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정하영, 이성희, 김선숙, 배한국, 허창수
정왕본동 세차장골목 좁은 길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세월이 묻어있는 푸른지역아동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미닫이 문을 여니 어둠이 나타난다.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었고, 한 쪽 벽에는 푸른지역아동센터 식구들 사진이 참새처럼 줄 위에 나란히 앉아있다. 자물쇠의 비밀번호가 틀렸는지 한참을 실랑이하다 겨우 열고 들어간 곳. 안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으며 아이들을 위한 공간답게 편안한 분위기였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YOU’를 위해 모인 김선숙, 이성희, 정하영, 배한국, 이창수. 푸른지역아동센터를 지키는 복지사들이다. 각자의 소개를 시작으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이성희 : 제가 여기에서 제일 오래됐나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네트워크 사업을 먼저 시작했는데 푸른지역아동센터로 발령이 났어요. 푸른으로 오기 3년 전에는 저도 어렸고 선생님들을 대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대화하는 법, 소통하는 법들을 익히면서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시흥 아동·청소년 지원 네트워크에서 하는 ‘책먹는여우들’에서 아동들을 위한 사고력 향상을 위해 독서를 비롯한 활동을 7개 센터가 모여 주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직 센터간의 친밀감은 깊지 않지만 아이들을 위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어른들이 모였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활동이라고 보고 있지요. 가장 좋은 네트워크는 식사와 차 한잔의 따뜻한 분위기에서 나누는 대화인 것 같아요.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되거든요. 거기에서 끈끈함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올해는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실무자동아리를 따로 만들려고 해요.
김선숙 : 교류라는건 동네에서 가장 오래 산 주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여야 하는데,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살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요. 지역에서 하는 네트워크 사업이라면 우선 그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속사정을 듣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끌어내어 공감해주면서 지역을 연계해주어야 정말 이웃이 될 수 있지않을까요? 옛날에는 이사를 오거나 생일잔치등을 하면 떡을 돌리듯이, 그런 진짜 네트워크의 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거죠. 자주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정착해서 오래 사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오래 정착하지못하고 떠나는 이유는 나름대로 다 있을거예요.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면 떠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푸른지역아동센터에 들어온건 두달 되었지만, 그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18년 정도 일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때문에 놀러왔었거든요. 30번 버스를 타고 오는데 울퉁불퉁한 길에 소금창고를 지나서 갈대숲을 지나서 진흙탕 길을 지나서 타고 들어왔던 기억이 나요. 이 곳 토박이랑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벌써 30년 되었네요.
정하영 : 저는 사람들이 마을에서 떠나고 싶지않은 그런 곳으로 만들고싶어요. 안전한 마을, 살기에 괜찮은 환경의 마을이 되면 정착해 살 수 있을텐데 아직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김선숙 : 이 동네를 보면 어렸을 적 시골에서 새마을노래 틀어놓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풀 뽑으러 다니고 쓰레기 주우러 다니던 때가 떠올라요. 많이 닮아있거든요. 저녁에 밥 먹고 모이자 하면 친구들이 다 나와 동네에서 뛰어놀고 그래도 안전했던...
이성희 : 어렸을 때 저희도 그랬어요. 저녁 먹고 7시에 모이자해서 가로등 앞에 모여 놀고 해도 안전했던 동네였잖아요. 핸드폰도 없을 때니까.
김선숙 : 지금도 때로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바글바글 몰려 다니는 모습을 보면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고, 그런 모습들이 안전한 가운데 바글거릴 수 있는 마을이 우리 마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들이 살기좋은 곳이 교육하기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서죠.
배한국 : 이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 가서 또래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을 표출하는데 다소 거친 부분이 있거든요. 그것을 일반적인 아이들은 받아들이기가 힘든거죠. 그래서 대화를 좀 많이 하는 편이예요. 진실로 다가가면 아이들도 그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다가와요.
김선숙 : 아이들이 선생님 얘기를 듣는거에 불편함을 느끼면 귀를 막아요. 아이들이 튕겨나갈 때마다 끌어안고 아이들 상황을 잘 파악해서 대하기는 하는데, 때론 강요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배한국샘은 아이들의 튕겨나감을 인정해주거든요. 아이 자체를 인정하는거예요. 아마도 청년이기에 가능한가 싶기도 한데, 인정하고 기다려주고 하는 그런 점은 배울만한 점이예요.
배한국 : 기다리고 인정하면 아이들이 다가오더라고요. 한 예로 인상 깊었던 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아무 소리않고 하는데 교육적인 건 하지않으려고 심한 말을 해요 매우 거칠게. 그때 든 생각이 저 아이랑 제일 많이 교류를 해봐야겠다 라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기싸움도 했죠.
