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스포주의] 현실적이어서 무서운 영화 '판도라'

 

 

너무 현실과 맞닿아서 무섭기까지 한 영화가 무서운 기세로 화제가 되며 상영되고 있다. '판도라' 보는 내내 전율이었고 답답했고 탄식했고 또 울었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폭발이지만, 안전불감증과 파렴치한 정계의 합작품이 빚어낸 대참사!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것은 대책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의 상황이 겹쳤다. 모든 재난상황에서 발빠르게 안전 콘트롤타워가 되어야하는 기관은 사건의 축소, 은폐에만 급급해한다. 극중 대통령의 무능함에 따른  총리의 극이기주의적 대처로 해결책 없이 원전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런 와중에 극악스런 비선실세의 권력을 휘두른 총리의 악행에 화가 잔뜩 난 대통령은 마침내 결심을 한다. 콘트롤타워의 수장이 되는 것! 무능했으나 결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 현실은 그렇지않음을.... 

 

영화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목숨 걸고 더 큰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자원을 국민으로부터 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한다. 그담화문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극중에서 피폭 된 주인공 재혁이 대통령의 담화문을 듣고 분노 머금은 눈물을 삼키며 말한다.

 

'일은 지들이 저지르고 우리 말은 들어주지도않고 은폐만 하다  이제 다 죽어나가니까 국민 보고 구하라'냐고. 그러나...

 

그는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이유는 '남아있는 내 가족을 위해서' 다. 원전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직원들은 피폭이 되어 얼마 살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살고 싶은, 또 살아돌아오라는 가족의 울부짖음에 마음이 찢어지면서도 죽음의 길로 들어서야만 했던. '국민'

 

정치는 더러웠지만 그래서 국민이 속수무책 죽어나가고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결국 정치는 나라를 구할 수 없고 나라는 국민이 지켜내고 만다는 영화의 결론. 그것은 영화만이 아니라 지금껏 이 나라를 지켜 온 힘이 국민이었음을 그 누구도 반박하지는 못하리라.

 

5천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끊임없이 핍박받아 온 한민족은 늘 위기의 순간에서 나라를 구해왔다. 그 댓가는 피였고 목숨이었다. 가진자들의 극이기주의적 계산에 지켜야할 것이 많은 눈 먼 정치인들을 청산하지않고는 나라는 끊임없이 흔들릴 것이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을 안겨준 ‘판도라’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곧 대한민국의 판도라도 열린다. 12월 9일 오후3시. 박근혜대통령 탄핵 가결/부결 역사적 운명의 시간. 정치는 한 나라의 대통령도 끌어내릴 수 있을 정도의 극악을 소유하고 있고, 그것은 잘못된 민주화 정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