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학생만 생각했으면..
부서에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욕심을 낼 정도로 익숙해졌다. 처음 발령받아왔을 때는 낯선 용어들을 익히는데 정신이 없었다. 용어들이 익숙해지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듯하다. 그래도 아직 완전한 익숙함이 몸에 베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맡고 있는 보직은 마을교육협력팀장이다.
전에 있었던 ‘소상공인과’는 날것의 매력이 있었다. 전통시장과 상인들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삶의 현장’이었다. 이전의 부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분위기를 익히는데만 해도 정신줄이 반은 떠다니고 있었다. 교육을 현장에 이롭게 쏟아붓는다는 것은 교육프로그램만 잘 만든다고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었다. 좋은 프로그램을 효율성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감대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들어가기까지 민•관•학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한 논의가 계속된다. 마치 산모의 오랜 진통 끝에 탄생하는 새생명처럼 좋은 교육프로그램도 긴 시간의 치열한 고통 끝에 탄생하여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면 그것으로 치열했던 지난 시간들은 모두 눈녹듯 사라진다.
휴~ 또 하나 해냈구나...
또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 그런 맛에 이 일을 하는 것 같다. 이렇듯 오랜 시간동안,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시흥의 아이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 하고 있다.
부서의 교육마인드는 바람직하게 서 있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업무이기에 엄마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과 관심 가는 부분등이 관심의 정도를 깊이 하고 있다. 공무원을 떠나 초등학생 둘을 둔 아이엄마로서 매우 유용한 정보와 프로그램들이 많음에 시흥의 앞서가는 교육자치가 세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선 사교육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공교육에만 의지할 수 없는 사교육의 필요성에서 초등학교 때는 적어도 학원을 보내기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부서업무를 맡고 나서의 확신과 신뢰할 수 있는 비전이다. 교사들은 기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모든 교육에 열심히 참여하면 건강한 지역의 아이들로 자랄 수 있을 것을 믿는다.
“제가 사실 넓은 눈으로 보지 못해요. 출근할 때마다 매일 진흙탕 속을 헤치고 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아침마다 출근하는 차 안에는 온통 교육이란 단어만 가득 떠다닌다.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고민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간다. 고등학교는 입시라는 벽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힘들고, 초등학교는 자유로운 활동이 많다. 중학교는 사이에 끼어있어서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상이다. 방과후 중학생들은 갈 곳이 없고 선생님들은 힘들어한다. 자유학년제의 도입이 어떤 성과를 가지고 올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원하는 방향대로 잘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취지는 좋으니 어떻게하면 좋은 과정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방과후 마을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을사람들이 도와주는 더 다양한 활동이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를 매일 생각한다. 마을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으니 좋은 결과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 상사들이 6급 때가 제일 열심히 일할 때지... 했는데 사실 전 7급 때 더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문득 든 생각이 지금 일하기가 더 재밌다, 생각한대로 실현해볼 수 있겠다, 시야도 더 넓어지고... 그렇거든요. 팀장이 되고나니 7급 때와는 다른 시야가 생기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여러 가지를 다 알고 하니까 재밌어요.”
맡은 업무는 ‘마을교육공동활성화’다. 학교에서 마을과 함께하면 아이들에게 좋다라는 것을 알게 하고 다소 귀찮은 업무가 주어져도 하는게 더 좋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다.
공모사업을 내는 이유도 그것이다. 생태적교육전환 사업인데 생태적인 삶으로 만들어내는 것들을 말함이다.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막연하지만 추진하는 것이 있다. 마을과 학교가 같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생활 속의 필요요소들을 체험하는 생태교육이다. 예를들어 분리수거라든지 채식을 위한 삶이면 옆 동네 어디에서 어떤 채소가 나오더라 하면 그것을 알아보고 배워오는 것들을 교육적 접근으로 할 수 있는 순환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생활권 안에 들어와 있지만 너무 익숙해서 무심한 것들을 돌아보고 소중함을 알게 하는 의도도 있다. 공모가 선정되면 초•중•고와 연계해서 마을 안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학교 4,5개와 가정에서도 실천되게 하는데 마을에서 도와주는 방식이다. 이것을 교육과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각 교육과정에 맞게 학교에서 개발하고 마을에서 도와주고 가정에서 실천하는 이것이 생태적교육전환사업이다.
이미 서울시에서 5개년계획으로 발표했던 이 사업은, 좋은 반응과 효과를 보이고 있다.
“계획서 첫 문구가 아이들이 환경 교육권이랑 채식선택권을 요구해서 그에 대한 응답이다 라고 쓰여있었어요. 좋더라고요.” 그에 더해서 영양불균형으로 비만은 물론 건강에도 이상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채식을 먹을 기회를 줘야하지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사업이기도하다.
