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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

시흥시 정왕역 - 게릴라가드닝과 트릭아트의 만남


정은경(한국화가)

 

시흥시 정왕본동의 정왕역앞.

지난 20일, 시흥백년정원에서는 마사회의 후원으로 4번째 게릴라가드닝을 실시했습니다.

게릴라가드닝이란, 소유자 없이 방치되고 관리되지 않은 땅에 정원을 가꾸는 활동을 말합니다.

 

백년정원의 김광남위원장님으로부터 "게릴라가드닝을 하는데 화단을 받치는 경계석이 미우니 간단하게 벽화를 그리려고 하는데 스케치와 함께 연출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말이 '간단하게'지 그게 어디 간단하게가 되나요^^;;

잠깐이지만 한국화를 배우면서 친분을 쌓던 시흥미협의 실력파 한국화가 정은경선생님께 의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요청을 하신 김광남위원장님이나 의뢰를 받으신 정은경작가님이나 두 분 모두 "게릴라'정신이 투철하신 분들이라 웬만하면 당황하지 않는 제가 그만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당황을 했더랬습니다.

 

기획도 연출도 모두 실패를 했다는 얘기지요.. 공백기가 너무 오래된 듯 합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말입니다.

번개보다 더 빠른 진행으로 정은경작가님의 머릿속에 있던 디자인이 번개처럼 붓끝에서 선을 이루었습니다. 그 선들은 말다리를 연상케 하는 테이블의 다리가 되어 물길위로 층층이 솟아있는 계단을 따라 따그닥거리며 올라가는 듯한 형상을 한 그림으로 '트릭아트'를 완성시켰습니다.

지역구인 장재철시의원과 정왕본동주민자치위원장이자 시흥주민자치협의회장이신 최덕영위원장님이 시원하게 테이블 위에 앉으셨네요.

박선옥부의장님도 장재철의원님과 함께 트릭아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격려차 들러주셨습니다.

지나가시던 어르신께서 그림 이쁘다며 사진한장 찍어달라 하시네요. 이 사진 어르신께 어떻게 전해드려야하지요~~ 이로써 금요일까지 무조건 완성해 달라시던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비가 내렸네요ㅜㅜ 심각한 가뭄에 이날 내린 비는 매우 반가웠으나 정원작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힘든 비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처참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었습니다. 

(백년정원 김광남위원장님. 멋지죠^^)

정원의 벌건 흙은 애써 그린 그림 위로 비와 함께 사정없이 흘러내리며 바닥의 그림 사이의 홈으로 마구마구 들어가 박혀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릴라의 특성인가요.... 비닐로 덮어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은 사라져 버리고, 비와 함께 덮어진 흙 쓸어내려 달라는 요청도 빗물과 함께 흘러가버렸지요.... 모두모두 정신없이 바쁘니까요... 게릴라잖아요...

장례식장 가기 전 격려차 들렀다는 김순택위원장님도 한몫 거들었는데 봉사로 다져진 분이라 그런지 지나치지못하고 동참하고 계시네요~ 팔자이신가봅니다^^

...결국은 이렇게 처참한 몰골이 되어버렸습니다. 흙으로 덮어져 마치 그림이 지워진 것 같지요.. 하지만 지원진 건 아니랍니다. .

게릴라란, 적의 배후나 측면을 기습하여 적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소규모의 비정규 부대를 말합니다. 게릴라가드닝의 목적대로 허술한 곳에 정원과 트릭아트를 하면서 보기좋게 게릴라를 당했지요. 그것은 '비'였습니다.

그래서 매우 강력한 물로 바닥의 홈 속에 단단히 박힌 흙을 걷어냈지요...

                       

그리고 백년정원팀은 매우 꼼꼼하게 그림 벗겨지지 말라고 코팅작업을 했습니다.매.우.강.력.히.말입니다...^^;;

코팅작업은 이번 트릭아트 작업에 있어서 4번째 게릴라였습니다. 하아~하.하.하. 정은경작가님은 역시 비상시에 대처가 빠른 순발력있는 작가임을 입증했습니다. 일필휘지! 이번엔 한국화기법으로 다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엄마를 도와주겠다며 코팅붓을 함께 잡던 귀엽고 발랄한 꼬마아가씨가 미완의 그림위에서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있네요. 꼬마아가씨의 이름은 하영이랍니다^^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이 정왕본동의 명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이쁜 사람들이 가꾼 게릴라가드닝, '아트'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여름. 트릭아트와 함께 폭포속에 발을 담가 시원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말입니다^^

 

힘들지 않게 작업할 수 있음에도 힘들게 작업했던 건 여러 요소와 맞아 떨어진 '게릴라'가 완전 통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그래도 고생하신 백년정원팀과 벽화팀은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꽃을 보고 향기를 느끼고, 그림을 보면서 기념사진 한 장 찍으려 한다면 그것으로 보람을 느끼며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할 것 같습니다. 

모두모두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