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서둘러 갈 필요는 없다. 그것이 여행하는 자의 여유이다. 천천히 가되 주위를 둘러볼줄 알고, 굳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비싼 도로요금 물어낼 필요도 없다. 길가다 잠시 쉬었다 가고 싶으면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고 가도 좋겠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맛있어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출출한 배도 만족시켜주고 또 길에서 만나는 바람, 새, 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화엄사의 위엄.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화엄사는 빛과 어둠의 교차점에 놓여있었다.
잠시 스치듯 들른 곳이기에 사진과 눈으로만 담아내어 화엄사의 이야기나 역사는 알지못한다. 그래서 사진 감상만 하기로한다.
힘차게 내려오는 계곡의 웅장한 소리는 조용한 산사를 뒤울린다.
너무 경건하고 또 뿜어내는 역사의 아우라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였다.
불에 타고 재건하고 위기의 역사에서 늘 화엄사를 지켜내던 이들의 영혼과 숭고함이 엄습해와 한낱 죄많은 중생인 내가 감히 서 있을 자격조차 되는가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한발한발 천천히 발을 떼면서 전율을 느꼈다.
스님들이 내는 북소리는 가슴 속 깊은 번뇌를 두드렸고 멀리 꺼져가는 빛은 어둠을 다잡아내렸다.
산이로다 물이로다 ...
그러나 인간으로 태어나 속세에 물들은 죄많은 중생들은 산이 될수도 없고 물이 될수도 없음을...
하루만 이 마당에 서서 기도를 한다한들 속세의 때가 벗겨질까...
스님이 내는 목탁은 번뇌를 씻어내려는 자기 주문인가 아니면
속세에서 묻어지는 유혹을 떨쳐내려는 몸부림인가.
화엄사의 깊은 이야기는 내 주제에서 다룰만한 대상이 못되어 차라리 손을 놓고 만다.
너무 부족하고 하잘것없는 중생이기에...
화엄사의 웅장함과 경건함에 압도되어 위축된 나는 다시 발길이 허락되는 곳으로 돌아나간다.
내가 좀 더 성숙되고 깊은 연륜을 가지게 될때 다시 찾으리라 결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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