마을교육공동체가 마을과 함께 할 수 있는걸 만들어내는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우리도 이런걸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여 시도해보려는 것이다. 팀장을 맡고 공모를 낸 첫 사업이기에 잘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시흥의 아이들에게 생태적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 신명나게 일 할 준비는 늘 스텐바이 큐~ 상태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관심과 무관심은 저울 위에서 늘 뒤뚱거린다.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또는 협조적이거나 비협조적이거나 양 부류는 늘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냥 하나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학생’이다.
적극적인 학교와 교사, 폐쇄적인 학교와 업무에 치이는 교사들의 관심의 정도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들어가야 피로감이 덜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들어낸 좋은 기회들을 잡지않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러든 저러든 모든 것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게된다. 교육을 수행하는 교육자 입장에서의 결정은 무시 될 수 없으니 더 깊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더욱 더 안타깝다.
학교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교사들은 학교에서의 행정업무만으로도 버거울만큼 치인다. 그 버거움 때문에 마을학교와의 연계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책임소재 때문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일부 열정적인 교사들은 시와 교육청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에 놀라워하고, 처음 듣는 정보라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한다. 어느 선생님의 의지 하나로 아이들이 받는 수혜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선생님의 의지 하나가 상당히 중요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반면, 힘들게 만들어 낸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개설 후 아이들이 오지않거나 교사들이 힘들어하면 ‘왜 하고 있나?’ 하는 고민을 하게도 된다. 현실에서 어떻게 될지 자신은 없지만, 마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교사들의 업무를 줄게 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지 않을까... 어떤 것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으나 보다 나은 방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도 개방을 원하지만 관리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경우의 부담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성격으로 개방했던 학교 문을 닫는다면 서운한 마음 감출 수 없다.
교사가 바뀌거나 학교장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할 수 없는 교육사업. 새로 시도하거나 혹은 중단되어야 하는 단기 교육사업.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시흥의 교육자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그림이 좋다. 경기스마트과학고의 경우다. 경기스마트과학고는 학교장과 교사의 노력으로 뷰티과를 개설했다. 시흥은 물론이고 인근 학교의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뷰티과 개설 전, 학교를 지역민에게 개방한 주자장 사례가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주민자지과와의 협력으로 학교 뒤쪽의 가건물을 개방하여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경기도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사례다. 주민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마을활동가 및 마을교사, 그리고 시와 연계한 마을교육자치가 이뤄질 공간으로 활용된다. 학교가 오픈마인드면 그렇게 좋은 공간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다. 집행하는 사람으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이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와 협치가 중요하다. 그리고 마을자치와 교육자치의 구분은 확실히 지어져야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자치를 함에 있어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하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않다. 주도권을 운운하게되면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일반자치가 교육자치를 훼손한다는 말을 하는데 자치가 자치를 훼손할 수 있나? 뭘 훼손한다는걸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래서 매일 싸운다. 진전은 느리고 평행선은 유지다. 그러나 싸우면 ‘우리’가 진다. 아이들이 ‘우리 주민’이기 때문이다. 지고 들어가야 비로소 진행되는 별난 구조적 문제는 아마 오랫동안 싸움으로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목표점은 같으니 대화를 나누다가 접점이 생기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하루아침의 변화보다 시간이 주는 결론, 아직까진 그렇게 회의를 거친다.
코로나19로 멈춰버린 마을교육
2020년의 마을교육은 코로나로 멈춰지거나 축소됐다. 전년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도하는 것들까지 합하여 신나게 해보려 했는데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온라인 학습을 하니 교육의 격차가 벌어져 집으로, 학교로 지원을 나갔다. 이마저도 원활한 진행이 되지않아 마을교사들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열린 마음으로 학교와 마을을 위해 바라봐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교육협력기관은 아이들 하나만 생각하면 좋겠다. 마을은 충분히 의지가 있으니.
“적어도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마을에서 하려고 해요”
의견이 맞는 학교나 마을교사들을 만나면 재미있다. 그래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려 한다.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이룰 때가 오면 신명나게 일다운 일을 하고 싶다. 그때는 곧 오겠지..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정왕마을이야기 > 정왕본동-YOU'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부모가 걷는 봉사의 길 (0) | 2020.10.28 |
---|---|
학교 교육이 마을교육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0) | 2020.10.28 |
또 다시 스물여섯 (0) | 2020.10.08 |
밝은 빛을 주는 사람이고픈 22살 세현쌤 (0) | 2020.02.01 |
곽미아의 성장기 (0) | 2020.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