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옥씨의 본업은 부동산 중개업이다. 그런데 마을활동이 주업무같다. 그만큼 마을의 중심에서 온 마음과 온 몸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탓일게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마을을 공감하기 때문은 아닐까? 인터뷰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다. 처절할 정도의 마을 공감.
그는 정왕1동 주민자치회장을 맡고 있고 학교에서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올 1월부터는 아동주거복지 협의체에 들어가 시와 관내 24개 기관과 함께 빈곤아동주거 활동을 하고 있다.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된 마을일은 주민자치회장으로서 마을의 좋음과 나쁨,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게 되었다. 첫 시작은 정왕본동 청소년지도협의회 단체 활동이었다. 5년간의 활동은 다소 형식적이지 않았나 싶기도하다. 그러다 잠시 쉬고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이 군서중학교 운영위원을 맡으면서부터였다. 형식적으로 임했던 자치활동도 주민자치회장을 맡으면서부터 바뀌었다. 시각의 범위는 깊고 넓어졌다.
흔히들 알고 있는 정왕동의 고질적인 문제 즉, 교통이나 주차난, 쓰레기 문제들을 겉으로만이 아닌 좀 더 깊숙이 들어가 쓰레기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주민들이 왜 떠나는지, 소외계층이나 원룸단지의 실태등을 알고자 하였다. 무관심이 관심으로 돌려지면서 비로소 진정성이 들어간 마을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활동가들과 만났다. 말뿐이 아닌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고민하는 마음들이 모아졌다. “사실 대부분 단체에 속해있는 분들보다 자발적인 활동가 그룹에서 소명의식이나 참여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개선의지도 강하고요.” 어찌보면 경제적인 부분과 지역봉사활동의 병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일 수도 있겠다. “마을활동의 기대는 마을활동가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정왕동의 변화가 조금씩 느껴지고 있는 것은, 정식으로 마을활동가로 데뷔한 이들에 의해서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다. 삼삼오오 하던 것들을 공식적인 채널로 목소리를 내고 실천을 하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정왕본동과 정왕1동은 마을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공간이 보이면 성큼성큼 들어간다. 학부모들과 활동가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사례 관리라든가 지원, 발굴등을 하여 마을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저희 자치회만 놓고 보더라도 매년 해왔던 행사 위주로 계획을 세웠는데 변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은 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부딪히는 벽들이 만만치않다. 행정과 민간 조직 사이의 벽이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 제안을 하면 가로막힌다. 주민의 입장과 행정의 입장은 팽팽하다. 주민은 좀더 많은 혜택을 원하고 행정은 형평을 따진다.
군서중의 존폐위기가 본동의 큰 화두가 되었었다. 학군개정 캠페인은 결과로 놓고 보면 참패했다. 교육청 면담 결과는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문제 해결’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요구를 외쳤지만 우리의 순수한 믿음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봐야죠.” 학교의 폐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학급수가 적어지면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학생들만 봤을 때는 폐교를 시키는것도 어떨까 하는 흔들림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진다면 마을은 황폐해질 것이다.
학교가 있는 곳으로 젊은층들은 몰릴 것이고 상대적으로 마을은 노령화 또는 쇠퇴화가 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돈만 벌러 왔다가 그냥 가는 공간이 되면 마을은 무미건조해질 것이다. “방법은 그들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나쁜 사례를 만들어내면 감정만 쌓이게 되지요.” 교육청의 의지가 있으면 학교의 존폐는 걱정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다. “우리가 학교를 지키려는 이유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한마디의 말이 절실함으로 와 닿는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학부모들 위주로 마을이 만들어져 간다면 생동감있는 마을로 활력이 생길 것이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것들을 공적인 기관으로 들어가 현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로 나가야하는데 기존의 세력들이 버티고 있으면 마을은 성장할 수가 없다. 서로의 역할을 달리하여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되면 공감대는 물론이고 지역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건강해야한다. 아이들을 위한 사업은 다양해져야하고 또 많아져야 한다. 학교에만 맡기지말고 마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함께 키워내야한다.
