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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정왕고 정종윤교장의 탄력에너지


학교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끌어안고 팔짱끼고 장난치고... 누가 교사고 누가 학생인지 모르겠다. 서로가 친구같다. 쓰다듬는 손은 엄마의 손길처럼 사랑이 묻어난다. 정왕고등학교 정종윤교장과 정왕고 학생들의 모습이다.

 

귀엽다! 라고 표현하면 혼나려나... 아니 학생 대부분의 증언이다. 학생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편하게 대해주니 좋다는 평이다.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하며...

 

정종윤교장의 아침출근은 고속도로 3개를 타고 오는데서부터 출발한다. 퇴근해서 돌아갈 때까지 그는 시흥사람이다. 그리고 정왕동 주민이다. 학교와 학생들에 관한 것이면 어디든 눈에 띄는 그의 행보가 특별한 까닭은 '교감'도 있지만 정왕본동에 담고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시흥시 안에서 정왕본동하면 인식되는 좋지 않은 점들이 작게나마 좋은 쪽으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마을의 중심에서 마을교육자치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니 본동이 탄력있게 활성화 되어가고 있음이 보여진다.

 

정왕동으로 부임해 올 당시는 사실 서러웠다. 교사 초임 시절, 시골학교에 있어보기는 했지만, 군서중학교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시골학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교장 연수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또 시험도 나름 잘 보고 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모든게 야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근무지이니 근무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학교를 바라보고 학생을 바라보고 또 지역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나 군서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육적 가치관이 정립되고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느껴졌다. 군서중학교는 느즈막히 얻어진 신의 선물과도 같았다.

 

주로 환경이 좋은 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나름 마을사람들과도 소통을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에는 책 제목을 읽고 첫째 줄만 읽는 요약본만 봤다면, 군서중에 와서는 그 책을 한 글자, 한 글자 작가가 표현하려하는걸 곱씹어가며 책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35년간의 교직생활은 , 열심히!’였는데 군서중에 오면서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왕고등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깊이는 더해갔다.

    


제가 마을활동가들을 보면 가끔 그래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그 분들은 저보고 이상한 교장이라고 그러죠.” 개인적인 이해 관계를 떠나서 열정을 쏟는 모습을 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생활 패턴 속에서 마을을 위해 이렇게 하는 모습도 있구나, 하는걸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정년퇴임하고 나면 늦잠자고, 여행다니고, 좋은거 보고, 먹고 하는 것들만 머릿 속에 가득했는데 마을활동가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바뀐 생각은 학교의 담장을 과감하게 허물어버리게 하였다. 마을과 함께 하면서 학교와 마을간에 생긴 사소한 오해와 갈등은, 마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통해 소통했다. 대상을 향해 우선 질문을 했다. “학교 문턱이 높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서로가 서로를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을 분들이 학교 시스템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을과 학교사이에 단단히 막혀진 담장을 허물기 위해서는 학교 시스템을 우선 이해시켜야 했다.

마을은 학교를 거치지않고 마을에서 구성한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한다. 그러나 학교 시스템은 학사일정이 정해지면 창의체험 한 시간 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마을강사들에게 한 시간은 작은 것일지 모르나 학교 시스템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설명했다. 그리고 도표를 띄워놓고 정해진 교과 외의 것들을 보여주며 설명하니 이해를 했다. 그리고 마을강사와 프로그램 진행 여부는 시스템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수 없는 점도 이해시켰다. 결국은 시스템의 차이라는 것인데, 물론 개선되고 정리해야할 것들은 많다.


이 모두가 마을과 학교가 성장하는 과정이니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하다보면 좋은 방법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활성화되고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행정이건 지자체건 마을활동가들이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행정적 톱니바퀴를 잘 꿰어 맞추면 된다. 기간의 계획성이 바로 세워져야 어느 학교든 융합과 협력이 가능하다. 학교의 중심은 학생들이기에 그들의 의견은 당연히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마을과 교류하는 단계가 이제 시작이라 정왕고에서는 학생회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2019년도에는 범위를 더 넓혀 학부모, 학생, 교사가 교육적으로 가치있는 일에 힘을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한다. 마을교육자치도 sky라는 학생회연합에서 회의를 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긴 의견을 모아 진행 할 수 있게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마을교육공동체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계획이다. 아직 학교와 마을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일이든 시작은 작은 것부터 뿌리를 내리는 법이다.

 

그 작은 움직임은 군서중학교를 중심학교로 두고 정왕마을축제 1, 2회를 진행하면서 얻어낸 발품과 경험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콘텐츠를 기획하고 마련해나가면서 쌓은 경험들이 매뉴얼이 되어 계획한 것과 달리 갔을 때의 개선점이나 부족한 부분들을 수정 보완해 나가면서 완성도가 깊어진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편하게 책상에 앉아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게 하고 결재만 하면 쉬운 것이 교장이라는 자리다. 그러나 마을과의 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되어 밖으로 나가고 여러 사람을 만난다. 학교가 그 마을에 있어서다. “마을에 사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학교로 오는거예요. 그러니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예요.” 마을교육의 철학이다. 교사들은 주인들이 혹시나 시간을 낭비하거나 노력을 낭비해도 얻는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서적 소비 없이 서로 도와가면서 더불어 살길 바란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교사들이 더 잘 알고 집 밖이나 가정이나 마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의 아이들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온전하게 마을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이 함께 해야한다. 그래서 찾은 것이 달맞이학교멘토다. 만학도를 꿈꾸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야학에서 현직교사를 도와 일대일로 어르신학생들을 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공부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어르신들도 학생선생님이라 부르며 좋아한다.

 

자기가 꿈꾸는걸 이루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것인지 달맞이학교 어르신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지식을 가르쳐 드리고 어르신학생들은 인생의 선배로서 인생의 지혜를 이야기해주니 서로가 좋다. 꿈꾸는 자의 배려와 나눔이 있는 삶은 마을을 포근하게 해준다. “각 분야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고 부족한 것을 도움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나눔과 배려가 있는 행복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사회에 요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교사들에게 늘 강조한다. 30명의 아이들이 모두 다르기에 못해도, 약간 튀거나 빠르거나 뒤쳐져도 강요하지말고 섞어가게 두라고. 공부란 것은 잘 하는 아이들이 있고 뒤처지는 아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인문계 교장이 이렇게 얘기하면 안되는데 인문계에서 대입을 위주로 학교 지도를 하는 이유는 인문계로 온 아이들이 대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히 하자는거지, 여기서 좋은 대학을 못가는 애들이 인생의 낙오자는 아니다라는 거지요.”

 

정종윤교장은 시흥에서 교장으로 마무리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정왕동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갔을 부분을 정왕동에서 알게 되어서다. 그것은 따뜻함이다. 그리고 학교가, 마을이, 학생이, 학부모가 함께 하니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그냥 쑥쑥 크는게 아니예요. 저는 아이들을 대나무에 빗대어 말을 하는데 대나무는 마디하나 만들고나면 그 다음 마디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한 대요. 그래서 하나씩 올라간대요.” 산나무 자라듯이 쭉 크기만을 바라지말고 한 마디가 만들어지고 약간 정체도 겪고, 또 올라가고... 이렇게 아이들이 단계별로 커나간다 생각하면 조급함은 없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싶어요.“ 학교체제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마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마디, 대학교... 그래서 저는 기다리자 주의에요.” 기다리며 쓰다듬으며 그렇게 정종윤교장은 1학년 학생의 팔짱을 끼며 친구처럼 말을 건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