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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행복한 마을공동체

 

학교와 마을은 원래 자연스러운 공동체였다. 7080시절, 마을에서는 이미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마을공동체 형태를 보여왔다. 생각해보면 마을사람들, 친척들, 학교선생들이 마을에서 공동 교육을 하며 지내온거다. 그것이야말로 마을교육의 역사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길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지나가던 마을 사람이 꾸중을 했다. 이웃집 아이들이기에 꾸지람을 할 수 있었던건데 그것이 바로 마을에서의 생활지도다.

 

또 학교선생님들이 돌아다니다 마을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면 마을사람들과 학교 선생님의 친밀감이 상승한다. 야학도 있었다. 마을과 학교는 그렇게 상생했다.

 

그런데 점점 사회는 급변하는 산업화 속에 극개인주의로 바뀌어가고 아파트가 생기면서 마을은 쪼개지고 대가족은 핵가족이 되어갔다. 학교와 집의 중간이 없어진 것이다. 내 자식만 자식이고 다른 아이들은 죄다 남의 새끼가 되어간 현대사회. 마을이 함께 키워낸 내 이웃의 자식은 사라져버렸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마을과 학교와 사회가 같이 한다면... 청소년의 보금자리는 엄청 넓어질 것이다.

 

정왕동과의 인연은 2002년도에 송운중에서의 5년간이 먼저었다. 20년이 지난 후 다시 오게 된 정왕동과 시흥의 교육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2년 당시 시흥의 교육은 안산에 속해있었다. 이후 시흥교육지원청이 생겼기에 시흥교육 자체가 안산교육의 일부였던 시절이었다. 안산교육청 관할에서는 시흥시의 특성을 살린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안산과 시흥의 공통점이 되는 공단 배후 지역이라는 영향의 형태가 주된 교육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안산은 인구도 많고 여러모로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자치나 마을공동체와 같은 일들은 오히려 안산보다 더 선진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곧신도시를 포함한 신도시가 늘어났고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다른 시로 진학하던 때와 달리 초··고의 연계나 자립도가 상당히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교통의 편리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시흥의 지역 여건상 지구별로 뚝뚝 떨어져서 교육공동체가 하나로 모아지는 구심점이 쉽지 않은 것은 단점이 되겠다. 다만 내가 사는 마을이 아닌 다른 마을에 가서 학교와 연계한 마을교육을 논할 수 없기에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면 그것은 장점이 되겠다.

 

내가 속한 마을 안에서의 학교와 연계한 교육. 그 매력적인 마을교육에 흥미를 느낀 군서고 최영락교장선생님. 마을활동가들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점은 마을이 선하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려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 그것이 처음 마음이 통한 부분이었다. 소외되고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마을교육에 힘쓰는 것을 보니 본받을 점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과 이런저런 사업을 하고 마을교육에 대해 논의하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는 작년 9월에 군서고등학교에 왔다. 정왕지역의 정보를 파악하던차에 마을교육자치와 관련된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평소 그리던 그림과 일치하는 바가 많아 힘을 합쳐보자 했다. 뜻이 일치하니 의기투합은 쉽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에 발이 묶인 채 1년을 그냥 보냈다. 작년에는 돼지열병으로 발이 묶이고 올해는 코로나에 발이 더 단단히 묶였다. 그래도 마을의 공동관심사는 늘 논의되어오고 언젠가는.. 이란 희망으로 계획은 세워 놓는다.

군서고가 정왕교육자치 학교 대표로 정해지면서 책임감이 들었다.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다른 학교들이 중심이 된 상태에서 담당했던 이들이 퇴임을 할 경우 후임의 관심과 열정이 연결되지않으면 교육적 지향점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맡게 된 학교대표의 직은 소외된 학생들을 같이 보살필 교육복지가 필요하다는 마을활동가들의 생각과 일치하기에 맡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은 더 나아가서 마을축제도 우리한테 주면 하겠다. 편하게 넘겨라하여 하나씩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마을과 학교가 가장 마음을 통하는데 빠르고 좋은 수단은 마을축제다. 마을축제는 하룻동안 열리지만 그 하루의 축제를 위해 마을과 학교가 6,7개월 이상을 준비한다.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와 준비는 수업과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 속에서 얻는 교육적 효과는 학교에서는 가르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마을사람들과 한데 어울리기에도 좋은 구실인 축제는 그러나 돼지열병 때문에 취소되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가을이 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도 사그라져버렸다. 아쉬움이 남아 강행하려했으나 축제의 강행은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겠다는 생각에서 접었다. 머릿속의 구상은 내년으로 미루었다.