아파트 단지를 걸으면 모두가 똑같은 건물뿐이다. 주택가는 사실 아파트보다 좋은 공간이다. 골목은 아이들의 추억을 쌓기에 가장 좋은 놀이공간이다. ‘쓰레기와 '주차’를 말하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생각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나쁜 공간이란 없다. 염려가 된다면 만들어주면 된다. 어릴때의 정서는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작은 개선이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화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문화적 정서를 위해 여름방학부터 10월달까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영화보기를 한적이 있다. 아이들이 그림일기를 써서 보내왔다. 읽는 순간 뭉클했다. 해준건 별게 아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거리였나보다. 늘푸른 자활센터에서는 댄스수업을 하고 있다. 신체장애가 있는 친구들의 몸이 굳어지지않게 하기 위한 수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효과도 좋은데 지원이 끊겨 자치회에서 대신 지원을 약속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해맑다. 그러나 해맑은 뒤에는 어두운 고단함도 함께 한다.
대한민국 전체에서 본동이 아동주거빈곤층이 가장 높은 빈도수를 나타내고 있다. 노인 빈곤층이나 장애인, 신혼부부, 청년들 대상의 주거공간 대책은 자주 거론되지만 아동 주거권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안되고 있는 상태다. 선진국에서는 아동의 주거빈곤에 대한 법적 테두리가 있다고 한다. 빈곤층에서 부모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 아동주거빈곤층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대안책은 무엇일까? 법적인 테두리를 재정비하여 두 자녀 이상이 되면 원룸에 살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좀 더 나은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여 임대주택이 우선 지원될 수 있는 방안 같은. 다른 마을로 이주하지않고 지금 살고있는 마을에 머물러 있다는 조건을 달고. 매입 임대가 됐든 신축 임대가 됐든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정왕동에 계속 머물게 하는등의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마을에 애정을 갖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두 구제할 수는 없지요. 아주 심각한 지경의 경우를 인식 해달라는 거죠.” 일시적인 개선사업보다 시간이 좀 걸려도 일단 ‘한 동이라도 지어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신혼부부나 청년들을 위한 시범 주택은 만드는데 원룸에 다자녀를 끼고 사는 이들에게는 왜 기회나 대책을 세우지 않는지, 그 부분을 심도깊게 논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어둠이 가신 진짜 해맑은 표정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왕본동이 도시재생사업으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사실 다른 지역에서 하는 도시재생사업과는 완전히 달라요.” 경기도 도시재생사업은 약 30개 정도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구도심에 순수하게 재원을 투자하고 슬럼화된 도시에 활기를 띄워주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정왕동의 도시재생은 그린벨트 지역에 하는 도시재생이기 때문에 개발로 들어간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 거죠. 정확히 말하면 도시개발인거죠.”
국비와 시비를 합친 280억이 투입된다지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3,400억이다. 3,400억은 토지 매입비, 용역비가 되겠고, 말하자면 LH에서 개발비로 분양하면 3,400억짜리 공사현장이 된다 라는 얘기다. 정왕동 도시재생은 과대포장 되어있다고 전한다.
군자동의 도일시장이나 은행동,신천동의 모랫골마을은 도시재생이 맞다. 그러나 장왕동은 도시개발이다.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 가장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활동은 ‘야학’이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것인데 학업증명서가 없는 분들의 교육열이 매우 높았다. 주민자치사무실에서 시작한 야학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내부적인 여건 때문인데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열망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위원들의 여력이 부족했다.
공부를 마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웠던거다. 결굴 그 사업은 얼마 지나지않아 포기되었다. 고민을 해야했다. 그러다 우연치않게 도와주겠다는 이들이 생겼다. 사단법인 ‘더불어함께’의 정경대표와 백재은사무국장이 나서준거다. 정왕고 정종윤교장선생님도 힘을 보태 교사들을 모으고 ‘더불어함께’ 사무실을 임차해서 야학을 시작했다. 올 4월부터 다시 수업이 재개됐다.
현직 교사들이 과목별로 매일 수업을 해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어르신들은 열심히 공부했다. 그 중 두분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금 고등과정을 하고 있다. 더 감사한 것은 9월경부터 정왕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보조선생님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 교사들과 자치회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교재비를 충당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도움과 어르신들의 열정이 감사해서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인원을 모집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좀 더 확대된 사업으로 야학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크 공유로 많은 가정의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고싶습니다. 정보의 부재로 혜택을 받지못하는 가정이 많거든요.” 부동산이이나 관리업체들과의 정보교류부터 시작하려 한다. 사실상 사각지대의 계층 발굴은 어렵기 때문에 가장 근접하게 닿아있는 곳부터 시도를 해보면 좀 더 빠른 발굴을 기대할 수 있지않을까 해서다.
“본동은 희망과 가능성이 있는 도시입니다.” 무리한 말은 아닌 듯 싶었다. 임정옥자치회장의 마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마을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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