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던 동고지마을 탐방은, 나의 예정에 없던 일정에 의해 꼬이기 시작하면서 1박 2일간 내내 참으로 일관성있게 꼬아댔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싶다. 그 먼 여정길에... 길치 3인방은 도로도 못읽고 네비게이션조차 못읽으며 4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8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할애해야만 했다.
놓친건 길 뿐 아니라 밥 때도였던지라 주린 배 채워줄 음식점을 찾고 있는데, 나타나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고 또 지나쳐 모두가 침묵한 가운데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원조 잔치국수집. 모든 상황은 기승전 늦게 출발해서...가 되었다. 출발하면서부터 올라올 때까지^^;
이 잔치국수마저도... "원조라면서 육수가 겁나 짜, 늦게 출발해서" 하아..... ^^;;;; "배고파 늦게 출발해서..."
거리감이 일치하지 않는 무딘 거리감각의 세 여인은 각기 여기 아니고 다음! 거기 아니고 여기! 들어가! 빠져!를 서로 앙칼지게 외쳐대며 겨우 도착하기에 이른다. 여수 신기항에. 그것도 어두워져서...
오른쪽으로는 바다인것 같은데 칠흙같은 어둠 때문에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는 입속으로만 흥얼거릴뿐 느낄 수는 없었다.
신기항에서 동고지마을이 있는 여천항으로 들어가는 배는 오후 5시 30분이면 끝이난다. 배를 놓쳤다, 늦게 출발해서....
비록 예약은 하지않았으나 비수기인지라 가면 우리 잘 방이야 있겠지하는 맘으로 무작정 떠났더랬다. 방은 있었으나 배를 놓쳤고, 식당은 있었으나 비수기에는 운영을 하지않는다고 한다. 이 준비성 없는 여행이란!
본 계획은 김치와 동백이 있는 넓은 마당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동고지 바닷바람을 맞으며 할머니가 해주는 소담스런 상 받아 섬에서의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것이었다. 그리고 동백나무 아래 넓은 평상에서 할머니의 동고지 세월을 듣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늦게 출발해서...' 배를 타지 못한 관계로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해는 점점 어두워지고 '더 들어가도 민박집 없을 것같은데 그냥 이 즈음에서 자죠?" 그러나 우겼다.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서 첫배로 들어갈거니까 항구 근처 민박집에서 자죠?" 했다. 저녁도 "항구 근처에 식당이 있을테니 짐 풀고 먹죠" 했다.
그런데... 하아... 딱 하나 있는 민박집..
나이 드신 두 노인네 소일거리 삼아 운영하는듯한 전형적인 시골마을 슈퍼 2층에 얹어진 여인숙 필 나는 민박집은, 사랑의 도피행각 현장을 연상케하는 무언가는 있었으나 TV 드라마 주인공과 같은 낭만은 절대 없는 슬픈 현실을 맞이하였다.
저렴하기는 했으나 오랫동안 사람이 안들었던듯 형형색색 쌓아올려진 이불에는 먼지가 폴폴 나고, 화장실은 7,80년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가스 시설 되있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공동주방 들어가보니... 오래된 부르스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식당은... 없었다.
정돈되지않은 오래된 슈퍼에서 라면과 햇반을 사다 하나짜리 손잡이 노란냄비에 라면 넣고 햇반넣고 후루룩 먹는 우리... '이 초라한 골방에서 라면이 뭐야~ 김치도 없고, 늦게와서..'
"이것도 추억이야"라며 애써 변명을 해본다^^;;
수건도, 드라이기도 없던 민박집... 그래도 아침은 밝아왔고 먼지 폴폴 나는 작은 공간 속에서 기침 해대며 꾸역꾸역 잘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 첫 배 출항하는 터미널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지번주소:전남 여수시 남면 안도리 32(동고지길 165)]
차를 태우고 30분여분 정도 바다 위를 달려 도착한 안도(安島)! 오랜 역사를 안은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
은 동고지마을을 향해 한 발 들어섰다.
동고지마을의 안도는 安(편안할 안), 島(섬도)자를 쓰며, 섬의 모양이 마치 기러기 날개를 펼친 모양과 흡사하다하여 기러기 雁안자를 붙여쓰기도 한다.
