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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박옥이씨가 세운 또 하나의 길-달맞이학교


마을일을 하는데는 두가지 길이 있는 것 같다. 마을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아무 댓가없이 보람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자투리 시간에 생색을 내면서 은근한 댓가를 바라는 사람, 박옥이씨는 거침이 없었다. 지역에서 굵직한 일들을 하며 쌓아 온 내공은 당당함을 넘어서 아무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을만큼의 카리스마를 풍겼다. 입담마저도 거침이 없었으나 그래서 간간이 더 아프고 슬픈 외로움이 묻어나왔다. 마음이 비쳐진 눈빛에서.

 

이날의 인터뷰는 달맞이학교 행정실장으로 주선된 자리다. 정왕1동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을 할 당시 만든 야학은 달맞이학교의 전신이다. “어느날 길을 지나는데 ! 너 학교가고 싶지않냐?’라는 말이 들려와 쳐다보니 중학생 아이들이었어요. 공부를 못하는 처지의 학교 밖 아이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죠.” 주민자치위원장과 뜻이 맞아 야학을 개설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에 30명 정도 모였던 이들이 점점 빠져나가면서 7명이 남았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지속할 수 없어서다. 스스로의 공부이기에 하고자하는 마음이 있다면 의욕적으로 해야하는데 의지의 문제인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한 것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지역에 이름이 알려져 창피한 경우, 남편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 공부가 어려워서, 자신감이 없어서, 매일 나가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서 등등이다. 공부는 창피한 것이 아닌데 사람들의 시선과 또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사람들끼리의 질투와 시기로 유지가 안되는 것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매일 공부가 끝나고 나면 밤 9시가 된다. 늦은 밤까지의 운영은 사무국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후임 위원들이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게 한 이유가 되었다. 야학은 폐지되었고 민간에서 도와주던 지역선생들과 학생들은 절망했다. “학생 중에 조경수라는 분이 있어요. 이 사람이 머리가 좋아요. 영업하면서도 공부를 달고 살지요”.

 

그런 조경수씨가 도움을 요청해왔다.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 것이다. 앞서 야학을 주도했던 주영경대표가 달맞이학교를 만들어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다시 찾아주었다.

 

교사들도 구성됐다. 정왕고, 진말초, 안산 초지고, 시화공고등 현직교사들과 보조교사로 정왕고 학생 20명이 동참했다. 학생수보다 교사수가 더 많은 달맞이학교.

과목별로 두 명씩 14명이 체계를 갖추어 운영되고 있는 달맞이학교. 정왕고등학교 정종윤교장이 달맞이학교 교장을 맡았고, 정왕고 이동민교사가 교무부장, 정왕1동주민자치회 임정옥회장이 지역위원장, 박옥이행정실장등. 그리고 교사들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불참시 대신 수업을 해주는 주민 이가야씨까지 갖출건 다 갖춘 달맞이학교다.

 

힘든 시절,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그 시절에 공부할 기회는 주어지지않았고 이제 나이가 들어 공부하려니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살아 온 만큼의 인생의 지혜는 지식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지식을 심어주는 교사들이나 교사가 꿈인 학생들이나 인생의 귀한 말씀들을 들을 수 있어 서로가 배우고 배워가는 귀한 시간들을 나누고 있다.

 

달맞이학교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밤에 공부하니까 달맞이란다. 낮에 하는건 해맞이란다. 아시아스쿨에서 해맞이학교를 추진할 계획에 있다. 서해고 출신 교사가 한글을 가르치고 대상은 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달맞이 학교는 교사진이 든든해요. 지금 학생을 모집 중인데 기왕이면 40대가 많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왕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거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도전으로 했으면 해요.” 힘겹게 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세명의 만학도. 지금처럼만 하면 나름대로 각자가 원하는대로 성공할거라 생각한다. 20184월부터 시작해서 중등1, 고등부 2명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해 수업을 계속하고 있고 그 중 한명은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옥이행정실장은 지역에서 봉사를 많이 한다고 알려져있다. 그 세월만 23년이란다. 환경운동연합, 통장, 시흥의제, 주민자치위원회를 거쳐 지금은 정왕1동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정왕동에 소재한 이사랑치과에서 사무처장을, ‘행복한 의원운영을, 장애인체육회이사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도 운영하고 있다.

 

월급받고 일하는 것보다 월급 받지않고 일하는게 더 재미있다는 박옥이씨. 오히려 마을에 쓰기 위해 장사를 한적도 있었다는 그녀의 정체는 뭘까? 그저 직책에 욕심이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생색도 이름 나는 것도 상 받는 것도 다 부질없다 생각하는 그녀다.

 

박옥이씨가 그리는 마을은 소박하다.

살기좋은 마을은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지요. 시기·질투가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내 것이 아닌 것에는 시기·질투가 없거든요. 마을을 위해 일한다는 이들이 서로 격려하고 잘 지내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살기 좋은 마을은 어른들이 더럽혀 놓은 마을을 깨끗이 정리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열심히하면 내 후손이 열심히 하지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처럼 마을에 나서는 건 아닐까?

 

마을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엄청난 교육을 해도 건져내기가 마땅치않다. “잘난척 할 시간에 일해야 하는데, 일 할 시간에 잘난척 하니까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게 당연하죠.” 박옥이씨의 직설화법은 다소 당황스럽기는 하나 반면 시원하기도하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말 속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봉사를 일처럼 했다는 그녀는 오늘도 지치지않고 마을로 나선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띄운다.

 

달맞이학교 학생모집(무료야학)

대상 : 중학교 검정고시반/고등학교 검정고시반

일정 : 월요일~ 금요일/오후630~830

연락처 :010-2264-5170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