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학교-할머니학생과 교사
달맞이학교 교사 신창규. 올해 3월부터 할머니들과 만났다. 참관 차 갔는데 달맞이학교 교사가 됐다. 나름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다. 또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차례가 돌아오니 큰 부담도 없을 듯했다. 비록 한글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할머니 학생들에게 듣는 사는 이야기로 따뜻한 마음을 얻는다. 돌아가신 친할머니 생각도 나게 한다. 할머니 학생들은 우선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 가르치는데 힘들다는 것을 못 느낀다. 봉사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지만, 마음이 가니 하게 된다.
학생들은 의무 속에서 받는 교육이지만 어르신들은 본인 스스로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움이나 가르침에 대한 온도 차가 있다. 그래서 순간순간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자기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할머니 학생들 때문에 수업을 하다가 자주 다른 데로 빠지기도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는다. 그러면 난리가 난다. 한 분 얘기하면 다른 한 분이 또 자기 얘기를 이어가서다. 중간에 끊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살짝 하지만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그냥 둔다. 그 시간이 사실은 좋다. 할머니들에게서 듣는 옛날이야기가.
“한 달에 한 번 뵙는 얼굴이라 저는 알아도 할머니들은 저를 기억 못 하세요. 그래도 잘해주시고 존중해주세요.” 이름을 기억하려고 빈 종이에 꾹꾹 눌러 쓰는 걸 보면 뭉클하다.
“신 창 규 우리 선상님 이름이여유~ 까먹지 말아야될텐디유~”
우리 아이들만큼은...
여주에 있다가 시흥 군서초로 오니 안타까운 면들이 많이 보였다. 학부모 상담이 거의 없다. 신청하지 않는 탓이다. 생업에 바쁘기도 하지만 관심을 두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자기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생님한테 전적으로 맡기거나 또는 방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 고민한다. 특별한 재능을 찾아 지원받고 가는 특수학교 외에 근처 학교로 배정받아 가는 구조에서 평범함의 기준은 과연 뭘까? 하는 것이다.
신규발령지였던 여주시 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시골학교였다. 그러나 가정 화목의 행복 지수는 그곳이 더 높다. 학습 수준은 시흥이 높지만, 시흥시 안에서 특히 군서초의 경우 일반적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이 없다.
정서적 결핍 해소를 위해 선택한 것이 ‘사제동행’에서의 ‘식물 키우기’였다. “제가 식물을 좋아해서...” 하지만 예산이 너무나 적었다. 물가는 올랐지만 정말 알!뜰!히! 진행해야 했다. 몇몇 아이들한테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을 하나씩 줬다. 잘 키워서 잘 자라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싶어서다.
학교 교육에 대해서 현실적인 편이라 공부 때문에 불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는데 두 눈을 크게 뜨게 한다. 각자 가진 재능이 다르다. 각자 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공부도 재능이다. 공부를 못하면 잘못이라는 취급을 받는 것이 속상하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공부 말고 다른 것에 재능이 있는 거라면 그 재능을 찾고,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도 말한다. 아이들이 ‘저는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을 할 때 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것을 잘 이끌어주고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창규 선생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살뜰히 챙긴다.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이 시대에 에어컨이 고장 나 고칠 수도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러도 살인적인 더위에 선풍기로, 창문 여는 거로 때워도, 너무도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학습능률이 올라가지 않아도, 꾸역꾸역 아이들을 데리고 식물을 키워내고 재능을 찾아다닌다. 곧 다른 학교로 옮겨갈 테지만 있는 동안만큼은 우리 할머니들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큰 눈 더 뜨고 마음 하나 더 얹어주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는‘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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