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에는 장애아이들이 많거든요.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들이 학교라는 큰 사회에 나가서 사랑받으며 잘 지내고 있을지 혹 놀림을 받지는 않을지...” 박효경원장의 보육은 품안의 자식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손길 닿지 않는 부분 없이 사랑으로 보살폈는데, 학교로 보낼 때의 걱정된 마음은 눈물로 표시된다. 시간이 조금 지나 잘 적응하는지 전화나 문자를 보내면 잘 적응한다 또는 울고 다닌다고 한다. 그렇다고 쫒아가서 해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에 그냥 질끈 눈을 감아버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니 매번 그렇다.
“그런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인원을 보내면 또 그만큼 신입생이 들어오잖아요. 계속 슬퍼할 겨를이 없는거예요. 새로온 아이들을 적응시키기 위해 일하는 제 모습을 보면 대걔 웃겨요.” 장애통합시설을 병행하기에 모든 아이들의 엄마이지만 특히 장애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깊이 박혀있다.
일반, 다문화, 장애아등 0세부터 영·유아 아이들은 똑같은 보육·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출생의 빈곤사회에서 다문화인구가 많아지는데, 다문화가정은 보육료 지원이 되는 반면 외국인 가정 아동은 보육료가 지원되지 않는다. 안산은 다문화 특구지역으로 외국인 자녀들도 작년부터 보육료를 지원했는데, 시흥은 아직이다. 어차피 해당 나라로 돌아갈 아이들이라고 보는 관점의 냉정함이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다 똑같은 아이들인데...
다문화, 외국인, 장애인, 정상아를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고,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육도 함께 해야하기에 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아이들에게는 가정의 기능과 정서적 지원 및 학습지도등 기본적인 것을 모두 제공하여 학교 가기 전까지의 훈련과 세심한 관찰을 필요로한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달라진다. 연계의 필요성은 여기서 나타난다. 1학년 정도는 어린이집의 연장선으로 보고 어느 정도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런 고민은 지역에서의 유아보육기관은 어떤 위치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연결고리가 잘 세워지지 않음에 답답함을 느낀다. 갓난아기때부터 기저귀 떼가며 키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전까지 과연 지금 하고 있는 교육을 옳다고 할 것인가 하는 회한이 들기도 하다.
그러던차에 ‘더불어함께’의 백재은 사무국장이 마을 이야기를 건네왔다. 영·유아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좋을까... ‘더불어함께’와의 인연은 25년 정도 되었다. 오랜 세월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지역의 아동을 위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의 범위가 넓어지고 확장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박효경원장은 유아쪽으로 매진했다.
유아기의 아이들과 아동기의 아이들을 마을에서 엮어내기란 쉽지않다. 그저 아이들이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서 활동이나 나눔을 하는 정도가 최선일 뿐이다. 예를 들어 산타할아버지라는 동심을 깨뜨릴 마음은 없지만, 상품화되는 부분을 지양하면서 성탄이 갖는 의미를 나눔으로 주고 싶었다. 우유팩을 말려 저금통을 만들고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을 집으로 보내 불우이웃 돕기를 시도해보았다. 처음엔 20만원정도가 채워졌다.
다음 해에는 이웃을 돕는 방향으로 설정하여 일년에 두 번, 5월과 12월에 모금을 했는데, 5월에는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아동·청소년을 돕는 일에 동참했다. 벌써 11년째 해오고 있는 나눔 활동이다. 그래서 원에는 산타도 없고 선물도 주고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운해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역에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만을 남겼다. 어느 해인가 저금통을 열었더니 45만원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의미를 가지고 하니 마음이 보태진 것이다. 바자회에서 사고 파는 물건들, 얻어지는 수익에 대해서 돈의 의미는 몰라도 아이들이 토의를 통해 어디에 사용할지를 의논하고 결정한다. 또 어린이날이 되면 ‘우리가 어린이다’라는 캠페인을 하는데, ‘지역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취지가 담겨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모습이 다르다 해도 친구가 되는 3살 무렵, 그때 형성된 인성은 커서도 긍정적 효과로 나타난다. 영·유아기의 아기들에게 외국인이다, 내국인이다하는 편견은 없다. 2008년도부터 해오고 있는 다문화교육을 통해 일본,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엄마들과 아이들이 짝꿍이 되어 자연스럽게 놀며 지내게 하였다. 전통의상을 입고 오는 엄마들에게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하면 관련 나라의 책을 찾아보는 등 자연스럽게 공부로 이어진다. “그때 깨달았죠. 그냥 만나게 해주는게 다문화 편견을 없애주는거구나...하고요.” 만나고 놀아주니 다음에 그 엄마 옆에 가서 앉더란다. 그때의 연령은 4살이다. 영아들은 낯선사람을 거부한다. 그러나 계속 된 만남으로 달라짐을 보인 것이다. 영·유아기에 형성된 편견없음이 마을로 번져나가고 적어도 시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할거라 자부한다.
