치’ 포럼이 시흥마을교육자치회 주최·주관으로 열렸다. 2018년 3개의 마을로 시작된 마을교육자치는 현제 1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마을교육자치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인가? ▲마을과 교육(권우택), ▲마을교육자치회 5년, 이후(백재은) ▲시흥마을교육자치회(송미희) ▲마을교육자치회를 시작하며(곽미아,이미영) ▲풀뿌리마을교육공동체(윤귀호) ▲우리마을교육자치회(월곶동) ▲마을교육연구개발센터(주영경) ▲공동체 참여자의 희생(마무리) 정경 의 순으로 발제된 포럼은 식순을 마친 후 차한잔의 대화에서 더 깊숙한 대화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권우택 시흥지역사회 교육협의회장이자 시흥마을교육자치회 고문은 ‘마을과 교육’이란 주제로 교육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고 운을 떼었다. 교육의 일반적 정의라 함은 ‘성숙한 인격체가 미성숙한 인격체를 훈육 또는 지도하여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안내하는 행동이다.’라고 한다. 지식의 욕구가 높은 우리에게 평생 교육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
교육의 기반은 가정이며 그러므로 가장 훌륭한 스승은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공간이 가정과 마을이기 때문에 ‘한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 해야 한다.’ 는 이야기가 마을 교육의 주요한 화두가 되는 것이다.
교육과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화를 던지고자 한다. 유럽의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을 찾아갔다. 그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재미있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된 후 그는 이상한 광경에 놀랐다. 아이들이 앞다퉈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 나무에 매달린 과자를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모두 함께 갔니? 1등으로 가면 혼자서 맛있는 과자를 다 가질 수 있는데.”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분투!”
“다른 아이들이 슬픈데 어떻게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투(Ubuntu)란 남아공 줄루족이 쓰는 반투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인사말로 ‘공감, 교감의 뜻’도 담겨있다고 한다.
개인이 지닌 지식과 우수성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 공동체적 마음가짐이고 그것이 마을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 활동가들의 아이디어와 활동이 바른 방향을 잡고 실천해 나가면 그 마을은 올바로 발전할 것이다. 다수의 의견이 여론을 만들고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올바른 여론은 마을 교육의 건전한 틀을 잡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흥의 마을 교육활동은 우리나라의 마을 교육활동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는 실증이며, 그 중심에 포럼에 참여한 여러분들이 있다.”
이어진 정왕마을교육자치 백재은사무국장의 포럼 주제는 ‘마을교육자치의 5년'의 이야기다.
2018년 교육부 지원, 풀뿌리 교육자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마을은 3개였다. 2022년 현재 17개동 15개소의 마을교육자치가 운영되고 있다.
오늘의 시흥마을교육자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시흥시에서 이루어진 마을교육의 시작과 연결된 사업을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2006년 평생학습도시라는 이름이 생기면서 시민을 위한 평생학습이 시작됐다. 시흥의 ‘평생교육’은 시민들이 가정에서 직장에서 마을로 나올 수 있는 시작이었다. 시민을 위한 평생교육은 시민에서 강사로, 개인에서 동아리로, 공동체로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2. 2011년, 시청과 교육청이 함께 하는 시흥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한 학교혁신 운동이다. 시흥혁신교육시즌1, 학교 안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이루어낸 혁신교육은 시즌3를 맞이하면서 ‘경계를 넘어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혁신교육 실현’이라는 목적으로 지역교육 거버넌스, 혁신교육생태계, 지역특성을 반영한 미래교육체제라는 목표를 향해 진화발전되고 있다.
3. 2015년, 경기도교육청에서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마을이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학교와 마을의 만남은 교육에 대한 역할 뿐만 아니라 공간적 개념 등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시도하게 하고 연대하여 다양한 경험과 결과를 갖게 되었다.
4. 2018년 교육부에서 ‘풀뿌리 교육자치’라는 이름으로 마을의 특성과 욕구에 기반한 마을교육자치를 시작하였다. 첫해 군자, 장곡, 정왕을 시작으로 2022년 현재 17개동 15개소의 마을교육자치가 운영되고 있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17개동 15개소의 동별 마을교육자치는 지역의 특성과 욕구에 따라 마을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자녀를 위한 품앗이 교육 운동으로 시작한 마을교육자치,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목표로 출발한 마을교육자치, 지역사회 마을 교육운동을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을 중심으로 가정으로부터, 학부모로부터, 지역사회로부터 다양한 주체, 다양한 방법으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을에서는 마을교육자치라는 이름 이전에 이미 지역의 품앗이 교육, 지역공동체, 지역교육운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자생적인 결사체로 뿌리를 가지고 있었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시흥의 마을교육자치는 전국에서 주목하고 바라보는 마을교육자치의 사례가 되고 있다.
2021년에 출범한 신현마을교육자치회는 동네 유일의 초등학교인 포리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 행정이 함께 출범한 마을교육공동체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짧은 시간과 여의치않은 환경 속에서도 신현동이 갖고 있는 마을자원과 인적자원을 아이들의 성장 밑거름으로 하기위해 다양한 토론과 의미있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마을자원 교육연구회의 회의 및 토론으로 신현8담 사전 자원조사를 통해 신현동 꿈나무 어린이 마을기자단과 두드림 ‘Do Dream’ 신현동 청소년 서포터즈단이 현장 체험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초등학생과 성인 대상으로 요리로 소통하는 인성요리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청소년 대상 서포터즈를 조직해 마을 이야기를 담으며 애향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신현동 마을교육자치회는 학교와 마을 그리고 행정을 하나로 만드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다. 2022년 신현마을교육자치회는 주민간 소통, 공간, 조성을 위한 공동체사업 ‘동심’과 마을활동가 양성 사업 ‘그루’를 통해 마을교육자치회를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신현마을교육자치 이미영
마을교육연구개발센터의 주영경대표는 ‘시흥 마을교육의 힘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민간은 정경대표를 비롯, 동별 자치회 대표들이 있고, 행정은 김송진, 최지니, 강지연, 김진화 같은 생산성 있는 공무원들과 권우택, 이애영, 정종윤 선생님을 이어 후배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또 지역 정치인들도 진보적 성과를 만들어주었다.
