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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오이도토박이에게 듣는 마을 에피소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이 먹은 사람은 살아있는 역사야.” 거칠어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탐구적이고 가슴 따뜻한 박용섭씨는 오이도 토박이이며, 설봉호 박영흥선장의 형님이다. 그리고 오이도 뿐 아니라 군자면의 역사까지 두루 해박한 지식을 꿰차고 있는 사람역사박물관이다. 그만큼 해줄 이야기도, 하고 싶은 말도 많다. 그에게 듣는 아주 소소한 오이도마을의 이야기. 옛 오이도마을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을까?

 

네모기행 뷰에서 가을 탐방의 한 부분이었던 오이도 토박이와의 만남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우리 자랄 때는 평균 수명이 45세에서 50세 정도였는데, 환갑은 잔치 수준이었지. 수명이 그만큼 짧았단 얘기야. 30이 채 안되는 경우도 있었거든. 겨울에 잘 때 난방이 안되니 이불을 덮고 한,두시간 있으면 체온으로 올라온 열기로 지냈는데 그게 엄청난 고통이었다고. 여름엔 모기, 빈대, 벼룩 때문에 고생하고 병균이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생활하니 면역력이 떨어지지.” 수명이 짧고 생활 환경이 좋지 않으니, 당시 여자는 13살에 시집 보내고 남자들은 16살에 장가를 보냈다고 한다. 종족 보존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때 아이를 낳아야 수명이 짧아도 대를 이을 수 있어서다.

 

그저 먹고살기에만 급급했던 그때는 문화적 혜택은 꿈도 못 꿀 일이고 복지등 최소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편리도 없었다. 그러나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으니 한 예로,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릴 때 있는 집은 있는대로 없는 집은 없는대로 십시일반 제삿상을 차리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온 마을의 축제이기도 했으니 누구 하나 빠지는 이 없이 음식을 모으고 재물을 모으고 마음들을 모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글은 몰라도 이웃간의 공동체 의식이 무의식 속에 몸에 베여있어 빈부격차 없이 누구네 타작한다는데 가자! 이러면 서로 돕고 지내며 살았는데, 지금은 소통 할 사람이 없어. 아파트? 삭막하잖아.” 그래서 부락의 향수를 잊지못한 이들이 도로 들어와 사는 경우도 있다.



박용섭씨는 엄청난 속도로 변한 생활환경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준다. “옛날엔 도일(지금의 도일시장)에서 사온 기름을 가지고 등잔불을 켰단말이야. 커피잔 반 정도의 양을 붓는다고. 전기는 한 68년도쯤 들어왔을거야. 근데 노인들이 불을 켤 줄 몰라. 신세대 며느리가 들어와 문을 열면 깜깜한데서 노인이 떡허니 앉아있으니 놀라잖아. 이 노인네들이 벽에 붙어있는 걸 모르는거야. 스위치가 좀 많어? 아무리 며느리가 이건 안방스위치고, 이건 거실스위치고, 또 이건 화장실 스위치라고 해도 못알아먹는거야. , 그러면 배워야하잖아?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배우지도 않아.” 사소한 거라도 배우면 삶이 편해질텐데 비단 그것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것에서 배움을 멀리 하는 모습들이 답답했다고 한다. 배움을 멀리했던 이들은 염전으로 나가고 갯벌에 나가 조개를 잡으며 살았는데 가진 것 없이 옹고집만 있으니 발전이 될 수 없지 않냐고 한다.

 

원시부락이었던 옛 오이도 마을은 동죽, 깨모락등을 잡곤 했는데 지금은 어촌계에서 관리하고 있어 아무나 들어가 채취할 수 없다. 현재 어촌계 300여명 중 거의가 오이도 토박이들이다. 외지인들이 배를 사서 어촌계에 등록하여 들어온 경우도 있기에 완전한 뿌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갯벌 유지의 필요성에서 갯벌 체험이나 동죽 종패등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 형성되고 오이도에 버스가 들어오던 해에 다리가 놓여질때는 주민들이 세숫대야나 지게등 흙을 담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동원하여 퍼날라 다리를 완성했다. 옥구공원 앞의 다리인데 당시 지금의 옥구공원을 가려면 갯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군자역(지금의 정왕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인천, 수원등을 갔는데, 정왕에서는 주로 남인천을 많이 갔다고 한다.

