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초에 이어 군서초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병우교사는 정왕동에 살고 있는 정왕동 사람이다. 젊은 교사의 2018년은 한 것이 많은데 한 것이 없다. 계획은 있는데 계획이 실행되지 못했다. 무슨 말인가? 열정이 앞선 탓이다. 군서초를 향한 걸음걸음마다 빛의 조명을 뿜어대며 걸어가는 박병우교사의 길이 궁금하다.
교육자 집안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교사가 된 박병우선생은, 마을교육과정 업무를 맡게 되면서 비로소 교육의 참 기능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우선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에 갇혀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학교 안에서의 교육은 아무리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한다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의 한계점이 있다.
그래서 마을로 나가보았다.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이 한계의 벽을 뛰어넘게 했다. 호기심이 일었다. 관련 책을 찾아보고 사례를 알아보면서 새롭게 눈이 떠졌다. 학교와 마을. 마을교육과정의 숨통 트이는 순기능의 관계가 신선했다.
마을로 시선이 확장될 때, 학교 소속이 아닌 이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헌신적으로 실천하는 이들도 처음 보았다. 학교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다. 그들의 활동 자체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교사들은 교사들의 시선으로만 보는 교육과정의 틀이 있다. 그러나 마을 강사들이 들어오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
가장 잘 한 일중 하나가 마을축제를 주도한 것이었다. 학교와 기관과 마을이 모두 나서 멋진 축제를 만들어냈다. 축제는 흥분이었고 설레임이었다.
박병우선생은 학교와 마을간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마을과 연계하여 진행하였지만 미흡한 준비로 중단 된 사업도 있다. 생각만큼 손에 잡히지않는 일은 연륜의 부족함에서 온 것이라고 애써 변명을 해본다.
‘군서너나들이’라고 거창하게 이름 지어진 학교신문이 현재 3호가 준비 중에 있다. 학생들 중심으로 취재를 하고 마을 주변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으며 8면이 채워진다. 주로 5,6학년으로 구성된 학생기자단은 글쓰는 것에 힘겨워하면서도 이름이 인쇄되어 나오면 좋아한단다. 박병우선생의 목표는 마을신문이다. 그러나 아직 마을까지의 확장이 엄두가 나지않아 초등학생들에서 중,고등학교 정도까지로 만드는 마을신문을 계획하고 있다.
2018년의 마무리는 마을사진전이 될 것 같다. 공모를 통해 받은 마을 사진을 학교와 주민센터 일원에서 전시하려고 한다. 핸드폰으로 찍어 화질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지나치는 마을의 골목, 학교등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담아내는 작품이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작업을 미술시간과 연계하여 진행하려 하였지만 학교의 잦은 행사와 시간상의 이유로 공모형식을 빌어야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에 교사들의 작품 20여점을 포함하여 액자에 끼워져 전시할 예정이다. 아직 마을을 바라보는 눈이 깊지않기에 어떤 작품으로 선보이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의 맑은 시선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은 어른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가올 것이다. 사진 관련 교육은 좀 더 구체화하여 내년에 실시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어보면 마을을 좀 더 주의깊게 본다는 것이 느껴진다. 단지 피사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인 것이다.
제일 아쉬운 것은 아이들과 마라톤을 하지못한 것이다. 마라톤겸 걷기대회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행사와 추워진 날씨로 인해 실행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출발하여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정왕육상경기장을 경유하여 돌아오는 코스다. 의미를 부여하여 기부 마라톤으로 하고자했다.
또 하나, 본동여행을 통해 정왕시장등에서 ‘런닝맨’처럼 미션을 주어 지역 탐방과 문화를 느끼고 또 직접 물건도 사면서 새로운 시각에 눈뜨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련 회의나 정보등을 수집했는데 막상 실행은 하지못했다. “내년엔 반드시 이루도록 해야죠!” 의지가 다부지다.
박병우선생이 평소 즐겨하는 취미는 산책이라고 한다. 집따라 산책을 하면 학교 주변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고 그럼으로서 관심이 생기고 그것들은 교육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마을이 눈에 보이기 전에는 그냥 지나치는 풍경에 불과했다. 다문화센터를 보면 저기에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정왕동의 문제점에도 관심이 생긴다.
정왕동은 아이들이 불안해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네온이 반짝이는 상권, 인도가 거의 없어 안전에 취약한 학교 주변,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부족등, 불안감은 요소요소마다 있으나 그것은 비단 정왕동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왕본동은 불안한 요소를 안전하게 바꾸고자 하는 활동가들의 활약이 있다. 다른 지역보다 활발한 활동가들로 인해 긍정적 변화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본동미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본동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마을에 대한 애정이 쉽게 생기지않는 아이들, 아니 마을에 애착을 가지고 살 만큼 성숙하지못하니 그 점은 패스하도록 하자. 그러나 적어도 살기에 재미있는 마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어쨌든 그것도 학교와 마을에서 공동체적인 활동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기대일 것이다. 단순히 ‘거주지로서의 마을’이라는 인식에서만큼은 벗어나게 하고 싶은 것이다.
박병우선생의 반 학생만 보더라도 본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니 관계의 시야가 넓혀짐이 느껴진다. 마을의 노력이 아이들에게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학교를 벗어나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학교 주변에 노란별길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노란별 길 만들기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말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직접 계획한 것이 마을에서 이루어진다면 주인의식이 생기고 좋겠다, 참여의 결과가 나타나면 두고두고 회자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축제도 그렇게 계획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 참여도가 적었다. 원래의 목적은 마을축제기획단을 꾸려서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않았고 아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홍보나 사회 정도만 열어주었다. 마을축제를 목표로 하다보면 학교가 어느 정도까지 주도해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마을 주체의 다양함에 있어서 주도권이나 그룹들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하는지의 고민이다. 어른들의 관점이 아닌 아이들의 관점에서 맡기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잘 수행해낸다. 그러나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노파심이 생긴다. 믿지못하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지 아이들의 능력치는 아닐텐데 말이다. 실패를 하면 또 어떤가. 실패도 아이들의 몫이고 멋지게 실패를 해보는 것 또한 산 교육 아니겠는가!
“저는 아무래도 교사이다 보니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요. 아이들이 자라고 교육 받는 곳이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이니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마을에서 했으면 하고, 혹시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마을이 안정적인 베이스캠프였으면 좋겠어요.” 따뜻했던 마을이었다는 기억을 갖게하고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마을. 언제든 품어지는 준비된 마을이기를 바라는 선생의 바람이다.
학교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마을활동가들과 교사가 협업하여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나가면 효율적인 교육들이 많다. 교사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성과 마을강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일치할 때 수업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교과서에 있는 지식은 활자의 지식이다. 실행하여 문제 해결을 하고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 참 현장 교육이고 또 미래를 대비하는 생활교육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순수해요, 착하고. 그래서 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고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은 마을이면 더 좋겠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마을에서 함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고 확대하여 발전 될 수 있다면 박병우선생이 걸어가는 군서의 길이 그렇게 험난한 여정은 아닐듯하다. 그가 걷는 길에 희망의 빛이 환하게 비쳐오고 있음이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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