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본동(죽률동) 사람 손명희. 손명희교사는 군서중학교 혁신연구부장으로 혁신학교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혁신학교 종합평가 대상교로 지난 5월 컨퍼런스 주관, 정왕마을축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다. 2018년도에는 정왕마을축제 홍보 포스터를 공모하여 학생 작품을 선정하였는데, 이 공모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수행평가에서 ‘마을축제 홍보 포스터 만들기’ 항목을 지정, 협동학습 결과물 중에서 초대장 1점, 포스터 2점 등이 선정되었다. 또한 학년말 프로그램 운영에서 2학기 2차 지필 평가 이후에 참여형 교육 연극, 아트테라피 등을 계획, 운영하여 학생들의 심리 분석 및 정서적 안정과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하기도 하였다.
손명희교사는 교육과 활동 어디에서도 빠지지않고 다니며 마치 교사활동가인 듯 그렇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교육 관련한 곳에서는 늘 눈에 띄었고 또 존재감과 함께 마을, 학교, 학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밝고 명랑한 외면 외에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그녀의 깊은 고뇌는 주변인들로 하여금 진지함을 갖게 해주며 한템포 늦추어가게 만드는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 교사였다. 그런 흥미로움은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 아무런 정보도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인터뷰를 아니, 막연한 대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겸손의 전제는 이미 그녀가 보여준 많은 활동들로 검증이 되어 겸손을 버리게 하였다.
손명희교사는 1993년 안성의 죽산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교직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인근 안산과 시흥을 번갈아가며 근무하다 2016년도부터 현재까지 군서중학교에서 재직 중에 있다.
손명희교사를 처음 보게 된건 교육모임에서였지만, 실질적으로 가까이에서 본건 정왕마을교육자치회에서였다. 2017년부터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인 ‘마을교육연구회’에서의 활동으로 마을교육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가게 되었다는 손교사는, 한국형마을자치교육 TFT에 가입을 권유받아 활동하던 중, 정왕마을교육자치회가 운영된다는 말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학교와 마을은 아직은 서먹하고 어려운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벽이 있어서다. 그것은 마음의 벽이라는 것인데, 그것을 허물기 위해서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한다고 말한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관계가 아닌, 아이를 중심에 두고 서로가 공감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가는 모습,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을 알아가면서 마을교육에 대한 거창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나, 무심하게 거주만 하는 장소로서의 마을이 아닌 내 삶과 앎이 공존하는 마을의 모습을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교육, 교육현장에서의 경험이 동반되었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언제든지 찾아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마을에서 추구하는, 또 학교에서 원하는 것들의 완성이 되지않을까....
그런 생각은, 현재 정왕마을에 거주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못함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 상대적 박탈감 등을 지역에서 보살핌이나, 하고 싶은 일을 꿈 꾸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 마을에서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며 수고를 아끼지않고 있음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사막 한 가운데 홀로 놓여진 외로운 작은 생명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력이 아동·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져 아이들이 시흥에서 또는 지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배짱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실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꿈조차 꾸지 않고, 의욕없이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간접 경험이라도 많이 해주고 싶어 수업시간에 여러 사례들을 얘기해주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거죠.”
그 최선을 지금 만들고 있는 마을교과서를 통해 전국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이 마을 안에서 꿈꾸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려 한다. 마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더욱 마을교과서 집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전문적이지 않아도 내가 만든 마을지도(여행, 생태 등등), 내가 만든 마을 공정여행 계획 등 마을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마을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조금이나마 애정을 갖게 되지 않을까...
처음 군서중에 와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받았던 충격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밥상머리 교육의 부재로 인해 굳어진 학생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은 바뀌지 않았고, 힘이 들었다. 그러나 자유학년제의 일환인 ‘사람책’을 운영하면서 변화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교육은 교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을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마을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을교육연구회’ 활동을 하고 그로인해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들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체계적인 공부의 필요성으로 마을과 관련된 모임에 참여하였다.
마을자치 활동을 하면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글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중이다.
“제게 정왕동이란, ‘사막의 모래늪’이예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사막에서 길을 걷다 모래 늪에 빠져, 처음에는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다가 모래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장면이 바뀌면 모래 밑의 동굴로 떨어져, 또 다른 세상과 만나게 되는 장면들이 나오거든요. 내게 있어 정왕동은 그런 모래늪인 것 같아요.” 처음 정왕동에 이사왔을 때는 떠나려고 허우적거렸었다. 그러나 생활하면서 정왕동의 새로운 가치와 매력이 느껴지고 또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결국 힘에 겨운 것들은 겉에서 보여지는 하나의 편견일 뿐, 안으로 들어가면 그 곳엔 누구나 똑같이 귀한 존재인 ‘사람’이 있고, 다듬어지지않은 원석인 ‘학생’이 있다. 교사의 역할은 정해져 있으나 한 발 더 깊이 들어가서 마을과 함께 연대하여 학생을 중심에 두고 키워나간다면 건강한 학생, 건강한 학생이 사는 건강한 마을이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더 값진 걸음이 되는 것처럼 ‘모두’가 ‘우리’가 다 ‘함께’ 한다면 적어도 떠나고 싶은 동네는 되지않을 것이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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