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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마을교육자치로 다시 그린 교육

언제나 조용한 함현초 가는 길, 차량은 많으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길에서 가을햇살 흩뿌려진 오후를 만났다. 교정에는 아직도 지지않은 장미가 활짝 피어있었다. 그리고 바쁜 함현초 운동장도 마주했다. 운동장 반을 나눠 체육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미세먼지에 대비하는 체육관에서는 아이들의 실내학습놀이가 펼쳐질 것이다. 코로나로 위축된 학교지만 그래도 학교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2층 교무실로 들어서니 책상 사이사이마다 아크릴 벽이 설치되어있다. 비말차단용인가보다. 늦은 오후인 탓인지 교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향숙교감선생님외에는.

 

선선한 가을바람 앞에 장미처럼 우아한 모습을 하고 선 사람, 가을햇살에 비친 이향숙선생님은 우아한 장미향을 풍기고 있었다. 단아한 음성과 단아한 모습에서.... 그러나 정말 힘들었던 학교를 안정화시키기까지 들였던 노력들을 생각하면 그저 추억으로만 남겨둘 수 없는 뭉클함들이 있나보다. 어쩌면 그 길은 사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둠에서 빛으로.

 

교사로 오랜 시간동안 근무를 해왔지만 그 학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 속의 시간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군서초.. 그래서 더욱 잔상이 남는 학교다.

 

어두웠던 군서초

군서초에서 근무하던 5년은 무척 힘들었다. 그저 도망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학생 생활지도와 학습지도가 너무 힘들고 학교폭력과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학교에 대한 공격, 지역사회의 비도덕적인 모습 등으로 처음에는 빨리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고 어느 순간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5년간 혼신을 다하여 근무했다.

 

군서초는 유난히 경제적으로 힘들고, 결손가정이 많아 생활지도와 학습지도가 힘든 학교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결손가정, 다문화가 급증해서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복지 문제 해결과 꿈 키워주기 등에 포커스를 맞추는 교육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했다. 특히 저녁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저녁 돌봄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제공하였고, 시청 공모 예산을 받아서 도시락 강좌 등 저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역과 협력하여 아침밥 제공, 위클래스 설치 등으로 심리적 치유에 주력하였으며, 위클래스 설치, 복지시설 구축, 다문화거점학교 운영, 다문화 학급 설치 등을 추진했다.

 

군서초는 확실히 달라졌다.

군서초에 처음 발령받아가서 생소하고 놀랐던 일은 경찰차가 수시로 학교에 들어와서 문제 학생을 찾아오거나 데려가는 일들이었고, 학생이 학교를 자주 오지 않아 아침마다 모닝콜을 하고, 수시로 가정 방문을 하고, 학급 학생을 찾아서 PC방 까지 찾아 다녔던 일들이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건 다반사고 도벽성이 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교사 가방을 교실에 두지 못하고 들고 다녀야할 정도였다. 그런데 교육청과 시흥시청의 많은 행·재정적 지원으로 교육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임기를 다할 무렵 다문화 일반 학급 설치를 완료하고 나와서 교사들이 승진 가산점을 부여받게 되어 선호하는 학교로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따라서 열정있는 교사들이 모여 학교가 안정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및 다문화 학생이 급증하여 다른 학교와는 교육환경이 확연하게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마을교육자치는 필요하다.

학교가 마을 안에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마을과 학교가 분리되어 존재하고 있으며, 하물며 인근 학교와도 공조가 이루어지지않고 있다. 특히 학교급이 다르면 학교 울타리를 함께 쓰고 있어도 전혀 소통과 공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이 마을 안에서 성장하고 있고 생생한 체험학습 등 창의적 체험학습의 장이 바로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마을과 학교가 분리되어 있어 교육의 장을 마을로 확장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삶과 앎이 일치하는 창의적 체험학습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마을 교육공동체의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잘 이끌어 갈 마을교육자치가 필요한 것이다.

 

마을교육자치를 학교에 가지고 들어오다.

20123, 오이도에 있는 옥터초에 근무할 때다. 시흥시청 주관 오이도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하는 학교 가든 가꾸기 사업을 통해서 마을교육자치를 학교에 도입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소외 지역으로 잠자는 학교처럼 여겨졌던 학교가 마을교육자치 도입으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172월까지 혁신학교의 메카인 계수초에 근무할 때에 이미 마을교육자치를 도입하였고, 그 이유는 교육이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해야 아이들이 생생한 체험을 통해 올바른 배움과 성장을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마을교육자치로 달라진 학교 교육

마을교육자치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와 흥미가 높아졌다.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해졌고, 의견이나 친구들간의 협력도 좋아졌다. 시끌벅적하긴 하지만 그 시끌벅적함 속에서 아이들은 학습을 제대로 하며 머릿속에 온전히 메모리화했다. 더불어 좋았던 효과는 학부모와 학교가 일체감을 갖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힘을 모아 학교폭력과 민원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 체험학습 등의 활성화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하고 학교생활에 만족도를 높혔다. 이런 변화들에 탄력을 받아 학생들과 학교가 변화하고 학교교육의 장이 확대 되어 다양한 교육을 하게 되었다.

 

마을교육자치를 실행함으로서 문화예술 기능은 매우 탁월해졌으며, 협업문화가 조성되었다. 학습 및 학교생활에 흥미도와 높아진 만족도는 진로 탐색에도 큰 도움이 된다. 마을교육자치는 그래서 꼭 필요한 자치라 생각하고 있다.

 

시흥의 교육은 교육의 중심을 학교에 두고 마을과 함께 더불어 교육을 펼쳐 나갈 때 마을교육자치의 의미와 가치가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마을교육자치에도 장·단점은 있다. 우선 좋은 점은 마을교육자치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고 진로탐색과도 연계 되어 학생들이 미래핵심역량을 키우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을교육자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칫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흥미 위주의 수업만을 갈망할 우려가 크므로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게 마을교육자치의 필요성과 의의 등 충분한 사전 교육 및 홍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적절한 교육의 플랜은 학교와 마을, 기관에서 충분한 점검을 통해 보다 유용한 수립을 위한 논의가 수반되어야한다.

 

마을교육자치는 학교 밖에서도.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마을교육자치는 매우 절실하며 가치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학교 밖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심리적인 안정을 요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비전과 꿈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당국의 행·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들을 이끌어 줄 전문인력과 봉사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을교육자치회에서 실천 가능한 것은 찾아서 실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것들이 실현되려면 마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의 인적 자원들을 발굴하여 역량을 키우고 그들과 함께 아이들을 키워내야한다. 힘든 시기들을 거쳐 안정화 된 학교들은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고 뿌듯함도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을교육자치의 필요 이유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