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젊은 선생님이 젊음이 주는 특유의 열정으로 마을교육에 힘써 준다면 마을로서는 더없는 반가움이겠다. 거기에 연륜있는 선생님들이 리드해주고 뒷백이 되어준다면 더욱 천군만마이겠다. 군서초 최연철선생님, 35세.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하겠노라’는 한마디는 그냥 지나는 말이 아닌 정말 건네면 해낼 것 같은 신뢰감을 준다. 시흥, 마을, 군서초... 알아가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부천에서(거주지가 부천이다) 시흥으로 들어올 때 배곧을 거쳐 오이도를 거친다. 일부러 돌아서 온다. 시흥을 보기 위해서다. 자연환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뒤쪽으로는 농촌이 보이고 좀 더 지나오면 공단이 보이고 지하철도 보인다. 복합적인 모습들이 촘촘이 담겨있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는 도시라 생각하며 지난다. 교통도 좋고 아파트도 많고 가게들도 많은 번화하고 다양한 모습들은 출.퇴근에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학교 근처로 오면 또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시골의 작은 골목을 보듯 정겨움이 넘쳐난다. 마을 안의 군서초는 더욱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끈 것은 학교 근처에 있는 중국어로 된 간판들이다. 학교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고 국적도 다양했다.
새로운 환경의 적응은 그러나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은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그대로 그냥 ‘우리아이들’이었다.
시흥으로 오기 전, 들은 얘기로는 시흥의 마을교육이 참 잘 되어있더라였다. 또 군서초는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마을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진행 사업이 대부분 중단 된 상태라 알게 될 기회가 없었다. 그저 ‘시에서 학교와 마을을 연계하여 마을을 이해하고 교육을 한다’ 정도의 정보만 갖고 있을 뿐이다.
맡은 업무는 ‘복지’와 ‘사제동행’이다. 복지 관련 업무는 주로 복지사와 연결되는 사업이 많다. 행정적 지원을 하고, 문화생활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모아 ‘사제동행’ 활동하는 것이 전부인 지금은 그러나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하고 교실에서 영화 보는 정도에서 그쳐야 했다. 코로나는 참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손발을 묶어버렸다.
아직 군서초에서의 1년이 다 채워지진 않았지만 학생들의 내면이나 가정생활에 있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봐줘야할 것 같다는 최연철선생님은,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한명한명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선생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교사로서 맡은 아이들만큼은 수업보다는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교실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반을 만들고 싶고 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이다. 즐겁게 공부하고 즐겁게 노는 학교와 교실은 최연철선생님이 꿈꾸는 분위기이며 신념이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등교도 많이 못하고 교실에는 책상마다 칸막이가 처져 있어 꿈꾸던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저 소소하게 아이들과 교감 정도만 나눌 뿐이었다. 그리고 체육활동으로 아이들과 더 가깝게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최연철선생님이 그려낼 미래의 군서초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까? 그의 잠재된 능력치를 미리 알고 기대를 하고 있는 이들이 벌써부터 학교와 마을에 있는 것을 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그 기대치에 어떤 느낀점을 갖고 있는지 복지담당 최연철선생님을 바라 본 군서초 이시연복지사의 말을 들어보았다.
“최연철선생님이나 저나 이 학교에 온지 얼마 안됐어요. 업무를 보니 최연철 선생님이 교육복지 담당교사로 되어있더라고요. ‘사제동행’ 한꼭지도 갖고 계시고요. 선생님께 말씀드렸죠. 담당교사로서의 해야 할 역할들이 더 있다 했더니 다 하겠다, 잘 모르지만 걱정하지말고 얘기만 해주면 다 하겠다... 열린마음이신거예요. 배우고자하는 마음에 수용하는 마음까지,,, 또 굉장히 과묵하세요.
그리고 본인이 맡은 거에 대해서 깔끔하게 처리를 하시더라고요, 업무능력도 좋으시고 젠틀하시고.... 그런데 아이들하고 수업을 하는걸 우연히 봤는데 정말 아이들한테 편안하게 오빠같기도 하고 삼촌같기도 하게 대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교사로서도 굉장히 멋있는, 엄마 입장에서 봤을 때 교사? 대개 완벽하다, 그래서 이 분을 마을로 모시면 좋겠다고 마을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우리 학교에 마을교육공동체 일을 같이 하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그 선생님에게도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가 봐도 괜찮은 분인 것 같다 그래서 같이 뭔가를 하자고 얘기는 했다고 해요.
선생님을 봤을 때 굉장히 적극적이었던 부분이 온라인학습이 실행되면서 학습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있었어요. 가정방문지도 수업을 했었는데 우리끼리 만들어서 1학기 때 진행을 했고 2학기에는 시예산을 받아서 했는데 받는 과정에서 공모를 해야하는거예요. 말씀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다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이 ‘제가 할 수 있는건 다 할게요’라고 하셔서 공모 신청하고 시청에서 연락오는거 다 받으시고, 본인이 해결 안되는건 저한테 연락주시고, 선생님들한테도 홍보해서 학생들 모집하는 것까지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해주셨거든요.
경험이 없어서 마을하고 함께 하는 거, 지역하고 함께 하는 거를 못할 수는 있지만 뭔가를 요청을 드리고 알려드리면 정말 성심껏 열심히 하실 분이라는 걸 느꼈어요.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딱 맞는 선생님이 오신거 같아요.”
이시연복지사가 언급한 마을교육공동체 일을 하는 분이 알고 보니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 3권의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박병우선생님이었다. 불금이 한창인 저녁 시간에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보았다. 역시 모범적인 박병우선생님. 바로 답을 주었다. 전화연결이 되어 전화 인터뷰를 하였다. 박병우선생님이 말하는 최연철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최연철선생님이 올해 저희 학교에 오셨거든요. 학년이 다르고해서 자주 일 적인 것으로 만나지는 못했는데 운동을 같이 해요. 배드민턴을 같이 하는데 운동하면서 최연철선생님을 만났어요. 운동할 때도 그렇고 운동하러 와서 사람들하고 어울릴 때도 보면 진중하신 분 같아요. (마음의) 깊이가 깊어서... 아무리 큰돌을 던져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분인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동학년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거든요. 배려를 엄청 잘하고 주변에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일이 있거나 하면 먼저 와서 도와주겠다 얘기도 하고 뭔가 주변사람들이 어려워하거나 불편한 게 있으면 부탁하지 않더라도 먼저 가서 그 일들을 처리하거나 해결해놓는 그런 분이라는 얘길 들었었어요. 생각에도 깊이가 있고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깊은 사람이다 라는걸 느꼈어요. 그런 분이 마을교육공동체에서 함께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 되겠지요. 학교에서 저 말고도 참여하실 분들이 있어야 하니까.. 최연철선생님은 정말 잘 하실거라 생각해요.”
마을에서 탐(?)을 내는 인재라고 하는데, 마을활동가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앞서 이시연복자시나 박병우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최연철선생님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해준다면 마을로서는 대단히 감사한 일일 것이다. 학교의 인재는 곧 마을의 인재이기도 하다. 학교와 마을의 인재는 곧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스며들어갈테니 모든 교육적 활동은 두팔 벌려 반기는 환영이 된다. 아쉽게도 박병우선생님은 1년이라는 시간만 함께 할 수 있다. 1년 후 그 자리에 최연철 선생님이 자리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2021년, 최연철선생님과 시작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며....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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