2020년 홍헌영 의원이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를 개정하여 학생 대표가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2021년에는 안광률, 송미희, 홍헌영 의원이 교육자치 지원조례를 만들어 주었다.
시흥마을교육자치는 지나온 길을 잘 살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신중하게 열어가야 하는데 이는 지나온 길을 누군가 보고 따라 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을교육 개발거점센터가 한 몫 거들고 가겠다고 말했다.
정경대표는 시흥마을교육자치에 대하여 “시흥마을교육자치 5년을 맞이하는 지금, 마을교육자치의 무게중심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을교육자치의 자발성과 융합적 관계에 대한 고민 앞에 서 있는 우리는 다시 시작하는 앞에 놓여 있으며, 함께 생각하고 선택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또한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의 그 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을교육자치는 표준화, 일반화가 될 수 없으며,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마을의 생존력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을의 자생력과 자발성에 대한 존중으로, 행정의 균형있는 지원, 시도의회에서는 마을교육자치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사람을 지원하는 일, 마을에서는 마을교육자치의 정체성과 융합적 관계를 위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이날의 포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
차 한잔의 기대와 씁쓸함의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주민자치회와 마을교육자치회가 나란히 걷는다는 것, 아니 어느 한쪽에 속해 가야하는 길은 어쩌면 지난 5년보다 더한 고통으로 마을과 학교와 행정이 고된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르겠다. 포럼 이후에 해야 될 것들 중에서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흥마을교육의 시선이 질문으로 던져졌다.
“시흥은 행복교육지원센터 중심으로 시흥마을교육 공동체에 행정적인 지원을 주도했다. 조례도 상당히 앞서 있다. 이젠 앞서있던 시흥의 마을교육공동체가 순천으로 넘어갔다. 순천은 처음부터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교육과정을 만들어 협의하고 그것을 학교 선생님들이 지원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진 질문은 주민자치회에서 마을교육자치를 해야하는지다. 주민자치회는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민간 조직이고 마을교육자치는 거버넌스다. 말 그대로 교육자치회가 주민자치회 안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주민자치회에 선출된 사람들 안에서 교육분과를 만들면 마을교육자치회와의 관계는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 안에서 마을교육자치회가 인정받고 자리를 잡으려면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행정이 주도했다는 사실에서 마을이 먼저 활동하고 있었기에 협업이 되었다.
앞으로 시에서는 계속 주민자치회에서 하라고 떠밀 것이다. 마을에서 갖고 있던 교육적인 이념과 하던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의 교차 속에서 융합은 이루어질까?
「교육청 사업일 경우 물질적 지원, 즉 학교에서 예산을 들여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면 그것은 학교중심이 된다. 주민자치회의 예산으로 마을교육사업비가 내려오면 마을이 스스로 기반을 만들어가는데는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당장 서로 맞지않을거라 하지만 동등한 또는 더 우월적 위치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주민자치법에 의한 마을기금을 조성하는 문제가 있다. 주민자치회가 행정기구가 아닌 독립법인의 자격을 갖고 마을기금으로 운영이 된다면 독자적으로 마을의 예산을 계획해서 쓸 수 있는 조건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을 교육 계획을 누가 수립 할 것인가? 에서 제도적으로는 주민자치회가 수립하는게 맞겠지만 마을교육자치회가 계획을 수립하는게 전문성에서는 더 인정이 될 것이다. 열심히 다져놓은 마을교육의 기반을 성과라는 이름으로 가져가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한다. 그러나 사실상 쉽지 않은 것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순천의 경우 교육경비 지원 조례에 근거해서 지자체 돈이 교육청으로 넘어가니 교육 경비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적이 있다. 교육지원청과 순천시가 합의를 해서 쓸모없는 것들은 없애고 학교 교육 사업만이 아닌 학교 밖 마을에서도 예산을 쓸 수 있다는 조례를 만들고 싶어한다. 어찌됐든 독립적인 마을교육자치의 모델을 만들거나 유지하고자 한다면 마을 자체에 물질적 기반인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마을이 원하는 마을교육의 시스템은 행정의 잣대에서 자유롭지못해 활동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교육재단이나 학교-마을-학교의 시스템등 여러 가지 안건들이 나왔으나 법의 테두리에 안에 들어가야 한다면 관련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마을교육의 가치, 중심적 활동, 마을교육활동가들의 자부심등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이다.
2018년도에 한국형 마을 교육자치라는 모델을 민·관·학 거버넌스로 시작하여 공부하면서 수평적 위치에서의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조례가 만들어지고 구체화되면서 역할이 빠져버린 듯 한 느낌이다. ‘민’의 역할이나 위치는 사실상 배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이 거의 확정된만큼 두 자치회를 엮어내는 것은 행정과 주민이므로 마을교육자치회에 조례를 근거로 해서 독립성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통합의 진통으로 겪게 될 과정에 놓여있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 시작된 마을교육은 마을교육자치라는 이름으로 넘어가고 수년간 마을교육활동가들이 쌓아온 노하우등은 행정에서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흡수시켜 그들의 교육 신념을 흔들어놓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더 나은 교육의 가치로 만들어보자는 의기는 주민자치회 안으로 마을교육자치회가 들어간다는 맥락에서 상당한 생각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것은 진통이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마을에서 교육공동체를 다져온 마을교육활동가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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