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으로 옷 만드는 빠뿌의 꿈이랍니다."
빠뿌의 꿈. 이름이 특이하다. “동화책 제목이에요. 디자이너가 꿈인 강아지가 주인공인데 나중에 디자이너가 되지요.”
정왕동 영남아파트 6차 상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간판들 속에 공방 이름을 찾지 못했다. 안내판을 훑었다. 안 보인다. 전화를 걸었다. 지하란다. 아.... 지상만 보았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하상가는 꽤 넓었다. 그런데 너무 어두웠다. 빈 상가가 절반 이상일 것처럼 모양새가 그랬다. 공실이 없단다. 와우! 악기교실, 노래교실등등이 있는데 예전에는 지하상가 전체가 거의 공방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빠뿌의꿈’ 하나만 남아있다. 소녀같은 의상을 입고 웨이브 진 긴머리를 늘어뜨린 빠뿌의꿈 디자이너가 문을 열고 반긴다. 마스크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고등학생 자녀를 둘 정도로는 보이지않는 동안의 사장님이다.
의상을 만드는 사람과는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서점에서 아동서적 관리의 이력을 지닌 라정희대표는 어릴적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해 취미로 갖고 있다가 직업으로 만든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부터 작은 가정용 미싱으로 꼼지락거렸던 취미는 원단을 다루는 친구를 도와 샘플 작업을 하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의상 제작에 있어서 패턴이라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공방 초기에는 원단 판매를 주로 하면서 드문드문 수업을 했었다. 당시에는 원단이 더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원단을 판매하는 온라인카페가 많이 생겨 수업 위주로 운영하게 되었다.
남편의 원래 직업은 의료기기 연구원이다.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둘째가 생기면서 들어오게 되었다. 원단 시장을 눈여겨본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원단 사업을 시작했다. 남편과의 공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용자 중 특히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미싱을 했거나 공단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웬만하면 옷을 만들 줄 안다. 학생들의 이용도 제법 있는 편인데 코스프레 의상 제작건이나 대학생들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또 졸업작품 때문에 찾아온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하다 보니 단골도 많고 알음알음 소개가 많아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굳이 SNS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번 맺은 인연이 오래가는 편이라 여러 형태로 찾아주는 고객들 외에 수업의 경우는 여유를 두고 하는 편이다. 한때 맘카페의 여파로 바쁜 적이 있었는데 한정된 미싱과 수강생 한사람한사람 미진한 설명은 미안함을 주었다. 바쁘다는 것이 좋은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된 경험이기도 했다.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수강생들에게 본인이 그만두면 얘기해주라고 했다. 먼저 한 사람이 그만두면 그 다음 사람이 들어와 여유있게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은 성인반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10시와 오후 1시에 5~6명의 수용인원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강료는 동네라서 저렴하게 책정했다. 초급은 8회 수업에 5만원, 재료비는 별도다. 남편이 원단을 다루니 그나마 원단값도 저렴하다.
“가족들 옷은 다 만들죠. 제가 입는 옷은 다 샘플이 되요.”
만들어놓으면 팔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원단 자체가 워낙 싸기 때문에 얼마를 받고 팔아야하는지 몰라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전부 수작업이기에 제작수공비, 디자인비등을 책정해야하지만 그것을 잘 모르겠다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적어도 인터넷쇼핑몰보다 더 싸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차라리 팔지 않는게 편하다 내린 결론이다.
마을기반 방과후 플랫폼으로 만난 아이들
학생들은 ‘마을기반 방과후 플랫폼’으로 만났다. 연결다리는 아시아스쿨의 백재은센터장이다. 공방의 수강생이다. 여러 해 되었다. 중·고등학생들이 방학 때 와서 배운다 했더니 ‘내옷공방’이란 기회를 만들었다. 센터장은 ‘아이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겠다’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기회가 생기면 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왔다. 예전 같으면 바쁘기도 해서 안된다고 했을텐데 코로나가 만든 시간은 기회를 저버리지않게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짝이라도 갈 수 있게 끌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보람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락했다.
‘내옷공방’ 방과후 플랫폼 수업은 7월 7일부터 시작했다. 총 8회로 주 1회 수업이다. 한 사람당 미싱 하나를 사용해야 하기에 그룹당 5명씩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 친구들이 진로를 목적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공업용 미싱으로 시작하는게 좋아 무서워도 과감하게 해보라며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미싱은 사실 소리만 요란할 뿐 별거 아니라는 것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코로나 4단계가 되었다.
라정희대표 수업의 특징은 실용성을 따져 버려지는 원단 없이 작품으로 승화시킨다는 데 있다. 완성 작품을 가져가니 당연히 아이들은 좋아한다. 공방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수업 커리큘럼은 성격상 원치 않아 아이들 세계에서의 민감한 트랜드와 개성을 읽고 아이들의 욕구에 따라 커리를 짜는데 반바지 하나에도 주름을 넣는 디테일을 외면하지 않는다. 반팔티도 크롭티에 긴 기장의 박스티, 또는 옆트임 티 등 각자 다른 다자인을 준다. 다음 수업에는 맨투맨 티와 후드티를 제작할 예정이다. 물론 패턴을 직접 떠 준다. 기본적인 틀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게 해주니 아이들이나 다른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책이 나올 때 즈음이면 후드티 입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겠다.
“요즘 학생들의 옷 입는 트랜드를 읽지 않으면 상호 간 만족되는 수업을 이어갈 수 없어요. 아이들은 팔을 길게 해서 접어서 입거든요. 티도 짧게 입고 하의는 밑 위가 길게, 그리고 리폼하는 법도 다 알려주고 있어요.”
라정희선생의 스타일을 알겠다. “당연히 저는 힘들지요” 라고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는 눈으로 눈웃음을 친다.
라정희대표는 빠뿌의꿈은 항상 열려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그렇게 왔으면 좋겠어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줄 테니 편하게 쉽게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는‘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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