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정감가는 여자 이름이지만 永(길 영) 稀(드물 희)자다.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한다. 사람은 이름값을 하고 산다. 김영희씨의 행보는 그래서 한 길로만 나있는 가보다.
사범대를 졸업했으나 교사로서의 삶보다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그래도 아이들과 관련된 일은 놓지않았다. 초·중등에서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 심리문제를 다루는 미술치료전문가다. 차분함 속에 묻어나는 다정한 말투와 목소리의 색이 아이들의 마음을 녹여낼 것 같다.
학원을 하던 경험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싶어 다시 마을로 나온 김영희씨는 초등학교로부터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다거나 긴급 위기 상황이 있을 때, 언어적인 교감 없이 아이가 입을 닫고 있을 때 연락을 받으면 달려가 정서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주로 복지 관련 쪽 아이들과 연결이 된 아이들을 맡고 있는데, 군자초에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한 교시당 한,두명, 화요일에는 네명, 금요일에는 다섯명 정도 돌보고 있고, 군서초에서는 월요일과 수요일에 가서 똑같이 한 명씩 또는 네 명씩, 8명을 돌보고 있다. 일주일에 16명 정도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은 지방에서 자폐 관련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매일이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이다. 쉬고 싶을 토요일의 인터뷰는 그래서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정왕마을교육자치 연구모임 외에 일대일로 마주하니 선한 눈빛에 정감이 들어있있음이 보였다.
김영희씨는 미술치료전문가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 생각되면 미술이란 매체를 통해 그에 맞는 이완작용을 하고, 분노폭발이라든가 애착관련등의 진단을 분리해서 학교 부적응과 관련된 아이들이 좀 더 수월하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복지나 심리·정서 부분이 마음의 병으로 부끄러운 걸로 되어있었지만, 최근에는 우울증이 있으면 바로 치료하라고 적극 권한다. 현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우울증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치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치료는 안정되어지는 속도나 결과에 따라 3개월이 걸릴 수도 1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형평의 문제로 유지될 수 없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개인차로 인한 치료기간의 유연성이 조율되어 좀 더 자유롭게 아이들과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미술치료를 통해 우울감이 올 때의 대처법이나 혼자 지탱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상담은 종료된다.
가족내의 일상에서도 언어적 소통에서 부드럽게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가족이나 이웃이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가족이나 이웃의 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그런 문제들이 누적되면 힘들어진다. 가족구성원으로서나 사회구성원으로서나 관계에서 힘들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심리상담이 필요한 것이다. 미술치료는 일반 상담과는 다르다. 심리적 안정 지원의 목적이 크다. 미술로 그 사이의 교감을 하면서 아이가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잘할 때는 박수쳐 주고 지지해주는 정도다. “관심을 두고 ‘내가 너를 봐 주고 있어. 그것으로도 충분해. 괜찮아. 못해도 돼. 이런 말을 해주는거죠.” ‘한 아이가 크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한다’는 말처럼 아이도 옆에서 돕는걸 안다면 또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길 수 있을테니 마음을 만져준다는건 좋은거다.
군서같은 경우, 수요일은 미술로, 금요일은 인지수업으로 진행하는데, 인지란, 아이에게 학교 부적응이 오면 기본적인 학습이 되지 않은 상태의 경우가 많기에 심리정서와 학습이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독증같은 특별한 케이스의 경우를 구별해서 진행해야하는데 다수의 학생들을 선생님 한사람이 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특별한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 역할을 김영희씨가 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희씨는 매일 아이들과 만나면서 또 한 가지 마을을 위해 무거운 짐을 졌다. 정왕마을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내 역량의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서 거절했었어요.” 마을에서 활동하는 마을활동가라는 포지션도 낯설고, 정왕마을교과서 집필진의 한 구성원으로 포함된다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미술치료를 하고 있지만 마을활동가의 영역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전문적이거나 직업적인 면에서의 집필은 몫이 아니라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조은옥선생님이 따라만 가면 되니 무조건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모르는건 물어보면 된다고 하고... 식사자리에서 이동민선생님 얘기를 들어보니 일조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습상태를 알고, 심리상태를 알고, 지역간이나 학부모간 등등의 내용을 잘 알고 있으니 분명히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거라 했어요. 그래서 그냥 하게 되었지요.” 집필진으로 발을 담그고 나서는 진지하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만들려고 하는 마을교과서가 혁신수업의 구분이기에 일반수업과는 다르다는 관점에서 연구모임에 임했다. 혁신교육을 하지 않겠다하는 학교도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았다. 일방적인 교육지도와 아이들간의 편차등으로 인한 일부 아이들의 주도적인 활동에서 오는 비효율성이 떠올랐다.
사회 교과서는 주류 교과서와 다르니 사회부터 시작하면 마을을 비롯 넓어질 영역에서 공부하는데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처음에는 마을교과서 집필에 대한 팁도 없이 ‘마을활동가가 필요해서 하는거야’ 하고 들어갔는데 1회 모임에서 부정적인 마음은 솔직히 들었어요. ‘구색맞추기 위한거구나’라고 생각했던거죠. 그런데 하면 할수록 애착이 가더라구요. 이동민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단계별로 연구모임을 해 나가니 왜 무조건 같이 해보자고 했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
유연한 마을교과서를 지향하며 자유롭고 다함께 공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방향을 잡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을 탐방의 경로를 쓰시오라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획일적인 쓰기 위주의 탐방기행문 보다는 쓰기와 발표를 골고루 하여 학생들간의 편차를 배려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어마어마한 정보매체를 손 안에 쥐고 살고 있다. 그러나 남의 지식을 가져와서 내 것으로 복사할 수는 있으나 세부적인 지식은 실제 체험을 통해 얻어져야 진정한 나의 지식이 되지않을까. 질문을 던졌을 때 어른이 요구하는 이미 정해진 답이 아닌 다른 답이 나왔을 때 틀렸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왜 그런 답을 썼어?’라고 한번 쯤은 물어보고 아이의 생각과 느낀 점을 알아보는 시선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을 관찰수업이라고 하는데 그 답 안에서 아이의 인성이나 여러 감정을 볼 수 있다. “그게 아니지!”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발언한 것에 대해서 더 확장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사회교과서는 국어, 수학이 만지지 못하는 것을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내가 이 교과서로 공부했고 내 마을에 대한 걸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고, 그러면 파급력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미미하지만 후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마을교과서로 자리 잡힌다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심리적·정서적 힘이 실어지게 되니 좋을 것 같다는 얘기다. 사회시간 만이라도 서로 활발하게 이야기 나누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동시에 마을을 알아가며 마을에 애정을 갖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중학교에는 심리를 다루는 교과가 없기에 적어도 공부만 잘하는게 아니라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마을을 알고 이웃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 쟁점일 것이다.
“지지라는 뜻이 있어요. 무조건 봐준다면 할아버지 수염도 뽑아요. 지지 속에 어른으로써 좋은 훈계가 있어야 하거든요. 따뜻하게 말 걸어주고, 힘들어하면 함께 해주고, 아이가 처해있는 환경을 다 알지는 모르지만, 또 진짜로 도움받기를 원하는지도 알 수 없지만 지지하다보면 조그만 변화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을은 어쨌든 사람이 살아야하니까...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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