김선숙 : 애들이 선생님을 이기려고 드니까 기싸움을 하는거예요.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이러는데, 솔직히 사람인지라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죠. 그런데 그러면 역효과가 나거든요.
배한국 : 폭력적으로 한다 해도 애가 들을 생각도 안하거니와 맞아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어떻게 해야 좋은지 잘 모르니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걸려도 진심이 담긴 대화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어릴 때 엄마한테 잔소리 들으면 싫었거든요. 그걸 아니까.
김선숙 : 푸른지역아동센터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어져있어요. 현실적으로 보면 선생님들이 행정도 해야하고, 사무일도 봐야하고, 아이들도 봐야해서 일이 정말 바쁜데, 마침 사회복무원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 수업 부분을 도와주고 계세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자기 표현이 어렵잖아요.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일반아동들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하늘은 다 알고 있다. 선한대로 베풀면 선한대로 돌아오는 거니까 어렸을때부터 좋은 걸 뿌려야 나중에 좋은걸 얻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정작 힘든건 선생님은 기다리라 하고, 아이는 느리고, 주변환경은 변화가 없고 세상은 너무 급하고. 아이들에게 차분히 말을 하면 알아주는 부분이 있긴 해요. 조금씩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니까 고맙죠. 아이들이 선생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느껴지거든요.
이성희 :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오는데 수요일에는 더 일찍 와요. 아이들이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선숙 : 야간부는 10시까지 있는데, 야간부 선생님하고 여기 선생님이 같이 도와주셔서 저는 유동성있게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예전과 달리 직장에서의 고정적인 퇴근 시간과 직업의 여건상 귀가 시간이 미정인 가정은 아이들에게 외로움을 주고 소외감을 줘요. 나라에서 개개인의 일들을 돌봐줄 수 없으니 센터를 세워서 기관에서 담당하기를 원하고 있는거거든요. 사실 급여에서 좀 덜 빡빡하게 한다면 우리가 아이들 만나는게 더 재미있을텐데, 이 아이가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더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요구하는 건 많고 거의 봉사수준만을 원하니 힘든 부분들이 많지요. 어느날 갑자기 시에서 언제 뜬다, 이러면 뭐 준비해라, 뭐해라 그러면 업무가 마비되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의 돌봄에도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되요.
허창수 : 저는 운동을 해서 객지로 많이 돌아다니다 시흥에 온지 1년 밖에 안되서 잘 모르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인거예요. 서울에서 살 때는 시흥이란 곳이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있다보니 다문화가족이 많더라고요.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두 모여 행사같은 걸 하는 것이 가장 빨리 이웃간의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안좋다고 말하는 본동의 이미지를 바꿔나갔으면 좋겠어요. 다문화건 원주민이건 서로가 어울리며 잘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해요.
김선숙 : 새로운걸 자꾸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걸 계속 유지하는게 바람직하지않나 싶어요. 평생학습도시 같은거요. 시정부가 바뀌어도 필요한 것들은 유지해 나가면서 새로운 정책을 세워야한다고 봐요. 시흥하면 떠올려지는게 오이도와 시화공단인데 그걸 자꾸 깨뜨리려고 하잖아요. 시흥하면 배곧이 떠올려지나요? 그런데 자꾸 배곧을 내세워요. 시흥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갯골생태공원도 있고 땅도 많고, 산도 많고, 바다도 있는데 자꾸 다른데서 뭘 가져오려하고 흉내내려고만 하는데 과연 그것이 지역과 맞을까요? 머물러 있는 자들과 들어온 자들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시흥이나 지역의 정체성을 위해서 원주민들을 품고 가야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여기서 돈 벌어 배곧으로 갔잖아요. 뿌리가 여기잖아요. 그런데 자꾸 편애를 해요. 저기는 추켜세워주고 여기는 무관심하고. 주민으로서 서럽죠.
배한국 : 잘 사는 집, 못사는 집, 공부 잘하는 애, 못하는 애, 그런 차별이 없어야 더불어 함께 살아지는 삶이잖아요.
김선숙 :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투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런 미디어 세상 속에만 빠져있으면 자기 밖에 모르고 정서는 메말라지거든요. 공감 인지 능력도 사라지고. 우리집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나쁜 사회를 만드는거잖아요. 하루종일 애들 학원 뺑뺑이 돌리고, 집에서는 씨리얼 먹고, 엄마는 하루종일 커피마시다가 나중에 들어오고... 배곧이나 여기나 뭐가 다를까요? 아이들에게 주어진 교육적 환경은 다를 것 없다고 봐요. 그런데 교육도시라고 엄청 띄우잖아요.