 

옥구란 말이 어렵다. 어떤 지명의 의미를 갖고 있을까? 그의 해석이 흥미롭다. “정왕역에서 오다보면 바닷바람에 나무가 없어. 돌밖에 안보이는 돌투성이라서 돌주리라고도 불리웠고, 옥을 자르기 전의 생김이 거북 등딱지같아 보여서 거북()자를 써 옥구라고 불리워졌다는 거지.” 또 다른 해석의 이야기도 해준다. “옥구공원에 생금우물있잖아? 배타고 들어가 물을 길러다 먹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염전일 때 일본인들만 먹을 수 있는 우물이기도 했지만, 배가 도랑만 타고 다니는데 어촌쪽에서는 필요없는 물이거든.”

 

세월에 막힌 옥구산아래 작은 수직갱도에 들어가 놀았던 기억이며, 도일시장에서 사 온 양말을 덧대어 신고 다니던 이야기, 그리고 방한복없이 겨울을 지내던 어릴 적 추억도 꺼내놓는다.

    


박용섭씨는 오이도에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와 살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척박한 땅이었던 오이도. 물이 합쳤다 나가는 사이를 이용하여 4일간 물이 들어오지않는 조금때에 군자역까지 쌀을 가지고 모래턱으로 들어왔다가 며칠을 고기를 잡으니 그래서 먹고 살기 괜찮다 생각되어 점차 정착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했더랬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잖아. 절기상으로 백로, 한로, 상강이 있는데, 백로에 낫으로 풀을 베면 안썩어. 그런데 내일이 백로야. 오늘 풀을 베면 썩어. 하루 차이에  뭔소리냐 싶지? 난다니까? 어릴 때 아버지에게 들을 때도 안 믿었는데 진짜 그러더라니까? 그런 절기에 따라 군불 땔 땔감을 마련한거지. 그렇게 자급자족으로 살았어.” 먹는 것도 하루에 두 끼, 개는 아침에 한 끼, 돼지는 곡식 씻은 물에 감자 껍질이나 쌀겨를 섞여 먹였던 그때. 농업 반, 어업 반 그렇게 먹고 살며 살았던 동네 풍경이다.

 

지금의 마을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주민 편의나 복지를 향한 길은 멀다. 그 중 가장 아쉬운 것은 공동체 의식과 유약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갯벌체험이든 농촌체험이든 또 오이도선사유적공원 탐방이든 어차피 학습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간다면 직접 조개를 잡아주지말고 벼를 베어주지말고 지식만 심어줄 게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낫을 손에 쥐어주고 괜찮아, 잘 못해도 돼!”라며 직접 체득하게 해주어야 기억에 남고 또 경험했던 순간이 몸에 베게 된다. 다칠까봐 염려한다면 교육이 온전하게 이루어질까?


어느날 초등학교 3학년짜리 남자애가 망치질을 해보고 싶다고 왔었어. 내가 내려치는 걸 보더니 쉬워보였나 봐. 근데 그게 그냥 한다고 되나? 요령이 필요한데? 힘으로만 하려니 안되지. 해도 안되니까 윗옷을 벗더라고. 한참을 씨름하더니 결국은 해내네? 한 시간 걸려 두 개를 내려쳤는데 스스로도 대견하다 생각했나봐. 재미있다면서 다음에 또 오겠대.” 그 아이가 한 시간동안 망치질을 하면서 얻어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소한 것이지만 귀한 경험이었을거다. 쉬워보였지만 어려웠고 요령이 없었지만 요령을 터득해 결국은 성공했다. 그리고 뿌듯해하며 귀가했다. 땀에 흥건히 젖은 몸을 씻어내면서 몸과 마음 모두 개운함을 느꼈을 거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말고, 아이들보고 너네 입맛따라 알아서 해! 라고 하며 경험하게 해야 자기 것이 되는거야. 활동가들한테 그렇게 가르치라고 하고 싶어. 물론 우리 때하고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학교든 가정이든 일단 대화가 단절되면 안되고 너무 손에 쥐어주기만 해서도 안된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거야.” 그리고 노인들의 소통과 배려도 살핀다.

 

100세 시대에 텃세 심한 노인정에 가지못하는 60대 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노인놀이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이웃간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목적의 이웃공동체를 만들면 더 든든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용섭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34일을 들어도 모자랄 듯 하다. 지식탐구의 호기심과 젊은 사람 못지않은 활력은 아직도 건재해서 오이도의 역사, 정왕의 역사, 군자면의 역사를 들을라치면 선사시대의 역사부터 사료집까지 방대한 이야기가 쉴새없이 쏟아져나온다. 띄엄띄엄 마을에 얽힌 이야기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탐방 중에 들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마도 장기적인 기록으로 꾸준히 이어나가야 할 것 같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