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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자연이 품은 저 빛나는 구화처럼.

자연이 품은 저 빛나는 구화처럼.

나무 아래에 각종 식물이나 곤충들이 살고 있듯이 자연 속에 사람이 있어 그 존재가 유지된다. 자연 속에 사람이 있지 않고, 사람 속에 자연이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이치는 모든 강제적인 것들로 인해 변형이 생기고 재해가 생기니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자연답다 할 것이며 인간에게 유익함을 준다 할 것이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저 자연 안의 사람들처럼 땅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품으며 모든 것을 내어주고 또 이끌어준다.

 

살아있는 흙 속에는 균이 있고 미생물이 있다. 그럼으로서 작물이 바로 살게 된다. 작물마다 필요한 거름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살아내야 잘 커간다는 것이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YOU’ 인터뷰 명단 중 이구화/어린이농부학교 강사라는 타이틀에 퍼뜩 눈이 갔다. 농사를 짓고 있어서 그런가, 인터뷰를 하면서 얻어(?) 갈 정보라도... 사심이 약간은 들어있는 인터뷰였음을 고백한다. 명단을 받기 전, ‘경기마을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어린이농부학교에서 초등 어린이들과 메리골드 심는 이구화선생을 본적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햇빛 차단 모자를 쓰고 장화에 몸빼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는 이구화라는 사람이 상상되지는 않았다. 인터뷰 하는 날, 코로나19로 여전히 마스크를 쓴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흙 아닌 곳에서의 그는 사뭇 달라 보였다. 이구화. 한자로는 求花. 뭔가를 찾고 구하고 그래서 노동을 많이 하는 삶. 이구화씨는 자신을 그렇게 평가했다.

 

 

꿈틀대는 생명체들

2014년도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어린이농부학교 도시농업이라는 교육과정을 시흥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것이. 강사의 길은 2017년도부터다. 농사를 좀 더 잘 짓기 위해.

 

처음 농부학교는 바라지꿈틀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그 다음은 어린이농부학교였다. 지금은 가족농부학교로 바뀌었다.

 

스마트폰과 아파트 문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흙을 밟는 것조차 주저했다. 하지만 직접 땅을 일구고 작물을 수확할 때면 모든게 자연스러워진다. 지렁이나 벌레를 보고 비명을 지르던 아이들은 이내 친해진다.... 아이라서. 심지어 관찰하는 일까지 생긴다. 농사는 생소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를 붙인다. 어린이농부들은 농사를 지으며 성장해간다.

 

농사 활동은 가족간의 유대감이나 이웃간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자연환경도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게 한다. 바른 먹거리와 작물들을 키워내는 과정에서 흙을 이해하고 작물을 이해하는데 곧 자연의 이해로 연결된다. 자연작물을 통해 건강과의 연관성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키워낸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작물의 성장관찰은 이론에서는 다룰 수 없는 중요한 현장수업이다.

 

시골 출신이라서 잘 알고 있는 농사라...

떡 만드는 법을 배운적이 있다. 가르치던 선생님이 신선한 재료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는 모습을 보았다. 같이 찾다보니 내가 지은 농사가 더 신선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욱 결정적으로는 부모님으로부터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부모님에게 직접 지은 농산물로 바른 먹거리를 드시게 하니 효과가 좋았다. 이상행동을 보이던 어머니의 30년 치매는 관리하기 쉬운 치매로 바뀌었다. 어느 정도 소통도 가능해졌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당뇨를 앓던 아버지를 위해 발효음식을 만들었다. 발효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재료가 필요했다. 농사를 더 잘 지어야했다.

 

농사를 위한 농사가 아니라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위해 하다보니 그 효과가 부모님이나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정서적 치유나 작물이 자라면서의 과정을 보고 결실을 맺는 충족감, 농산물을 통한 놀이문화, 농사를 지으면서 노동의 댓가가 얼마나 큰 보람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매우 정직하게.

농사는 생중계

자연에서 나는 작물들이기에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씨앗이 발아가 잘 됐는지, 벌레에 갉아 먹혀 수확에 지장이 생길 것인지... 생물이기에 수시로 관찰해야 하는 농사는 상황에 따른 프로그램 진행을 요구한다. 관찰은 곧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매번 땅을 보아야한다.

 

일본의 어떤 자연농법 하는 사람이 책을 썼는데, 농업은 관찰농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섬세하게 관찰을 하게 된다고 한다. 관찰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 세상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작물은 계속 변한다. 관찰하기 싫으면 농약이나 퇴비, 비료를 뿌리면 된다. 비료를 뿌리면 흙이 죽는다. 미생물들이 활동할 필요도 없고 작물들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 작물들은 뿌리가 깊게 들어가야 자기 공간 안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비료를 주게 되면 뿌리가 활동할 필요를 느끼지못한다. 스스로 노력하는 작물에서 나온 열매가 훨씬 맛있다. 토종이 맛있는 이유다. 그 옛날, 비료를 뿌리지 않던 시절에는 고추를 키울 때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쉽게 자라게 하는 방법을 쓰면 몸은 편해진다. 그래서 자연농법이란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아직까지 관찰보다는 몸 쓰는 것에 더 신나하고 있다. 낯설어하던 첫 수업이 호미를 들면서 친숙해지고 작은 손으로 직접 구덩이를 파고 작물을 심고 흙을 덮으면서는 옷을 버리는 것도 아랑곳 않는다. 조롱박, 호박, 수세미, 토마토, 가지, 참외, 오이, 비트, 고구마, 대파, 검은찰옥수수, 해바라기, 봉숭아, 코스모스, 우엉 등등. 쉽게 맛볼 수 있는 경험이 아닌 어린이농부교실은 식생활 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산지식을 얻어간다. 농부는 흙과 하늘과 기후로 땅을 일궈내는 산지식인이다.

 

 

토종사랑

토종사랑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2020년도에 동아리 등록을 하고 올해 단체 등록을 했다. 30년 이상 우리 땅, 우리 기후에 맞게 저금 된 작물들의 씨를 받아 나눔하고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며 수확한 작물들을 활용하면서 바른 먹거리로 적용하는 목적으로 토종사랑이 만들어졌다.

자연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그 효과가 대단한데 아무리 강조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경제관념으로만 생각하고 건강에 관한 것은 받아들여지지않는 것 같다. 인식변화의 어려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보이지않는 그 가치가 얼마나 엄청난지 그들은 모른다. 그럴수록 더 강조해야 하는 것은 이구화씨의 몫이 아닐까.

나는 농부다 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않고 그냥 즐기고 있어요. 무엇을 대단히 알아서 가르친다기보다 관찰하면서 생긴 노하우로 경험치를 전하는 정도에서의 수업을 하고 있지요.”

 

이구화씨는 토종사랑을 앞세워 토종작물을 지켜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씨앗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토종작물을 심게 되면 단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것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 모든 바탕에는 친환경으로 재배될 수 있도록 농업기술센터 자체에서 몸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또한 있다고 전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씨 뿌리고 재배해서 먹고 놀았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 맘껏 뛰어 노는게 기억에 남잖아요. 여기 오면 학교는 다 잊고 맘껏 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끼를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활동을 하는 어린이농부학교 아이들은 어쩌면 자연이 선택한 자연인인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농부학교는 매주 수요일마다 경기마을교육연구소에서 운영한다. 군자동 주면참여예산으로 군자동생태놀이학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농부학교는 매주 수요일에 군자동생태놀이학교는 격주 토요일에 한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