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림동에 태어나 동굴에서 놀며 자란 '과림매운탕' 김광수대표님은 올해 64세 되었습니다. 이름 없는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과림동 토박이로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데요, 흑연을 생산하던 이 동굴의 이름은 ‘오류광산’이라고 합니다. 당시 한 시간에 한번 다니던 소신여객 버스는 영등포에서 오류동, 매화동, 도창동을 오가는 유일한 이동수단이었습니다. 이름도 얻지 못한 작은 마을, 그곳에서 어린 광수의 유일한 놀이터는 동굴이었습니다.
과림저수지 수문 앞에 있는 과림매운탕 건물 뒤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작은 동굴이 나온다.
동굴은 40m길이로 짧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동굴은 훗날 새우젓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기도 하고 박쥐가 살기도 했다. 한 낮에도 캄캄한 동굴 안 끝까지 가서 후레쉬를 천정에 대니 꿈틀거리는 무리들이 후두둑 떨어져 깜짝놀랐다. 귀뚜라미였다.
동굴의 이름은 과림동굴, 더 정확하게는 오류광산이다.
광산 아래에는 제련소라는 공장이 있었다. 흙을 파서 흑연을 물로 걸러내고 찍어 건조시키는 공장이다. 공장이기에 전기도 가장 먼저 들어왔다.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10여명 정도였다. 동굴을 중심으로 아래께 집까지 20여 가구가 살았다. 주민들은 그 집들을 오류광산 사택이라 불렀다. 동네이름도 없었다.
흑연채광은 수익성이 없어 오래 가지 못했다. 오류광산(과림동굴)에서 채취한 흙은 괘도차 위에 수레를 놓고 동굴에서 채취한 흙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밀어 제련소까지 이동시켰다. 협괘열차처럼 선로가 있어 흙을 부리면 다시 밀고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채취한 것에서 흑연을 추출하여 솥처럼 생긴 모양을 찍고 속에 무쇠를 담는 도가니를 만드는 일을 주로 했다. 도가니는 크기별로 20여종을 가공했다.
초등학교 1,2학년 무렵에 동굴이 폐광 되었다. 어쩌다 한번 씩 공장을 돌려 가동한 적은 있었다. 광명시에 있는 00화학에서 일이 많으면 이곳으로 와 가동시키곤 했다. 어렵게 살던 시기에 광산마저 생산을 멈추니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고 또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몇몇 사람들은 당시의 기억을 남기고 있다.
예전에는 길이 있었으나 지금은 관리하는 이들이 없어 자연 방치되어있는 동굴. 지금은 낫으로, 우거진 나뭇가지들을 베면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길 없는 곳의 동굴이 시커멓게 얼굴을 들고 있을 뿐이다.
김광수씨는 어릴 때 동굴에서 많이 놀았다고 한다. 놀거리가 없어서이다. 겨울에도 동굴 안은 춥지 않으니 촛불을 켜고 동굴 안에 모여 ‘너는 뭐 갖고와, 난 뭐 갖고 갈게’하며 밀가루로 호떡도 만들어먹고 부침개도 해먹었다. 나중에 나오면 코밑이 그을음에 시커멓게 되곤 했다.
김광수씨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과림동에 이런데도 있다’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저수지 너머의 산에서 저수지를 끼고 광산산을 연결하는 코스를 만들어 길을 내고, 동굴 안에는 당시의 흑연을 채취하는 밀랍인형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다.
[옛 장항제련소/사진출처:연합신문]
여기에 더해 동굴부터 아래 제련소까지 선로와 선로를 미는 사람들의 모습 재현, 그리고 실물크기의 제련소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시키면 어떨까... 그러나 사유지인 탓에 난관에 부딪히니 “이대로 묻히기에 너무 아쉽죠...”라고 말하는 김광수씨의 아쉬움 섞인 한숨이 가슴에 박힌다.
과림동의 특화 된 관광자원으로 공정여행의 한코스가 되면 좋을 장소일 것 같다는 생각... 무리일까... 일제시대 광물역사의 한 축.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낼 것인가, 묻을 것인가는 뜻있는 자들의 생각에 달려있을 듯하다.
*경기도 청평·가평·시흥 지역에 나던 흑연은 인상흑연(鱗狀黑鉛)과 토상흑연(土狀黑鉛)으로 구분된다. 흑연은 우리나라의 특수광물이다. 우리나라에서의 흑연광업의 역사는 이미 1914년에 부유선광(浮游選鑛)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고 기록에는 나와 있다. 세계 제1위의 산출국이었으며, 1970년대 세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였다.
흑연이란 순수한 탄소로 이루어진 검은색의 광물인데, 불에 강하고 산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전기가 통하는 도체라서 전극 · 도가니 · 내화 벽돌 · 녹 방지제 · 전기 공업 등에 널리 쓰이는데, 오류광산에서는 도가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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