전남 여수시 남면 안도에 위치한 동고지마을은 2014년 4월 16일, 국립공원의 11번째이자
여수시 세 번째 명품마을로 지정된 섬마을로 10가구, 15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섬 자체가 동고지마을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배에서 내려 40분을 더 달려가야 있는 동고지마을,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동고지명품마을은 TV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벼랑 위 해송군락과 돌담사이로 동그랗게 바다를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엄마의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동고지마을.
그러나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또 다른 모험길이었다. 20여분을 곡예하듯 구불구불 들어가는 외길은 혹여 반대편에서 차가 나오면 대략 난감인 상황에서 천천히 핸들을 조작한다. 자칫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듯한 무서움을 느껴가며...그래도 중간중간에 차가 비껴갈 공간은 만들어놓았다.
금오도문화관광해설사가 말하기를....
동고지마을을 들어가기위해 오는 관광객들은 아래에 차를 대고 걸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걸어서 들어가는 소요시간은 30분. 그도 그럴것이 마을안에는 주차장 시설이 없다.
[특산품:동고지멸치/건조된 방풍잎/방풍잎차]
구불거리는 바닷길 따라 들어가니 동고지마을이 나타난다.
그리고 멀리서 해풍맞고 자란 방풍나물을 뜯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안도의 작은 섬마을 동고지마을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조용히 속세를 떠나있고 싶을때 며칠 머물면 힐링이 될 충분한 곳.
동고지마을.
있고자 하면 있어질 수 있을 그런 마을이었다.
아침을 마을의 어가식당에서 먹자 하고 동고지 명품마을 어가식당앞을 성큼성큼 들어갔다.
오픈을... 안했다ㅠㅠ
성수기 단체손님이 올때만 미리 예약을 한 상태에서 운영을 한다고 한다,.
하아... 홈페이지의 피해를 이렇게 보는구나..
'늦게 와서.. 예약을 안해서... 늘 열려있는 줄 알아서...'
어차피 들어온거 빈 속 속쓰림 잠시 참고 마을을 걸어본다.
마을환경개선 사업과 함께 마을소득기반 조성을 위해 신축한 어가식당과 어가민박2동의
깔끔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존 마을민박 3동 개선등으로 주민소득창출 지원 및 국립공원 탐방서비스 제공을 하면서 고령 노인들만 사는 마을을 명품마을로 바꾸어 소득에 박차를 기했다.
안도의 동쪽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멀리 작은 섬들이 보이며
여수의 옥빛바다가 어우러진 어촌 풍경을 담은 명상의 장소, 동쪽의 방이다.
동고지마을은 금오도 섬 안의 한 작은 마을이다. 작은 섬이라 생각했던 안도는 섬 하나를 돌고돌아 트레킹코스가 개발되어있었다. 이름하여 비렁길(‘비탈’의 지역사투리). 총길이는 18.5KM.
비탈길 끝에 작게 모여있던 이름없는 작은 마을은 작은 관심으로 시작되어 명품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그 배경에는 변화의 받아들임과 지속가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동고지마을에는 풍어제를 지내던 편편한 바위인 도짖마당이 있다. 음력 보름에 각 어선을 모아 풍어제를 지내던 곳이라 하는데, 너무도 고요해 감히(?) 안내를 해달라 요청 할 수 없어 알아서 다녀야했던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중 하나가 소원수리터(해돋이마루)인데, 큰소리로 소원을 외치면 그 소리가 바위에 부딪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소리가 나가는 방향은 애잔한 유래가 담긴 아이들의 돌무덤 숲이 있는 곳인데 그 유래의 깊이를 알아낼 수 없어 더 큰 아쉬움이 되었다.
동고지마을에 4개 있는 민박집을 소개해볼까 한다.
시원한 성격의 파도아저씨는 걸쭉한 입담과 너털한 웃음으로 사람 좋은 인간성을 보인다. 넓은 마당에서 그물어구 만드는 모습과 마을과 바다를 한 눈에 즐길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있다.
어가식당과 함께 있는 신축, 아라, 나린 독채 두 집은 깔끔한 외형만큼이나 세련된 실내를 자랑하는데 마을과 바다 한가운데 있다.
