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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훈자오설(訓子五說)을 새긴 김현숙의 본동 활동


훈자오설 교육을 받던 중 지금도 충분히 완벽하십니다는 말을 듣는 수간 눈물이 핑 돌았다. 엄하고 완벽주의자인 아버지 밑에서 억압되어 살았던 유년기시절, 열등감으로 가득차있던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가장 완벽한 한마디였다. 그것은 나를 지역의 활동가로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래, 나도 뭔가 할 수 있을거야

 

김현숙(정왕동 40)씨에게는 군서중학교 2학년, 군서초등학교 4학년 남매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일을 시작한 것은 지역의 확대로 나아가는 단계가 되었다.

 

처음에는 학교 일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봉사활동도 몸이 약해서 관심을 두지 못했다. 소극적인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아이를 위해 활동을 해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자칫 치맛바람 일으키는 말을 들을까 싶어 활동에 보수적이었다. 본격적인 활동은 3학년부터 시작했다.


어머니폴리스를 먼저 시작하고 4학년 때는 녹색어머니를 했다. 봉사 하려는 학부모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었다. 봉사 할 사람이 없으니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못 빼는 것이 그 때문이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학부모일을 하게 되었다. 학년별로 맡는 일은 다르다. 1학년은 모니터링, 2학년은 폴리스, 3학년은 명예교사다. 2학년 대표가 되어 폴리스회장을 맡게 되었다. 경찰서를 왔다갔다해야하고, 월례회의, 캠페인등에 참여해야 하는데 거기에 행사까지... 초등학교 때보다 훨씬 바빠졌다. 초등학교 때 매일 나가던 아침 교통은 중학교 들어가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다.

 

점심시간에도 활동을 나간다. 통계를 보니 중학교는 쉬는 시간에 학폭 발생률이 높다고 나왔다. 그러나 쉬는 시간마다 순찰을 다닌다는 것은 힘들기에 점심시간만 활동을 한다.

 

2016년 학부모폴리스연합에서 건의하여 올해 안전메뉴얼이 나온 것이 있다.

 

단체명이 학부모안전교육연대다. 교육을 통해 잘못된 학폭위의 과정을 재조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이 억울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있다. 가해자, 피해자간 서로의 이해를 돕거나 사과의 시도가 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던지며 어떻게 하면 상처가 치유되고 사회에 나가서 잘 지낼 수 있게 될까를 고민한다. 피해자가 못 견디고 전학 가는 부당한 경우가 발생하면서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 피해자가 당당하게 인권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인권이라는 것이 잘 못 적용된 현실을 또 접하게 된다. 학교에 들어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선생님에게 그럴 수 있지? 할 정도로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갑질은 상상 이상이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침해를 당한다고 생각하여 인권을 앞세운다. 인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모르고 권리만 행사하려는 전형이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평생학습과에서 강희맹의 훈자오설(강희맹의 다섯가지 교육방침)이라는 학부모 교육을 총10회 과정에서 심화과정까지 해 준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교육은 나를 알게 하고 보다 깊고 넓은 생각을 갖게 하며 가치관을 정립시킨다. 그것은 지역에서 활동할수록 더 촘촘하게 눈에 들어오게 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없던 곳에 최근 아시아스쿨이란 이름의 커뮤니티 공간이 생겼다. 학부모들이나 활동가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 아프리카도 있다. 그러보면 본동이 그렇게 열악한 곳은 아니다. 그저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기에 참여가 원활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더불어함께나 맞손마을관리소, 동주민센터등, 마음만 먹으면 뭔가를 배우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많다.

 

학교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학부모들의 비협조다. 녹색어머니활동을 전 학년으로 확대했는데, 1년에 한 번 정도 돌아오는 그 시간의 참여조차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 30분정도의 시간도 못 낸다는 것은 관심도 의지도 없다는 뜻 아닌가.

 

지역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지키자는게 평소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이 보배가 되고 보물이 될 수 있게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꿈을 꿀 수 있고 키워나갈 수 있게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그 관심은 놀이문화지도사 공부를 하면서 학교밖에서도 아이들과 교감하게 했다. 정왕복지관과 군서초 학부모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초등학교 근처 별공원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것이다.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놀이문화가 없다. PC방이나 카페등만 이용한다. 놀 줄을 몰라서다. 옛날에는 놀이가 많았다. 공기놀이나 투호, 윷놀이, 제기차기등 외부에서 놀 수 있는 꺼리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며 함께 놀아준다. 놀이를 통해서 얻는 것은 또 다른 배움이다.

 

놀이지도선생님들과 아동활동가들이 매칭이 되어 진행하는 놀이는 아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큰 행사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번 꾸준히 진행하니 놀이문화가 정착되는 것 같다.

 

지역은 어느새 어른들의 눈높이, 아이들의 눈높이가 적당히 어우러져 본동의 맞춤형 문화가 확장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은 주는 만큼 배가 되어 다가온다. 아침마다 사랑합니다!’하고 인사하면 그 다음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아이들의 인사가 아침을 열어준다.

 

지금도 김현순씨는 지역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하며, ‘하다보면 될거야라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