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 작은 책상과 의자가 모여있는 군서초 5학년 2반 교실에서 만난 정신원 선생님은 여리여리한 외모와 어울리는 앳된 음색으로 필자를 반겼다. 4개월여의 짧은 군서초 교사 생활이지만 지역에서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부캐로는 달맞이학교 교사다. 달맞이학교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먼저 받아 읽었다.
1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경력이지만 일반 학교에 있다가 군서초에 오니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있던 곳이 대한민국 평균 초등학생이라 생각했던 탓이다. 새로운 환경에 많은걸 배워야 하고 아이들도 적응해야하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와 중에 달맞이학교 교사 제안은 배워야 할 것도 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가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수락하게 된 마을 봉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자마자 하게 된 수업이지만 다행히 어르신들이 반겨주었다. 마음도 열어주었다.
달맞이학교는 어른들의 살아 온 삶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만으로 하나의 배움이라 생각해서 가르친다기보다는 함께 배워간다는 느낌으로 수업에 임한다. “어르신들은 맞춤법이나 문법이 서투신거지, 인생에서 너무나 많은 경험과 하나의 글감을 풍부하게 만들어 풀어나가시는게 있으셔서 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지않나 하는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린이와 어르신들의 차이점은, 어린이들은 지식을 전달해야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며 배경지식을 심어주는 느낌이 많은데, 어르신들은 주어진 글감에서 이미 경험한 것들에 대한 감정과 반응을 보인다. 얻어지는 공감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때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연로하지만 배움에 대한 의지나 열정이 어린이들보다 많기에 더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 내지는 한(恨)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 하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에 속상해한다. 심지어 자책까지 한다. 작은 피드백이나 칭찬에도 큰 의미를 두고, 손녀뻘인데도 선생님이라 꼬박꼬박 호칭하며 존중해준다. 그래서 수업을 마칠 시간이 되면 항상 뭉클한 마음이 남는다. 그 마음은 다음 수업 때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의 40여 분간은 온통 그 생각뿐이다.
학교의 반 아이들은 매일 보고 많은 시간들을 같이 보내는데 어르신들은 기껏해야 몇 주에 한번 보고, 그것도 순번이 와야 볼 수 있다. 두 시간 정도의 짧은 수업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교재는 어르신들이 미리 예습을 하고 오셔서 따로 준비해가요. 특히 받아쓰기를 좋아하세요. 맞춤법이 소리날 때와 쓸 때가 다르니까 규칙을 알려드리지요. 매우 흥미로워하시면서 우리가 원하던게 이거다 라고 하시지만, 왜 말하는대로 쓰는데 틀리지? 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요. 주민센터 가도 자기는 쓰는데 틀렸다 하니까 스트레스 받으셨나봐요. 이건 이것 때문에 그러는거에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하시면 돼요. 예시 많이 들어주고 받아쓰기 하니까 좋아하셨어요. 어려워하실 줄 알았는데 본인들의 결핍이 그쪽에 있으신거 같더라구요. 말은 잘하는데 쓰는게 어렵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수업보다 가정에서의 복습이 중요하기에 과제를 내는 편이다. 스스로 아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니 집에 가서 분명 잘 할거라하는 믿음이 있다. “스스로 위축되시기도 하는데 난 못 해 하면서도 칠판 앞에 나와 쓰시게 하면 잘 하세요. 약간의 엄살이 있으신 것 같아요. 쑥스럽고 부끄러운 것도 있겠지만 틀렸을 경우 예방 차원에서 일종의 연막을 치시는건 아닌지... 그럴때면 소녀같고 귀여우세요.”
할 수 있는 한, 하게 되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드리고 또 많은 인생의 경험을 들으면서 성장하는 자신과 어르신들을 보고 싶다는 정신원선생님. 수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그의 정성은 할머니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 올해 처음 만나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희는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을 함께 할 수 있을거라 믿고 있고 할머님들을 보면서 저 역시 많이 배우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열정 가지시고 용기를 갖고 같이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그리고 들여다본다. 정성을 다해 눌러 쓴 글씨들이 참 예쁘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는‘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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