특히 장애아동들의 발표회나 가족 음악회 때는 느린 모습이지만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의 눈시울은 촉촉해진다. 감동이 되어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 시립에 와서 작은 아이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하고,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는 것은 지역성장에서 나타나는 연대감이다.
시립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친구들은 지나다 기웃거리기도 하고 들르기도 한다. 중학교, 초등학교 친구들이 오면 용돈도 받아간다. “토요일에 혼자 일하는데 나가보면 와 있어요. 우유도 마시고 가고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한참 놀다 가죠. 지역에 어떤 공간이 오래있다는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박효경원장의 보육 철학을 긴 시간 펼칠 수 있기도 하고 유아교육을 전통으로 세워갈 수 있는 시립어린이집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중요하다. “저의 철학을 기초로 한 나눔교육들이 다른 누군가가 오면 달라질 수 도 있겠죠. 아이들이 성장해서 마을에 오래 머물러 마을 구성원으로 살면 좋은데 이어갈 수 없는게 안타깝지요.”
10년동안 근 200명을 넘게 졸업시킨 아이들을 시립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부끄러워서 못들어오는 아이도 있었고 변해버린 아이의 얼굴은 몰라보아도 엄마가 기억나는 경우도 있었다. 졸업사진을 붙여놓으니 저희들끼리 말한다. ‘너 우리반이었지?’ 하며. “중학교 3학년 된 친구 중에 바이올린 잘하는 애가 있는데, 매일 지각에 교실로 들어가기 싫어했던 아이였어요. 근데 얘가 너무 잘 큰거예요. 3년 전인가, 더불어함께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잘해서 신동이라 불릴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 친구였던 거예요.” 바이올린 사줄 돈도 없었던 가정형편이었는데 활동을 잘하고 잘 커서 뿌듯하고 대견한 친구로 기억한다.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골목이 무척 지저분하죠? 이마저도 아이들이 알아야 할 마을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지저분한 환경도 마을에 있다라는 거죠. 우리가 사는 동네를 깨끗이 치우는게 우리의 역할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서 우리는 버리지 않기로 약속하지요.” 아이들과의 거리청소나 지저분한 곳에 그림을 그리는 환경캠페인의 참여는 자연스러운 마을 알아가기다.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해주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사랑한다는 표현은 부족할 수 있어서 그런 아이들을 잘 돌보며 풀어나가는 것을 기초로 해야할 의무가 원장에게는 있다. 한명, 한명 친밀감을 형성하고 격려하고 안아주면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르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중요한 시작점인 유아기. 배려와 이해, 받아들임의 유아 교육 현장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문화가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떻게 방향을 정해야할지 유아를 중심으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는 베이스도 다룬다.
어쩌면 한국사회의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건이어서, 예산의 투입과 영아기 다문화 보다 영아기 외국인이 많아지면 초등학교 진입할 때 다르다는 이유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핵심이 될 것 같다.
“저는 아이들에게 엄마고, 할머니고, 친구고, 그렇습니다.” 정왕본동 시립어린이집 박효경원장이다.
박효경원장이 본동을 선택한 이유는, 다문화나 장애인들에게 나눔과 배려를 계속 지원하고자 함이었다. 꾸준한 지역의 연계로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스스로 물으면서 문화적인 혜택을 끌어왔는데, 보다 좋은 시설의 영어마을 키즈타운을 보여주고, 고급진 공연을 접하게 하며 다양한 경험등을 통해 자극을 받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꿈과 재능을 개발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 그것이 교육기관이나 지역에서 뒷받침 해주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현재 정왕본동 시립어린이집에는 71명의 원생이 있다. 71명의 아이들에게 과연 박효경원장은 지역의 엄마고, 할머니고, 친구였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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