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대로 길을 걷다보니 작고 소박한 마을이 나온다.
눈에 띠는 몇개의 가게 외부 인테리어에 뭐지? 하는 호기심이 생겨 발길이 빨라져 들어가보니
봉평전통시장(2일, 7일장)이다.
지나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않는 시장은 가게를 지키는 주인들만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욕심으로 발생된 예전의 크고 원색적인 간판공해는 전통시장이 지정되는 곳마다 가장 먼저 시작하는
재정비로 간판부터 변신을 하고 있다.
요란하지 않아도 심플한 간판이 더 각광받는 시대.
상점의 대표이미지가 되는 상가명과 간판의 구성은 주인들에게 요구되는 오픈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전통시장 기획자로부터의 설득의 능력도 한 몫 하는거같다...
오셨뜨래요? 라는 가게명이 정겨운 메밀음식전문점.
여러번 방송에 나온듯 자랑스런 정보가 문앞에 붙어있는데, 강원도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옥수수와 감자
외에 메밀이 대표음식이란 것은 다 아는 사실. 그러나 맛을 좀 아껴두기로 한다.
왜냐하면 작지만 전통시장이라 하니 일단은 둘러보아야 하겠으므로...
허생원과 장돌뱅이들이 자주 들렀다는 '충주집터'가 조형물로 기록되어있다.
메밀음식전문점 남촌막국수 집 앞에는 무대와 상징물이 설치되어있는데 문득 이 집 쥔장은 누굴까?
궁금해졌다. 가게 앞의 설치물들로 인해 매출의 변화가 어떠할지..
인증샷 찍는 이들과 공연을 보는 이들로 인해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룰지...
과연 효과는?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같다. 물어볼걸... 후회막급!
무대 옆에는 거인국에서 환영 할 만한 커다란 책이 꽂혀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홍대에서나 봄직한 깔끔하고 세련된 가게가 있었다. 방앗간이라고 한다.
카페인줄 알았다. 카페다. 방앗간과 카페의 조화. 상식적인가?
(오토바이마저도 깔맞춤이다)
방앗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외부 이미지. 방앗간인데... 그 틀에 박힌 인식의 탈피를 어떻게
카페컨셉으로 진행이 되었을까?
.... 안은 전형적인 방앗간의 모습이다. 그런데 카페는? 없. 다?!
있다! 한쪽에^^:
안쪽 선반에 원산지가 표기 된 다양한 원두가 나란히 있었다. 핸드드립이다.
소형 기계에서 뽑아내는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커피마다 금액은 다르지만 블랜딩은 2.000원이다.
블랜딩을 주문했다.
핸드드립을 알고 이해하는 손님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한다.
방앗간과 카페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다.
방앗간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커피를 좋아하고 핸드드립을 좋아해 하게
되었다고 한다. 외부를 카페로 만든 이유 되겠다.
이곳이 테이크아웃하는 곳인데 일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인테리어로 남아있다.
맞은편의 음식점도 카페인듯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듯 또는 퓨전음식점인듯.
여기는 봉편메밀부치기 음식점이다.
자부담 10%를 내어 시장 골목에 완성된 상점은 총 4개, 차츰 갯수를 늘려 정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비를 한 후와 하기 전의 매출은 확실히 차이를 체감한다고 하니 전통시장으로 등록이 되면 보여지는
이미지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되는 건 사실인가보다.
앞서 두군데는 지방업체에서, 방앗간과 메밀부치기 가게는 서울업체가 각각 맡아 공사를 했는데 분위기와
차이점은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르기에 주관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우선 이 두군데가 맘에 든다.
금액도 참 착하다. 잔치국수를 보니 큰 껌딱지가 생각난다.
그러나 역시 여기도 안은 매우 시골스럽다. 그래서 정겹지만 쥔장의 순박함과 친절함이 더 정겨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사람처럼 거북하지 않는 소소한 대화가 참 좋았다.
주방 옆, 양쪽 벽에 즐비한 짐으로 인해 길이 2m 정도, 폭 70cm 정도 나 있는 어두운 골목방을 지나
화장실로 가는 길은 시골에서 맡았던 냄새로 익숙함이 느껴졌다.
형광스위치마저 나가 어둠의 골목방을 지나야했지만 정.겹.다^^;;
메밀부치기는 간 적당한 배추절임에 정말 얇은 부침으로 솜씨가 예술의 경지다.
내가 했다면 아마 초토화 메밀부치기가 되었으리라.^^;;;
진짜 메밀로 부친거라는 메밀전병은 값도 착하고 김치는 매웠다.
그러나 음식의 값이나 맛보다 더한 가치가 있었으니 그것은 또 한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메밀전병을 먹고 방앗간으로 들어서니 쥔장이 말을 건넨다.
"메밀전병 맛있게 드셨어요?"
말 속에 순박함과 인정이 묻어난다.
이번 여행은 '사람'이다.
'때로는 목적을 두지않아도 좋다'라고 주장하는 나인데,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를 몇번이나 갈아타면서
긴긴 시간동안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기대며, 그래도 목적없이 발길 닿는대로, 눈이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여행을 해보자 다짐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목적이 생겨버림은 어쩔수 없게 되버린다.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기위해 문득 원주와 봉평이란 이름이 눈에 띠면서
발길을 한 곳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지난 여름 살짝 걸치기만 했던 이효석생가에서 나아가 이효석박물관을 만나러가고 봉평을 돌면서
메밀꽃필무렵을 공부하고자 다짐했다.
지금 이 시간, 가족이 보고싶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2016년, 휴식의 시간을 준 가족이 너무나 감사하다.
아침이 밝으면 종일 걸어다니며 내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카메라를 통해 나의 홀로여행기를
담아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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