김치와 효소를 잘 담근다는 동백이 있는 바다 한송이 집, 머물고 싶었던 할머니집인데 동고지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으며, 민박을 예약할 때 식사까지 예약을 하면 평소 차려지는 동고지의 밥상이 내어진다고 한다.
김치,된장,젓갈의 달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동고지민박은 동고지바람을 느낄 수 있는 넓은 마당을 자랑한다.
돌담과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동그란 경작지를 중심으로 넓게 위치한 집들이 돌담과 함께 어우러져있다.
낮은 돌담이 이웃끼리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게 한다
겨울상추가 야무지다.
넘치거나 줄지않는 한결같은 아라우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약수로 풍어기원제를 위해 몸을 씻던 곳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실제로 상당량의 물이 들어있었다.
동동 뜬 쓰레기와 함께^^;
마을 사람의 안내를 받아야만 볼 수 있다는 글쓴바위 이야기도 해야겠다. 진시황의 전설을 간직한 바위가 그것인데, 붓으로 써내려간 글씨의 흔적이 있어 글쓴바위라 했다고 전해진다.
진시황이 동방의 삼신산에 불로초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신하 서불에게 구해오도록 명령을 하는데, 해상을 통해 들어오던 중 서불은 고흥 팔영산으로 가던 중 안도에 기착하여 임금에게 예를 올리고 망향의 그리움을 써내려가 붓글씨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하는데... 이는 그리 나쁘지 않은 전설로 실제 글쓴바위에는 기막힌 붓글씨가 보전되고 있다.
해풍 맞아 자라는 방풍나물은 동고지마을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특산물이다. 향긋하고 쌉싸한 맛이 나는 방풍나물은 여수에서만 알고 먹던 천혜의 약초로 알려져있다. 풍을 예방한다고도 전해지고, ‘갯기름 나물’이라고도 한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여지고 잎은 나물로 무쳐먹는다. 다도해의 청정해풍을 맞으며 자란 섬의 기운 가득한 건강한 방풍나물. 방풍나물을 홀로 채취하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
1관에 12,000원인데 10,000원에 주겠다는 할머니. 1관인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미안할 정도로... 큰 손 할머니 만나 인심을 덤으로 얻은것같아 기분이 좋았다. 무쳐먹고 장아찌해먹고 데쳐서 초장에도 찍어먹고... 날이 따스해 소일거리로 나물캐러 나왔다는 할머니는 아침도 거른채 마을을 보고 왔다는 말에 저 밑에 제일식당 가서 밥 먹으라고 알려준다. "할머니 이름대면 잘해줘요" 했더니 "응"하신다.
그래서 왔다. 아침식사가 가능한 식당이니 문은 열었겠지....
안으로 들어갔더니 주인 부부인듯한 내외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방풍나물이 낯설지않았다.
우리는 고등어구이와 밑반찬들을 싹싹 걷어먹으며 행복해했다.
동고지마을에서 밤과 아침을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또... 라는 여운을 남긴 채 진도 팽목항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이야포해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포해변은 몽돌해변이라고도 불리운다. 300m의 넓은 몽돌해안을 끼고 있어 파도가 들어올 때마다 몽돌이 물살에 휩쓸려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맑고 청아하게 들린다한다.
이야포지명의 유래는 선원들이 ‘이야’하며 기합을 넣어 부르던 ‘이야도’라는 노래에서 따왔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역사에는 슬픈 사연이 있었으니... 1948년 여순사건 때 군경이 이야포로 상륙하여 좌익색출을 목적으로 이야포에 집결시켜 많은 양민들을 총살하고 그 부당함을 외친 마을의 청년들이 총살되었다고 한다.
또한 6.25 직후에는 350여 명을 태운 피난선이 이야포포구에 들어왔을 때 미공군 제트기가 나타나 기종사격을 퍼부어 백 수십여 명이 억울하게 목슴을 잃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섬 뒤의 아픈 역사다.
동고지마을의 탐방은 이렇듯 엉성하게 많은 우여곡절과 삐걱대는 사연으로 끝이 났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마음을 다음의 기회로 돌려지게 되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완벽한 동고지마을에서 휴가 즐기기, 그리고 마을을 더 알아보기에 두번째 방문을 계획해야겠다는 다짐은 "늦게 출발해서.."라는 말을 다시는 듣지않기 위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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