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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청년이 마을에 머물다-이현주, 윤혜숙


저는 ()더불어함께 소속 청년기획팀 이현주입니다.”



저는 ()더불어함께 청년기획팀 청년기획단 단장을 맡고 있는 윤혜숙입니다.”

    


경기 꿈의학교 시흥거점센터 아시아스쿨에 가면 늘 바삐 움직이는 젊은 청년 둘을 볼 수 있다. 현주씨와 혜숙씨다. 때론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과중이다. 시흥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시흥에 머물러 청년 자격으로 지역의 일을 하면 좋겠다는 염원은 마을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공통 된 바람이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일. 그들을 마을에 머물게 하기 위해 아동을 위한, 청소년을 위한, 청년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세워 기회와 자리를 마련해야하는데 그것은 온전히 기성세대의 몫이 되겠다.

 

혜숙씨는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인 별다방과 아시아스쿨에서 중학생 대상 동아리와의 야간 프로그램을 진행, 그리고 중등대상 청소년학교를 준비 중에 있다.

 

현주씨는 청소년 관련한 네트워크사업과 청소년 거리배움터, 별다방, 청소년동아리, 또 아시아스쿨에서 청소년과 아시아스쿨 전체 건물을 통한 지역사회의 사업등을 맡고 있다. “윤혜숙선생님이 청소년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저는, 청소년과 관련된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학교는 같이 준비하고 있고요.” 청소년동아리 중 깜냥깜냥이라고 일컫는 친구들이 있다. 순 우리말인데 스스로 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닌 자립할 수 있는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은 청년 멘토단들이다.

 

아이아스쿨 2층은 청소년만을 위한 공간이다. 요리 수업이나 십자수, 공예품등을 만들며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며 공부도 하고 있다. 청소년만의 공간이 없기 때문에 더욱 아시아스쿨을 찾는 아이들. 공간이 있어야한다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도 진행하는 것도 사실은 어렵다. 과감한 결정과 시설확충, 유지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연 그런 결정을 해 줄 이가 시흥에 있을까... 그래서 천사몬테소리어린이집 원장부부의 10년 무상임대의 가치, 그 이상의 가치인 것이다.

 

청소년 공간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주변 200m안에 유흥업소가 없어야하는데 정왕은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수 있는 동네가 아니다. 그래서 관련 법규는 모순이라고 하는 것이다. 청소년만의 공간을 원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역에 공간을 마련하여 아동·청소년들을 감싸안으려는 이유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역에서 보듬어 주기 위해서다.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학교 밖을 배회하는 친구들은 학교에 가든, 가지 않든 오로지 본인의 선택이지만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몸 기댈 곳 없이 떠돌아 다니는 생활은 누군가는 멈추게 해주어야 하지않을까? 그런 아이들은 수없이 많은 상담이나 경험으로 어떤 자극이나 깨달음 없이 오히려 그 단계를 뛰어넘는 경우를 보이고도 있다. 상담의 진행과 예상 답변까지도 꿰고 있어 주변을 안심되게 넘기니, 상담을 통한 치유가 아니라 상담이 오염 된 케이스라고 보면 되겠다.


학교에 다니지않고 배회하는 생활을 후회는 하지만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하지않는다. 그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할 뿐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이 정도의 환경도 괜찮다, 앞으로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거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정도의 삶도 괜찮다고 하는 어린 청소년들. 본인이 선택한 인생이니 본인이 책임진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것을 옳다하고 내버려두어야하는지 먹먹하기만 하다.

 

그래서 달맞이학교를 추천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야학인데, 현직교사들이 가르치고 있다. 그 곳에서 검정고시를 패스한 어른들이 학생으로 있고, 또 현직 교사가 있으니 꺼려하는 것이다. 규칙이나 규율을 힘겨워해서라고 하는데, 그렇다고해서 사람과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다. 또래 친구들과는 잘 지낸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해서 무조건 문제아로 보는 것은 편견이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바른 길을 안내하고 싶을 뿐이다.

    


아시아스쿨에는 매일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생각날 때 가끔씩 오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도 잊지않고 찾아와 준다는 것만도 고맙다. 어느 고등학생은 할 것 없으면 사회복지사로 오겠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본인이 20살 돼서 면허를 따면 차량운행을 해주겠다고 한다. 요리프로그램을 통해서 요리사의 꿈을 꾸고, 미술치료 프로그램에서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꿈을 꾼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성장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런 아이들의 내적 성장을 볼 때면 그래도 지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지역을 위해 뭔가 하나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니까.

 

두 청년은 어떻게 지역에 머물게 되었을까?

()더불어함께에서 파트타임으로 있다가 별()방과 푸른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도우미로 활동했었다는 혜숙씨는, 2018년도에 아시아스쿨에 머물면서 별다방을 총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계속 일을 해나갈 생각은 없었으나 정작 그럴때면 청소년 친구들이 만나고 싶어졌다. 떠나려다가도 아이들을 보면 그래. 여기있어야지..’ 하고 머무르게 된더란다.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었지만 가끔 청소년들의 행동을 보면서 이해되지않는 부분들도 있고, 또 유행을 쫓아가지 못해 24살에 꼰대 소리마저 듣고 있지만 그래도 좋다. 그만큼 친밀해졌다는 뜻일테니까.

 

현주씨는 중.고등학교만 지나면 이곳을 뜨리라 생각했고 친구들 대부분도 떠나갔지만 남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을 못느끼고 있음에도 그나마 청소년 관련 일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더 못떠나는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마을을 떠났다면 마을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몰랐을거다.

