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달맞이학교’ 책이 달맞이학교 어르신들과의 인연을 연결해주었다. 그가 하는 일은 군서초등학교 과학실 이른바 과학조교다. 올 8월 말일 자로 박천미씨는 과학실에서의 활동을 마감한다. 정년이란다. 정년 이후의 그의 삶은 살아온 삶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과학실에서 다루는 물품들은 종류도 많지만, 실험을 준비하는 일이 학년별로 매 교시마다 있기에 바쁘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정리하는 일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약품 안전관리 때문에라도 그가 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초등학교 아이들이기에 손이 더 많이 가는 탓도 있다. 정확한 호칭은 ‘과학실무사’다.
시흥과의 인연은 2000년 12월이다.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던 때는 천안이었는데 시흥으로 이사를 오면서 작은애가 군서초에 다니게 됐다. 3, 4학년 때인 거로 기억하는데 학교에서 학부모 중 도서관 봉사자를 찾고 있었다. 기꺼이 손을 들었다. 사서 보조 일로 시작한 봉사는 어른으로 성장한 자녀들의 나이만큼 이어졌다.
사서 자리가 전공자로 바뀌면서 그만두게 되었고 당시 교감 선생님이 과학실무자 자리를 제안하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2003년도부터니 오래 한 것도 있지만 정년을 맞이한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집, 교회, 학교 삼각형의 활동 범위는 달맞이학교 교사를 하면서 처음 마을로 폭을 넓혔다.
정년을 맞이하고 나면 떠날 사람이지만 후임으로 오는 실무사를 위해서 아니 아이들의 안전과 더 나은 과학실의 환경을 위해서 내부 환경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물론 공간의 구조적인 문제와 여유 공간이 없는 탓도 있지만, 준비실이 따로 있으면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도 되지 않고 실무사도 좀 더 여유있게 준비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년을 맞이하고 나면 살고 있는 장현동을 중심으로 또 다른 봉사를 할 테지만, 달맞이학교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 봉사라도 할 수 있는게 있다라는 것이 감사해서다.
비록 도와주는 교사들이 많아 차례가 한 달에 한 번꼴이지만 그 시간이 소중한 인연으로 연결된 것으므로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한다. 글씨를 배워 시를 써서 책으로 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어머니들이 기본 글은 다 배우셨는데 자꾸 까먹으세요. 받침이나 틀린 거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하시거든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일단 많이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보고 읽는거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박천미씨는 봉사자로서의 삶을 지속하고 싶어 했다. 달맞이학교 외에 손으로 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편이라서 바느질 의뢰가 들어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얼마든지, 언제든지 봉사 의뢰가 들어오면 장현동 중심으로 하겠노라 강조하는 박천미씨는 마지막 정점을 찍는다. “기꺼이!”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는‘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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