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넘치는 카리스마! 강현숙
하중동 엠마우스 카페에서 만난 강현숙강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어디서 봤더라... 머릿 속에서 뱅뱅 돌았다. 아! 시흥창체수업. 월곶초. 나는 지니어스다! 수업. 아카이브 취재차 갔던, 학교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그 강사였다. 풍부한 표정에 목소리의 울림이 좋아 기억 속에 넣어두었나보다.
역시 능력 있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잘도 채간다. ‘책먹는여우들’ 대표 강사와 3년차 강사에게 동시 픽업이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에너지를 죄다 쏟아내서다. 항상 뭔가를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도 이유가 될 것이다.
‘책먹는 여우들’ 강사 자리를 권유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는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접목시켜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책만으로 확장된 사고를 넓히기엔 어렵다 라는 생각은 그동안 수업했던 놀이나 전래놀이를 연결하는데서 문제가 해결됐다.
“사실 어떤 교육 방법을 취하든 중요한건 아이들과의 소통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놀이 도중에 바뀌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소통에서 얻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 노하우라면 노하우랄까.
내 아이로부터 시작 된 ’나의 놀이‘
강현숙씨에게는 4학년, 3학년 연년생 딸과 아들이 있다. 아들이 5살일 때 시작된 일이다. 문화센터에서 가베수업을 받았을 때다. 가르치던 선생님의 사정으로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 내가 해보지 뭐, 배워서 내가 알려주지 뭐” 그렇게 시작된 강현숙의 놀이. 집에서 아이 둘이 온 몸에 밀가루를 뿌리면서 놀게 할 정도였으니 극성스러운 엄마이긴 했다.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집중한 탓이다. 수업이 안되면 ’내가 하면 되니까.. 놀면 되잖아’ 라는 과감한 생각은 ‘한발두발협동조합’과의 인연을 만들어내고 학교 수업까지 연장하게 했다.
“딸이 어제 그 얘기를 하더라구요. 엄마는 많고 많은 선생님 중에 왜 놀이선생님 했어? 라고요. 정말 간단하게 말해줬어요. ‘너랑 놀려구!’ 정말 그게 계기였으니까요.” 딸과의 소통은 활발한 편이다. 반면 아들은 꽤나 묵묵하다. 말없이 곁에서 지지하는 쪽이다. 속이 깊다. 힘들어하면 뭔가 도와주기위해 기다려주고, 딸은 행동으로 표현해준다. 활동의 원동력은 바로 아이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사고를 창의력 향상으로 발전시키려면 ‘강현숙’이 가지고 있는 틀을 완전히 깨부셔야 답답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그게 바로 ‘놀이’다. “안 그랬으면 우리 아이가 너무 힘들었을거예요.” 놀이수업이나 책수업이나 아이들과 하는 모든 것들은 놀이가 되었다. 그야말로 놀이도 활동도 ’미친 듯이‘ 했다. 그렇게 열정적인 강현숙강사는 온몸으로 모든 에너지를 죄다 쏟아내고 집에 들어가서는 기절한다. 기절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도와주는 수업준비는 단순한 도움이 아닌 가족의 어루러짐이 된다. 그래서 매 순간 소중하지않은 시간이 없다.
또 다른 아이들
가르치던 아이들을 우연히 다른 수업에서 만나면 반가워서 먼저 인사를 한다. ’나를 몰라봐도 내가 알아보면 되지‘ 이런 심정으로 다가선다. 참 밝은 성격이다.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을 제법 인식하는 재주도 있는 탓이다.
코로나19로 생이별을 해야 하는 아이들과의 만남, 다음 학기를 기약하고 싶지만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는걸로 아쉬움을 달랜다.
현재 강현숙강사는 ‘책먹는여우들’로 푸른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4개월째 만나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불러주고 자기를 알아봐주고 자기의 생각을 받아주는 것에 마음을 연다. 그렇게 열린 마음이 점점 다가온다.
그것을 이제는 전문적으로 품으려고 한다. 어루만져주고 싶어도 아이들을 위한 제도를 모르면 발만 동동 구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사랑만 준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란걸 알아버렸기에. 현실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하기 위한 공부. “그것이 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하게 된 공부다. 뭔가를 더 알려주고 싶고 뭔가를 더 도와주고 싶어서다. 어느덧 4학년이 되었다. 내년 여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귀한 시흥, 귀한 사람들...
부천에서 건너와 살게 된 시흥살이는 딸의 나이와 같다. 강사활동을 하면서 시흥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시흥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아요.” 생금집을 좋아하는 딸과 갯골생태공원의 갯벌의 역사와 소금창고의 역사도 흥미진진하다. 최근 호기심이 생긴 거북섬도 떠올려진다.
“거북섬이 시흥의 미래다! 라고 하더라고요. ‘너의 미래가 여기있대.’ 라는 얘기잖아요. 한번 가서 탐색해보고 외부인들에게 소개해주고 그러면서 시흥의 과거를 보여주고 싶어요”
작은 시골일 거라고 생각했던 시흥을 들여다보니 귀하게 여기고 있더란다. 논이며, 밭이며, 바다며, 작은 단위의 마을을 내려다보는 구름마저도.... 그렇게 귀하게 여긴다는건 사람도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귀한 사람들을 만났다.
“앞에서 이끌어주는 조은옥선생님, 뒤에서 하나하나 다 받아주는 문숙희선생님, 분위기메이커 영희선생님, 수줍어하지만 때로는 직설적인 효진선생님, 이름 그대로 인자한 인자선생님.. 너무 좋아요. 이 분들은 사람을 중시해줘요. 그게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좋아요.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 같아요.”
강한 열정은 그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거, 그래서 집에만 있는다는거, 상상할 수 없다. “제가 공대 출신이거든요. 그 전에 했던 일이 반도체에서 설비개발도 하고 공정개발도 했던 엔지니어예요. 그러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반도체다보니 안 좋은 가스들도 있고 약품들이 있기 때문에 안되겠다 싶어 그만두게 된거거든요.” 5년 정도 일하다가 아이로 인해 멈추게 된 전형이다. “아이에게 집중하려고 하다보니 이 성격이 가만있지 못하고...”
내게 당연한 것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르게 비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되면서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일상. 강사로 활동한 5년간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면서 가정주부의 얼굴은 강사의 얼굴로 바뀌어졌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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