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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마음 속 깊은 울림으로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 내게 적용 된 말이었다. 내가 서 있는 방향은 지금이 자리이며 가장 빠른 나의 현재이며 미래의 출발선’이. 나는 충분한 능력이 있고 많은 걸 할 수 있다. 나이상으로는 중년이지만 나는 아직 할게 많은 젊은 활동가다.

안산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시흥에 온 지 3년 정도 됐거든요.” 시흥에 대해 잘 모르고 연고도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크게 문제될게 없다 싶은 것이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지!’ 라는 마음이 들어서다.

 

이벤트 사업을 10여년 간 운영하다 뒤늦게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관련 된 일들을 준비하면서 세상의 녹록치 않음을 겪었다. 그럴때마다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감사함을 우선 말하게 하는 내면의 힘이 생겼다.

 

한글을 배우시던 친정엄마가 기관의 젊은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모든 것들에 그저 감사해 하시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죠. 그 감사함을 대신 갚겠다고.”

 

 

감사함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내 삶에만 급급했던 지난 날들을 접을 무렵 시련을 가장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동생이 세상을 뜬 것이다. 남겨진 가족은 제부와 조카 4명이었다. 마음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라는 생각이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가정이지!’ 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봉사를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을 준비하고 남겨진 동생 가족들을 품에 안으면서 자신의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정선희씨의 삶은 그야말로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옹골지게 움켜쥔 내면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우선 남겨진 아이들을 옆 집으로 이사오게 했다.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내려놓는 삶

내려놓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싸워야하는 내 안의 갈등이고 결정은 신앙의 힘을 빌어야하는 내 안의 의지였다. 당시 막내가 9개월, 유치원생, 초등생, 중학생, 그리고 직계가족까지. 그들 곁에서의 5년은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의 사연을 만들었고 너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면서 포기는 맨 마지막에 해야 된다.’ 라는걸 아이들한테 가르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가족들을 돌보는 일과 병행해야 했던 학교생활의 버거움을 주변의 도움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으니 거기서 얻은 감사함은 삶 안에서 그래. 이렇게 더불어 가는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제게 주어진 모든 상황들을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선물이란게 꼭 마음에 드는 것만 들어오는 건 아니잖아요. 귀하게 쓰면 되는 거거든요. 아이들은 내게 전달 된 선물이었어요.” 문득 삶이 버거워 힘들다 소리칠라치면 내게 기대는 저 사람들의 다친 또는 닫힌 마음을 어떻게 내버려둘까 싶어 이를 앙다물어야 했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 우는 나날을 수도 없이 반복하던 어느 날, 엄마의 이런 모습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아이가 울면서 호소했다. “엄마. 이제 엄마 인생 사세요. 엄마가 하고 싶어하던 거 많았잖아요.” 아들의 그 말 한마디는 큰 울림을 주었다. 한때는 이벤트 관련 사옥을 짓는게 꿈이었는데... 그리고 남편의 결정적 한마디. “당신 좀 쉬어야 될 것 같아서 무조건 간다! 이러는데 아무 말도 못하겠는 거예요.”

 

그렇게 오게 된 시흥, 배곧 주민이 된 지 4년차다. 5년을 곁에서 함께 지냈지만, 시간과 차량을 이용해야 보러 가는 거리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상황의 이해를 할 만큼 성장했다. 온 마음을 다해 케어한 결과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이다. 내게 주어진 선물, 그리고 내 삶의 일부분, 소중한 아이들을 돌본 8년은 정선희씨의 작은 사회복지였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4명의 조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초등학생이 되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삶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흥으로 이사 오면서 하게 된 생활지원사는 전공을 살린 첫 임무였다. 그리고 떨어져있는 아이들을 돌볼 자유가 충족된 조건이기도 했다.

남은 생을 채울 나의 선택은 우연히 검색을 통해 발견한 엄마품 멘토링이었어요.” 엄마품멘토링은 4명의 아이들을, 아니 6명의 아이들을 키워내면서 작은 사회복지를 해냈던 경험으로 와 닿는 이름이었으며,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은 돌봐야 할 아이들을 품 안에 넣었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더불어함께의 정경대표였다. 10여년 전, 어느 발대식에서 찍힌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였던 것이다. ‘늘 변함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함께 일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던 사업을 접고 사회복지를 공부하려고 할 때 이 분은 여기 더불어함께를 열었더라고요. 그들이 이미 걸어간 길, 나는 뛰어가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었지요.”

지금 정선희씨는 경기꿈의학교 시흥거점센터 아시아스쿨 1층에서 오로시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은 업무 파악 중이라 정신이 없지만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 의미를 더해 보람까지 보탠다면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다.

주어진 업무는 도서관 일이지만 그 정도의 활동 값만 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나잇값이란게 있잖아요. 그렇다면 뭔가를 채워야하는데...” 잘 하는 일을 내세워 도서관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된 정선희씨의 목표는 우선 따뜻한 공간 만들기다. 그 시작은 아무 권위나 내색없이 사부작사부작 쓰레기를 치우는 백재은센터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이라도 신경 쓰지 않게 해야겠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고, 화장실의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뜻도 되니 감사해하며 치워야 한다는 생각 또한 갖게 한 것이다.

지식으로 채울 수 있는 것보다 경험이 중요하잖아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모습들이 제겐 큰 설레임이었고 울림이었어요.” 그런 모습들에서 작아진 자신을 보게 되었고, 드러나는 일이 아님에도 묵묵히 제 할 일 다 하는 모습들에서 어떻게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선희씨의 요즘 고민은 당연히 도서관 활성화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며 경험을 접목시켜 프로그램을 쏟아낸다면 지역 활성화까지 확장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도서관이 꼭 책만 읽고 빌려가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건 아니라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베개 삼아 깔고 누워있어도 좋다. 청소년들이 거기에 가면 밝게 맞이해주는 선생님이 있고,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만들어 손에 쥐어 주는 선생님이 있고, 마음 의지할 곳으로 오로시도서관을 찾아줬으면 하는 생각은 한 아이의 채워진 마음 하나로 만족 될 것 같다. 그래서 누구라도 오면 편안하게 해줘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조카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어요, 포기는 맨 마지막에 하는 거다. 너는 다른 것 뿐이지, 잘못된 게 아니다. 지금부터 하면 돼. 똑똑한거 중요하지 않다. 성실한게 더 중요하다.” 나잇값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휘할 것인지가 더 고민이 되는 지금, 아이들의 시간을 끌어당겨 오로시도서관에 두고자하는 정선희씨의 마음이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