아무리 지역에서 아이들을 위한다고 해도 부모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거든요. 사업장에서의 안전점검, 1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 그런데 왜 부모교육은 없을까요? 미래를 생각한다면 부모교육도 해야한다고 봐요. 밥상머리교육은 어차피 현실에서 어려운 부분이 되었고, 적어도 예의만큼이라도 갖출 수 있게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는데 부모자격이 안되는 이들이 워낙 많으니 올바른 부모가 되기위해서라도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성희 : 어쨌든 정왕본동에는 다문화가 많아서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한글교육을 하고 있다는데 한글교육강사를 붙여서 정말 공부만 한대요. 그게 싫어서 학교에 안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주입식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처럼 하면 적어도 학교를 안나가는 일은 없을텐데 그런 부분은 개선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점점 다문화인구는 많아질 것이고 한국아이들은 한국말을, 중국인 아이들은 중국말을 쓰니까 서로 소통이 안되잖아요. 융통성 있는 교육지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가 정말 원할 때는 자연스럽게 친구와 놀면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부분인데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사는 동네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있지도 않는데 주입식으로 한글 공부를 시키면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싶어할까요?
정하영 : 저도 어렸을 때 학원을 다니긴 했는데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랑 분식집가고 친구집가고 자전거도 타고 학원갔다가 집에 와서 부모님이랑 밥먹고 그렇게 지냈었는데 여기 아이들은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센터에 와야한대요. 오자마자 프로그램을 해야하는데, 아무리 아이들한테 좋은 거라고 해도 매일 하니 지치지않겠어요? 거리를 배회하는 것보다 센터에 와서 있는 것이 안전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대화인 것 같아요. 어제는 저희반 아이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학교에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듣고, 어떤 아이는 캘리그라피를 배웠는데 작년에 센터에서 배운게 생각났다며 다른 친구들은 싫어했는데 자기는 아주 재밌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허창수 : 아이들은 여기 와서 프로그램 하는 것보다 활동적이고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해요. 몸으로 부대끼며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얌전히 앉아 공부만 하라고 하면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김선숙 : 아이들은 센터를 제2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집에서 하지 못하는 얘기들이 여기서는 많이 나오기도 해요. 자기 기분에 따라 좋고 싫은 표현을 하는 아이들이라 눈치를 보게도 되지만, 어쨌든 아이를 돌보는 장소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있게 하고 싶은 부분은 있어요. 고학년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고 놀다가 몇시 쯤 와서 그때 프로그램 시작하고 저녁먹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저학년 아이들은 마땅히 갈데가 없으니까 그냥 오라고 하거든요.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배한국 :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냥 개인주의적으로만 가지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 요즘 사회가 핵가족, 혼밥, 강한 개인적 성향등으로 오로지 내 할 것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 간섭도 이웃도 모두 귀찮아 하잖아요. 대표적인 것이 나만 아니면 돼! 라는 것처럼요.
김선숙 : 애들이 ‘왜 물어봐요?’,‘ 나만의 개인적인 사정이 있잖아요!’ 이렇게 얘기해요. 전 그에 대한 대응을 아직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어서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요.
배한국 : 활동적인 아이들도 있지만 조용한 아이들도 있잖아요. 전 일단 인사를 계속 해요. 나의 존재를 인식하게끔 만드는거죠. 예를 들어 다문화 중국인 친구가 있는데 한국어가 서툴고 딱히 활동적이지도 않는데, 잘 못하는 중국어로 말을 걸고 하니까 엊그젠가 저한테 먼저 장난을 거는거예요. 아무 말도 없던 애가 갑자기 와서 장난 거는 것을 보니 천천히 다가가는 것도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한 방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성희 :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슬퍼도, 속상해도, 왜 슬픈지, 왜 속상한지 몰라요. 그냥 화난다, 짜증난다, 그런 말로 통합이 되더라구요. 아이가 내가 왜 지금 속상하고 슬픈지, 왜 기분이 좋고 얼마나 좋은지 퍼센트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나의 감정을 알아가는 아이가 되도록 학교에서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인성이 바른 아이로 키우자는게 학교에서도 바라는 목적일텐데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크려면 나의 감정부터 알아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감정을 알아가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거라고 생각해요.