 

그렇다면 마을축제 중심학교로서 최영락교장선생님이 그리고 있는 마을축제는 어떤 그림이었을까? 지난 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우선 말한다. ··고연합, 마을주민 및 일반 시민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온종일 축제에 정왕마을에도 이런 축제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한다. 많은 예산을 들일 수는 없으나 학생들 자체만로도 예쁜 모습에서 보여지는 무대 위의 에너지, 귀여운 부스 체험, 마을관련 책자 홍보등으로 길지 않은 마을축제의 역사지만 주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며 즐기는 축제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내고 진행하는 부스는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되며, 이를 보는 주민들은 마을 안에서 너도나도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므로 마을축제는 큰 의미가 있겠다. 어찌보면 그 옛날 마을 전체가 나서 학교운동회를 하듯 지금은 마을축제로 형태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마을축제는 개최되지 못했지만 학교와 마을은 한달에 한,두번 정도 모임을 갖고 있다. 2,30명 정도가 모여 논의하는 모든 것들은 학생과 학교, 마을과 마을 주민들을 위한 것이니 누군가의 고뇌와 수고로움이 학교와 마을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

 

 

 

밝아서 좋은 군서고 아이들

군서고 아이들은 굉장히 밝다. 등교 때부터 하교 때까지 쾌활함과 자유로움이 행복한 웃음으로 유지된다. 입시에 찌들어 잠만 잔다거나 지루하게 자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재미있게하고 있다는 것이 얼굴 표정에서 나타난다. 그런 얼굴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선생님들의 힘이 크다. 군서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접근할 때 공부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창의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참여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고, 무엇보다 시험 성적이 주는 냉정하고 조급한 것들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게 한다. 물론 시험 기간에는 즐거운 표정이 확 줄어들긴 하다.

 

내신성적 관련하여 0.1 차이로 친구들 관계에서 엄청난 경쟁이 있어 소위 박터지게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군서고는 그런 상황이 드물다고 한다. 질서가 잡혀있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내신 혜택 받기 쉬운 학교이면서 아울러 급식도 엄청나게 맛있다고 한다. 같은 돈이 들어가도 얼마나 가치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현저히 달라진다. 학교에서는 같은 값이면 학생들이 좋아할 음식이 뭐가 있을까를 더 생각하고 연구를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는 전체의 90%를 넘긴다. 급식의 만족감은 지루하고 힘든 오후를 행복하게 만든다. 학생들 급식메뉴 선호도 1위가 고기인만큼 90% 이상의 만족도는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영락교장선생님의 즐거운 학교 만들기 자랑이 이어진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선생님이라면 선생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게 만드는 것은 교장을 비롯한 상사들이라고 한다.

 

선생의 입장에서는 학교도 직장이다. 교사라는 이름을 가진 직장인이 학교라는 직장에 와서 상사나 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듣고 일처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화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고 돌아가게 된다. 선생들도 사람이기에.

 

학생들이 행복해지려면 우선 선생들이 행복해져야 한다. 그리고 근무하는 모든 상황의 조건들이 자유로워야한다. 이미 교사의 자격이라는 것은 나라에서 검증을 했으니 고의가 아닌 이상 업무 실수 같은 것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업무상 실수를 바탕으로 연륜은 쌓여갈테니 오히려 가치있다 생각한다. 따라서 잔소리나 꾸지람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 정한 철칙이며 스스로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 때까지 이해하고 밀어주려는 것이다. 관리자들이 선생들에게 배려하면 그 영향은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바로 전파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군서고는 특히 큰 도시의 학교와 달리 교사들의 신규발령부터 나이든 교사들까지 알맞게 분포되어있다. 젊은 선생에게 배울 점, 연륜있고 나이 든 교사에게 배울 점들은 분명히 있으며 학생들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군서고 교사의 인원배치는 알맞은 삼각형 구조로 되어있어서 선생님들 스스로도 큰 복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다. 학생들과 소통도 잘 되고 행복하게 지낼 터전이 될 수 있던 것은 이런 여러 조건들이 부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직은 희망이 있는 마을공동체

학교가 마을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교육사업을 진행할 때 담당하던 사람이 바뀌거나 진행하던 일이 없어지면 안타깝다.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법제화 되어있지않은 교육 현실의 현주소다.