 

청년들의 걱정은 일자리의 불안정 때문이다.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않고, 시흥이라는 무대가 너무 좁고 부실해서 외부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시흥하면, 특히 정왕본동하면 외국인이 많고 공단이 많으니 그런 인식이 크게 작용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올해 25살이라는 현주씨는 대학 재학 시절, 방학 중에 참가했던 꿈 캠프에서 엄청난 상황을 겪고 난 후 1년을 쉴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2주 동안의 교육과 2주동안의 활동은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전국에 있는 센터, 보호관찰소, 대안학교등에서 온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캠프였다. 가정이나 센터에서 끔찍한 경험을 한 친구들, 그로 인해 거칠고 투박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2주였다. 상식을 뒤엎는 그들의 행동이 준 트라우마는 꽤 오래갔다. ‘나는 졸업을 해도 아동·청소년들에게는 절대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이제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아이들을 볼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선 고민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내공이 그만큼 쌓인것인가, 단련이 된 것인가...

    


남들과는 다른 좀 더 의미있는 길을 걷고 싶었던 만큼 막연하게 멋진 일이다라는 생각만으로 사회복지과를 선택했던 것은 꿈캠프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한차례 위기를 겪게 되었고, 주는 것에만 익숙해져있는 사회복지과 전공자들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혜자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현주씨. “주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뺏는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어요.”  1년간의 깊은 고뇌는 자성의 시간과 함께 결국 청소년들을 다시 보자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 친구들한테 내가 의미있는 사람이고 싶었나, 내가 뭐라고... 걔가 커서 아, 이현주선생님이 그랬지, 나한테 너무 좋은 선생님이었어, 이렇게 생각되고 싶었던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저 자신이 참 오만했구나, 자만했구나 하며 아차싶더라고요.” 참 반듯한 청년이다. 내가 바르다해서 다른 이들이 바르지 않은 것이 아닐텐데 상식선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바르지 않다라고 단정지은 것은 순전히 고정관념 탓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깨달음에 도달할 때 쯤 소개 받은 더불어함께올게왔구나, 나는 이걸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인가보다했다. 생각보다 빠른 기회였지만, 생각의 정리가 끝날 때라 받아들였다.

 

지금도 가끔씩 지쳐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청소년들로 가득차 있다. 어느 순간 맞닥뜨리게 된 청소년 관련한 일은 주어진 흐름대로 흘러왔다. 그러나 언젠가는 떠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청년이 자리를 채우겠지만, 정경대표의 귀한 자원을 우리 욕심에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이기에 드는 미안함 때문인 것이다.

 

아이들과의 관계는 나이차가 많이 나지않는 청소년과 청년이라는 나란한 선에서 공감하고 유대하는 친밀감이 어른보다 빠르지만 지역과 학교와 가정의 연결고리는 그 관계 안에 맞물려 있어야하므로 짚어내야 할 것들이 상당하다. 마을 자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담을 허무는 것은 순전히 학교의 의지이기에 최대한 지역에서 너희들을 지켜주고 있다라는 정도의 안심은 시켜주고 싶다.

 

혜숙씨 또한 정왕초, 정왕중, 함현고, 경기과기대까지 시흥에서 자라왔는데, 대학 입학할 때만해도 왜 아직도 내가 여기에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취업은 반드시 다른 지역으로 가겠노라 다짐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연의 끈은 푸른지역아동센터에서의 실습에서부터 연결되기 시작해서 여기에 남아있는 것도 의미가 있겠구나하며 그래도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러 있던 내가 의미가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남게되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뭘 모르고 와서 좌충우돌하며 일을 할 때와 많이 달라진 지금,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마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을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마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보게 되었다.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현주씨, 혜숙씨 둘 다 청년이기에 청년들 사이에서 핫한 청년수당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좋기는 하지만, 돈보다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게 더 중요한데 그저 돈을 주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한다. 그 돈을 이용해서 뭔가를 배워 직업을 선택하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도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청년수당으로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한 친구가 있는데 모두 놀라워한 적이 있다. 까다로운 절차와 면접, 사용한 수당에 대한 결과보고서와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 행정에서 요구하는 그 복잡하고 많은 서류를 모두 갖추어 제출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던 것이다. 청년통장도 굉장히 복잡해서 시도했다가 질려서 포기하고, 다시 도전했는데 이번에는 자격요건이 되지않아 못했다. 과연 청년수당을 받아 그것을 활용하여 안정 된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이 몇이나 될까...?

 

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 움직이는 청년들이 많은 요즘, 사명감 하나로 지역 일을 하려는 청년을 찾기란, 또 지역주민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마을 안에서 관심 가져주는 것만도 훌륭한 일인 것 같아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더 넓고 깊은 시야를 위해 빚을 내서라도 해외여행은 꼭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어요. 경험만큼 좋은 교육은 없으니까요.”

 

아시아스쿨 청소년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이현주, 윤혜숙. 두 청년의 반듯함은 지역의 희망이며 또한 시흥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다져진 마을과 청소년 사이에서 다져진 견고함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보호를 하여 바른 성장의 길로 갈 수 있게 청소년들을 인도해야한다면, 청년들은 시흥 안에 머물 수 있게 어른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노력이라함은 단순히 마을활동가 뿐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과 시흥을 아끼는 이들의 올바른 정치에 근거한다.

 

현주씨와 혜숙씨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9시에 퇴근한다. 더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저시급을 받으며 쌓여만 가는 업무에 버거우면서도 계속 머무는 것은 청소년들이 있기 때문이고 또 사명감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역에서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가치를 의미있게 담고 싶어서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YOU!는 시흥의 청년을 응원한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