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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자유로운 영혼, 정임

 

목소리가 예쁘다 했더니 역시나 성우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이정임씨.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목소리에 애교까지 섞여있으나 음치 박치란다. 타고난 목소리를 활용하지 않으니 매우 안타깝다.

 

필자와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이정임씨를 만난건 죽율동 어느 카페. 수시로 지나가는 곳에 있지만 카페라고 생각지 못했다. 손님이 없고 조용한 곳만 찾아 다닌다는 그가 추천한 장소였다. 카페 오픈 하자마자 차지하니 인터뷰를 위해 접수(?)한 모양새가 됐다. 그 넓은 카페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마음 놓고 인터뷰가 아닌 수다를 떨었다.

 

원래 이름은 정민이었어요. 호적에 올릴 때 한번 잘못 올려지면 쭉 가잖아요. 이전에는 수기로 썼기 때문에 오류가 많았다고 해요. 대학시험볼 때 처음 알았어요. 당연히 인줄 알았는데 보니까 으로 되어있네? 그래서 까 먹을까봐 옆에 이름을 적어놓고 시험을 치렀지요. 대외적으로는 ’, 사적인 관계에서는 고딩 친구들은 모두 다 이예요. 두 개의 이름을 쓰지요. 70년 개띠지만 호적이 늦게 올려져서 71년생으로 되어있어요. 저는 미혼이고 엄마랑 고양이랑 살고 있답니다.” 원래 청산유수인지 준비하고 나온건지 쉼 없이 쏟아낸다. 개인적으로 쭉쭉 내뱉어주는 이런 인터뷰이가 나는 참 좋다. 더구나 목소리가 성우같지 않나! 귀가 호강하니...

 

독신주의자라든가 비혼주의자라든가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나이를 먹었어요. 이제는 귀찮아서 안 하려고요. 가족과의 관계가 굉장히 좋아요. 여행도 가족이랑 다니고 많은 부분을 함께 해요. 삼남매인데 언니와 남동생 둘 사이에 끼어있죠.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딱히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엄마도 개띠라 둘이서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는걸 좋아해요. 둘이 에버랜드도 가고 여주 가서 밥 먹고 오고, 그런데 이제 고양이 때문에 어딜 못 가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독신의 이정임씨. 그의 직업은 뭘까? 프리랜서여야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일단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한다. 그의 직업은 독서지도사와 초등학교 논술을 가르치는 일이다. 여행 갈 짬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케줄이 가득 들어차 있다.

 

대학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는 아이들 수업은 국··수를 포함한 구몬학습으로 시작했다.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열심히 달려온 길을 잠시 멈추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제과·제빵 기술을 익혔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띈 한 장의 전단지로 수원까지 가서 3개월 교육과정에 2개의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8개월간 어느 보호센터에서 제과·제빵 기술로 센터의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도움을 주고 나왔다. 그때 처음 센터 안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정의 불화를 겪고 보호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봉사를 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 자격증에게 프로의 자격을 주고 싶었다. 시흥의 어느 개인이 운영하는 큰 빵집에 전화해서 일자리를 구했다. 빵을 만드는 곳 지하 공간은 환기도 안되고 분진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 눈물샘을 뚫었다. 빵 만드는 일은 정말 고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양심상 한 달은 채워야지 했는데 28일째 되던 날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서울에 가서 케잌 만드는 법을 배워오자 하며 나갔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신경을 다쳤다. 꽤 오래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했다. 뭘 할 수가 없었다. 9개월 만에 퇴원을 했는데 뭔가 다른 걸 배워봐야겠다 생각한 것이 독서지도사였다. 팔이 다 나을 때 쯤 자격증을 땄다. 그때 나이가 서른이었다. 책읽기를 원래 좋아해 가능한 일이었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때는 뭘 좀 배워볼까? 가 된단다. 2002년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안산시에서 수업을 시작한 후 시흥으로 들어왔다. 죽율동 아파트로 입주한지 8년 정도여서 일터는 안산과 시흥이다.

 

체험학습지도사는 안산에 있을 때 따서 매달 탐방수업을 진행하곤 했다. 시흥은 방과후 독서지도사 모집 공고문을 넣고 된 케이스다. 역사 관련 자격증으로 학교 수업도 했다. 오이도역사 공부도 했는데 수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원래 가르치던 사람들은 재충전을 해줘야 해요. 여행도 문화탐방을 염두에 두고 가죠. 관심사가 바뀌면서 늘 첫 번째 가는 곳은 지역박물관이고 친구들과의 여행 때도 제가 짜서 유적지를 집어넣죠. 여행도 나이에 따라 다르구나 하는걸 느껴요. 결혼도 안 했으니 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더라구요. 결혼한 사람들은 아이들 위주로 다니지만, 물론 저도 아이들과 갈 때는 아이들 위주로 가요. 개인 여행은 같이 갈 수 없는 곳을 가죠. 그때 제일 좋은 여행파트너가 엄마예요.”

 

 

서울, 광명, 안산등등 복잡다단한 곳에 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흥에 오니 조용하고 좋더란다. 엄마도 처음에는 여기서 못 살겠다 했지만, 지금은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 하신다. “엄마는 60세 됐을 때 저랑 자전거를 처음 배웠어요.” 매일 모시고 어디를 다닐 수 없고 무릎마저 좋지 않으니 무료함을 자전거로 달래시라고 같이 배운 것이다. 딸과 함께 움직이는게 가장 좋지만 일을 해야 하니까 배우게 된 자전거였다. 집 앞 가까운 공원에서 혼자 연습을 하더니 한달 만에 잘 타게 됐다. 바로 산악자전거를 사 드렸다. 여의도, 인천등지로 하루 80~100킬로를 다녀오기도 하고 910일 일정으로 제주도 한 바퀴를 돌기도 했다. 대단한 모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밝고 활달할 것만 같은 이정임씨도 스트레를 많이 받는가 보다. 긍정적으로 살자는 다짐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쓴다고 해도 근본적인 치유는 안되는 것 같기에 그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불필요한 외부요인을 차단하자 하는 담대함을 갖는다. , 언제 닥치는 상황이 온다 해도 수업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그럴 수 있지하는 마음 하나만 갖는다.

 

그러다 내가 고갈되었다고 생각하면 배우고 여행하고 다시 채워요.” 여행을 가서 즐기는 시간이 충만 된다면 현지 가이드 몰래 식당에 밥값을 지불하고 오는 마음 표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 

 

내내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전부였던 30여년.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초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생각을 키우기 위해 책을 들여다보고 책과 함께 노는 수업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한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버거운 일이지만 예의 그 성우같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책 앞으로 모이게 한다.

 

사람은 더 이상 마음이 설레지 않으면 늙는다는 것을 믿어요. 저는 늙는게 싫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걸 도전해요.” 가르치고 배우는 두 개의 카테고리 안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이정임씨는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걸 가르치고 함께 한다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여유로운 오전, 바쁜 오후. 바빴던 20, 여유가 생긴 50. 눈높이를 맞춰하는 수업을 위해 얕은 지식이 필요하다며 갖고 있는 지식이 많을 때 아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게 많다 해서 늘 다닌다. 그것은 다양한 경험이다. 수업보다 아이들이 상담을 더 많이 해 오는건 어쩌면 내 아이가 없기때문에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서가 아닐까?

 

그런 그가 달맞이학교에서 할머니 학생들 앞에 섰다. 텐션이 높은 편이라 수업할 때 기본 음이 나온다는 그는 학습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선생님,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한다는 자신을 보며 할머니 학생들과 가나다라를 읊어낸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