 

마을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길은 학교에서 마을과 연계된 일을 하고 싶어도 연결이 되지 않은 것을 해결하는데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경기도교육청에서 마을공동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깊이 추진할 생각이 있다면 머지않아 마을 관련 업무가 학교 자체에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마을교육 관련한 부서가 필수로 하나라도 생긴다면 담당 업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니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담당이 바뀌더라도 지속가능하게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을 해보려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흥시에서도 이미 많은 계획과 기회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마을이든 학교든 기본적인 보수의 제공 없이는 원활한 진행은 어렵다고 본다. 학교업무외의 것들과 봉사만 강요할 수 없는 마을활동가들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책임감을 준다면 교육의 실행은 물론이고 마을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만약 우리학교 선생님이 마을교육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출장비를 지원할거예요. 마을교육또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연장이니 일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플러스는 해줘야한다는 생각이거든요.” 매우 중요한 말을 참으로 멋지게 한다.

 

아이들이 교문을 빠져나가면 마을사람들이 지켜주고 교문 안으로 들어오면 학교와 학부모들이 학생을 지켜주니 상생이란 서로 같이 커나가야 하는 관계에 맞물려있다. 마을 밖의 아이들은 남의아이가 아닌 우리아이이며, 이 마을은 곧 떠날 마을이 아닌 내가 사는 마을이다. 잠시 머물다 가더라도 머물고 있을 때 만큼은 내 마을에서 행복하자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나는 엑스트라지, 주인공이 아니예요, 주인공은 마을사람들인거지요.”

 

마을교육에 바라는 점

현대사회에서의 마을교육이란 아직 정립되어있지 않다. 시작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마을교육은 학교 정규수업에서 듣지 못하는 걸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업도 흥미로워야 학생들의 참여도나 집중도가 높아진다. 너무 강제적이면 학원의 느낌이 난다. 마을교육은 적어도 학원과는 별개의 형태가 되어야한다. 물론 자기 비용 부담도 없어야한다.

 

그러려면 청소년문화센터나 복지회관등을 이용하여 학교 밖 아이들을 마을과 학교에서 공동으로 관리할 수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가정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아이들한테는 좀 소홀해도 괜찮다. 가정의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을 중점적으로 먼저 관리해 나가면서 발전시켜야한다.

 

마을교육 거점공간에서는 시에서 운영하는 것이든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이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결하여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면 마을교육의 50%는 성공한 셈이 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마을교육을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전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굉장히 희망적이며, 아시아스쿨이 가장 좋은 예이다. 그러나 마을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들에 대한 정보는 아는 아이들만 안다.

 

홍보의 부재로 활발한 운영이 되고 있지 않는다면, 학교와 연결하여 홍보하면 훨씬 수월하고 쉽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마을교육을 실행할 때 마을이나 시에서 나름대로 홍보를 하겠지만, 학교 쪽으로 연락한다면 학생들과의 연결이 쉽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종의 네트워크가 단절되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교는 학교, 마을은 마을 그리고 학교와 마을.. 그래서 공동체가 성공하려면 네트워크화가 되어야한다. 네트워크의 연결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중요한 장치다. 지속이 가능하다면 마을은 없어지지않는다. 그러면 학교도 사라지지않는다. 상생이 중요한 이유다.

 

교사란,

교직 생활 35년간 첫 교사 발령 후 참 많이도 변했다. 교사는 꿈만 먹고 지도하는 직업인 줄 알았다. ‘내가 가르치면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며 듣고 꿈을 찾아 미래를 설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교사 생활을 한 후 이틀만 지나면 꿈은 사라진다. 현실은 그렇게 다르다. 고등교사 때는 입시 때문에 힘들고 도시 근무 때는 학생들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부모 민원이 상당했다. 학생지도를 위해 회초리를 들던 시절은 사라지고 학생 인권이 팽배해졌다.

 

그저 스스로 마음을 달래가면서 학생들을 이해하면서 점점 자신을 녹여내야 아이들의 빛을 바라 볼 엄두가 생긴다. 어쨌든 선생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사라지면 월급 타려고 아이들을 가르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꿈과 현실이 왔다갔다하며 힘든 시기를 겪지만, 후에 가르치는 일은 그래도 꿈을 키우는 일이라 좋다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거기에는 학생들의 존경이 바탕이 되어야함은 전제다.

 

아마도 군서고에 있는 이 시기가 나중에 봤을 때 행복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는 최영락교장선생님은 오늘도 스포츠를 즐기러 나간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등으로 교사들과 학생들이 흘린 땀은 가을햇살에 건강한 빛으로 반짝거린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