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우리 또 만나자!’ 애틋한 마음 가득 담아 꼭 안아준다. 영순씨의 사회적 엄마와 아들 사이다. 헤어질 때마다 내 자식보다 한번 더 마음을 봐주는 것이 엄마품멘토의 당연함이지만, 학년이 바뀌어 더 만나게 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라 정 떼기가 쉽지 않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엄마품 멘토가 되어 처음으로 마음 속에 담아 둔 아이. 아직은 너무 예쁘기에 마음에서 내려놓기도 눈에서 멀리 떠나보내기도 싫다는 영순씨. 받는 돈의 절반을 아이에게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깊은 정이 들어버렸다.
영순씨는 엄마품멘토다. 맞손동네관리소 지킴이기도 하다. 일복은 타고 났다고 하는 영순씨는 어떤 일이 주어져도 그저 재미있다, 그리고 잘한다. 한가한 업장에 영순씨가 가면 바빠진다. 손님을 몰고 다녀서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우리 가게에 와서 앉아만 있어달라고. 우스갯소리겠지만 손님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있기는 있다. 필자도 그러하므로.
일복 타고난 영순씨는 자신의 아이가 유치원 갈 때 즈음 맞춰 사회로 다시 나올 준비를 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는 조건에 맞는 일을 구하기가 어렵다. 지인의 소개로 간 곳은 두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할 정도로 바쁜 곳이었다. 그러나 작업의 여건이 영순씨와 맞지 않았다. 맞지 않는 일은 허리디스크를 유발시켰고,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며 4개월여의 공장 생활은 끝이 났다.
그러던 중 새일본부에서 코딩수업을 받게되었다. 코딩수업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아니 적성에 맞지않았다기보다 자신이 없었다. 엄마품멘토링...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뭘 해주어야 할까... 그런 생각들은 포기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포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야단을 맞았다. 막연하지만 해보기로 용기를 내고 엄마품멘토링 3기 백영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한 아이의 사회적엄마가 되었다.
아이와의 밀당을 주고 받는 사이에 정이 들어버린 아이가 어느 날 물어본다. “선생님 나랑 언제까지 만나요?”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그냥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는 듯했다. 헤어짐의 상처까지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우선 엄마품멘토단들은 자기 자식처럼 대하는 것을 어기지 않는다. 정들어서 헤어지면 마음이 아프고 상처가 될 수 있음에도 정해진 기한은 어쩔수 없는 상황의 부딪힘이다.
아이는 사회적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거친 언어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대처에 능숙하지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난처할 때도 있지만 어드바이스를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다. 처해있는 가정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정서적 불안감을 떼쓰는 것으로 관심을 표현하니 어린 8살 소년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가끔 심술을 부린다. 그래도 ‘내 마음의 자식’이니 참아낸다.
“아이를 지역아동센터에 데려다 주면서 수요일에 와도 괜찮겠니? 했더니 아무말 없이 뛰어올라가더라고요. 그런데 1분도 안돼서 다시 뛰어내려와요. ‘오시고 싶으면 오던지요!’ 오라는 소리거든요. 수요일에 갔더니 무지 좋아하는거예요.” 아닌듯하면서 툭툭 내뱉는 말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는 것이다.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한마디의 감격스러움에 모든 상처와 속상함을 덮어버린다. 아이가 삐뚤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나한테 끝까지 사랑을 줄까? 끝까지 만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없었으니 엄마로부터 무언가를 받고 느낀다는 것을 모를뿐인 아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도 목이 터져라 아빠를 부르는 아이. “아이는 엄마, 아빠가 그저 보고 싶을 뿐이거든요. 저 만나면 항상 손을 잡아요. 화가 나도 손을 잡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늘 긴장의 연속이지만 엄마와 자식처럼 손잡고 다닌 시간만큼 마음 속에 서로를 깊이 새겼을 것이다. 한 겨울에 얇은 옷을 입어도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해 집에 와서 울기도 한다. 그래서 손을 더 많이 잡는지도 모르겠다.
“엄마품에 들어 온 아이들은 엄하게 다스리기보다는 누가 내 마음을 진짜로 알아주고 ‘너 대걔 멋진 아이야’라고 했을 때 아이가 바뀐다고 해요.” 10번의 만남을 통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아이는 엄마품멘토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었다. “한번은 감동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머리카락을 자르러 갔는데 ‘자르니까 멋지지?’ 하니까 ‘선생님이 나를 많이 배려해줬잖아요. 생각 많이 해줬잖아요, 그러는거에요.” 눈물이 핑 돌았다.
아직도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떨린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책도 읽어주고 과제도 봐주며, 싫어하는 공부를 하더라도 조금만 잘하면 너무 잘했다. 멋지다 칭찬해주는데, 그런 말들이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삶을 산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은 있게 마련이나 그저 8살 그대로의 모습으로만 봐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영순씨.
처음의 엄마품멘토는 20여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4명만 남아있다. 돈 버는 목적이라면 엄마품멘토는 결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영순씨는 맞손동네관리소를 보며 시간의 조정이 용이하여 남았다. 최소한의 교통비 정도의 금액이지만 때론 돈이 전부가 아닌 가치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지금 영순씨가 하고 있는 엄마품멘토이고 동네관리소 일이다. 그리고 마을과 관련 된 모든 일이다. 아시아스쿨에서 하는 공유부엌, 그 하나로 이웃과 친해지기도 한다. 어떤 연결고리로 누군가와 친해진다면 그 한 사람이 지역의 자원이 될 수 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한 공간에서 같이 떠들고, 웃고, 음식을 해서 나눠 먹는 모든 행위들이 바로 공동체의 모습인 것이다.
남편의 응원덕에 마을에서 가치있는 일을 해나가는 영순씨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늘 마음만은 즐겁다. 말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입꼬리가 항상 올라가있다. 기분 좋아지는 선한 입매다.
마을일은 정해진 출.퇴근의 기능이 없다. 엄마품멘토링은 일주일에 한번 하지만, 동네관리소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근무한다. 교육이나 회의가 있으면 아침에도 나온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봉사가 필수다. 닥치는대로 배우고 익히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웃과의 소통을 위해 거리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은 언어 소통이 되지않아 사이 간극을 좁혀나가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사람을 보는 시각이 넓어짐을 느끼며, 스스로의 성장은 물론 가족과의 유연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마을활동은 7살 꼬맹이의 눈에도 자랑스런 엄마로 인식할만큼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니 좋다. 영순씨의 마을활동을 응원하며 품안의 아이, 마음에 품은 아이 모두의 엄마로 사랑 가득한 본동의 인물로 남게 되길 바란다.
*이 사업은 삼성꿈장학재단 지원으로 (사)더불어함께에서 진행하는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지역자원조사차원에서 제작되는 인물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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