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인생, 하은희의 출근길
“일찍 결혼해서 일찍 키워놓으니까 자유롭고 좋아요.”
너무 열심히 살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일의 무게를 조금 덜어 쉼을 동반한 일을 하면 즐길 수 있게 될까? (사)더불어함께 사무실에서 만난 하은희선생은 자그마한 체구에서 여유있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듯 보였다.
100세 인생에서 딱 절반이 된 나이의 그녀. 두 아들을 키워내며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했던 인생의 절반은 치열한 삶이었다. 다시 시작하는 인생2막, 치열했던 앞선 삶은 내려놓고 낯설지 않은 돌봄 관련 일을 하며 쉬어가는 뒤의 삶을 막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십년 넘게 일하다보니 지쳤다고 해야할까... 원장을 바라볼 나이에 사표를 던지게 된 것은 오랜 교사 생활에서 오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모든 것을 놓았던 작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들들도 장성하여 더욱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자유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러다 백재은사무국장으로부터 ‘신중년사업’에 대해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엄마품멘토링’인 줄 알았다. 보육교사를 오래 했기 때문에 정서 지원 현장에 가면 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면접을 보면서 사원으로 채용 당했다.
시간을 가로질러 왔던 삶에서 시간을 품 안에 둘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지역을 아우를 수 없을까 하던 생각은 신중년사업을 만나게 되면서 실현되었다.
어린이집이 1년을 계획하여 얽매인 가운데 끌어가는 구조라면 ‘더불어함께’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즉흥적인 것들이 생기면 그마저도 자유로운 속에서 움직인다. 움직임 속에 마을을 위한 봉사심으로 무장한 지역활동가들이 있고, 박봉이지만 보람을 갖고 일하는 신중년들이 있다. 그들은 주어지는 이익이 없음에도 내가 사는 마을과 아이들을 위해 얼마든지 봉사를 하고자 나서 새삼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마을과 마을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존경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하은희선생은 아이누리돌봄센터 행정관리를 맡고 있다. 경기마을교육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농부학교와 자전거교실도 관리하고 있다. 아직 배워야 할 것 투성이지만 부딪혀가며 하는 일들이 재미있다.
(사)더불어함께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돌봄사업은 지역 사회 중심으로 아동 돌봄 공동체 기반을 조성하여 지역 내 돌봄 수요 및 자원을 고려,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 주로 맞벌이 가정이 많은 지역에서 돌봄의 기능이 활성화 되어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보육인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시나 학교에서도 돌봄을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을 잘 키워 성장시키는 것은 부모뿐 아니라 어른들이 동반해야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 못지않게 정서지원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시점에서 사회와 부모는 어느 한쪽의 기울어짐 없이 아이들을 마을 안에서 품어야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현대 학부모의 인성이 다소 격해진 현상들을 보면 버거울때도 있지만, 시대적 현상을 과거에만 묶어놓을 수 없으니 그에 맞는 대처법을 고민해본다. 그래도 돌봄은 어린이집에 있을때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다.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해내는 일들에서 보탬이 된다는 자체로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 겨우 6개월여의 근무경력이지만, 이 책이 나올 즈음이면 모든 것에 익숙해져 있는 활동가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아직도 자신의 재능을 뒤로 한 채 집에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잠재적인 인력들인데 아깝죠. 그냥 용기내서 나오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손잡아 줄텐데...”
하은희선생은 짧은 하루 근무를 마치고 남은 시간동안 운동과 기타를 배우러 사무실 문을 나선다. 여유로워진만큼 삶의 질이 높아졌다. 더불어 건강도 지키고 있다.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반백년동안의 보상은 그렇게 하은희선생의 하얀 얼굴에 미소를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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