배한국 :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서 멈추지않게 자기계발이나 취업 쪽으로 안정망을 만들어주어야 마음에 여유가 생겨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도 친구나 이웃, 마을에 정이 생기지요. 그것은 센터와 학교, 부모님이 관심을 갖고 서로 교류하는 가운데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지않을까 싶어요.
김선숙 : 허창수선생님은 어릴때부터 부모님을 떠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갔는데 어땠어요? 부모님한테 한창 케어 받을 시기에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 객지 생활을 한 것에 대해서...
허창수 : 저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생활이 여의치 않으면 중간에 포기도 하는 운동선수들도 많은데 저는 한번 시작하면 쉽게 못 그만두거든요. ‘난 뭐라도 될거야.’라는 다짐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축구선수’였어요. 국가대표가 될거라는 꿈을 갖고 있지만 힘들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 올라와서 혼자 하숙도 해보고, 대학생 누나, 형들 사이에서 오로지 그 꿈 하나만 보고 달린 거예요. 유명한 선수가 되서 돈도 많이 벌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끔 부모님을 뵈면 더없는 사랑을 받죠.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고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도전한 것이니까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꿈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뜻을 담고 있어요. 조그만 꿈이라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길을 가게 해주고, 하다가 못하면 다른 꿈을 꾸게 해주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학, 과학 그런 것만이 아닌 여러 가지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등을 많이 만들어서 꿈을 꿀 수있는 아이들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오히려 부모님보다 친구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더 많았거든요. 그래도 믿었던 것은 제겐 축구라는 확고한 목표와 꿈이 있었기 때문이예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적극 권유하고 싶어요. 조그맣게라도 아이들이 스포츠로 뛰어놀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튼튼하고 바른 인성으로 커나갈 수 있는 건강한 시흥의 어린이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김선숙 : 가족끼리의 소통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은 역시 문화밖에 없어요. 탁상공론은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데 한계가 드러나잖아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온 몸으로 체험한 것들로 정책을 만들어내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단 말이예요. 예를 들어 작은음악회같은 것은 가족끼리 소통하는데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예요.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동과 노인의 소통 프로그램도 좋을 것 같아요. 운동도 좋고요.
운동회 한 번하면 금새 친해지잖아요. 지금 운동회를 진행하고 있긴한데 하시는 분들만 나오는 정도예요. 그렇지만 홍보를 하고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웃집 문을 두드려서 손잡고 함께 가자 하면 한 사람만 나오겠어요? 가족이 모두 나오겠죠. 그럼 옆집, 앞집 다 나오고, 그러다보면 내가 아는 정왕동 사람들이 다 모이게 되는 거잖아요.
정하영 : 2016년 10월 말쯤 청소년 거리배움터 별다방에 자원봉사친구들과 함께 활동하다가 2017년도에 졸업하고 이쪽으로 연계돼서 있게 되었는데, 하나 느낀 것은 ‘지역아동센터의 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다닐 수 없는 곳이구나’예요. 여기서 일하면서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아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성희 : 저는 사회복지가 전공이 아니라 부전공이었거든요. 푸른으로 와서 활동할 때 정경대표님이 ‘일 같이 해볼래?’ 해서 지금의 자리에 머물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애들 만나는 일이니 재미있겠다 싶어 왔는데 막상 와보니까 네트워크 일이었어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경력도 많은 어른들 사이에서 어려워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챙겨주셔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소통하는 법이었어요.
어떻게 다가가야할지도 몰랐고, 네트워크가 뭐지? 뭘 계속 연계해야 한다는데 뭘 연계해야 하는거지? 내가 왜 이렇게 감정 소비하면서 힘들게 이 일을 하고 있어야하지? 저 분과 왜 이런식으로 소통해야하지? 할 때마다 엄청 힘들었어요.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전화 끊고 막 울었거든요. 그 분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속상해서 전화 끊고 울면, 백재은쌤이나 다른 쌤들이 달래줘요. 괜찮다고,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지금은 적어도 울지는 않아요. 약간 좀 능구렁이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김선숙 : 저는 아이를 키우니까 우선 아이를 위해서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아들 때문에 시작했던 일이 어린이집 관련된 일이었고, 그의 연장으로 푸른에서도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지역아동센터로 올 때의 다짐이 아이가 행복하게 사는 마을, 또 부모들의 변화를 주고 싶은거였거든요. ‘어머니, 이렇게 하시면 나중에 후회해요’ 이런 말을 꼭 해주고 싶은거예요. 사람인지라 일을 하다보면 지치고 화가 날 때도 있지요. 그런데 정말 딱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건, ‘그래도 선생님은 너를 걱정하고 있고 너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었을 때, 아, 나 잘 살았다, 물질적인 부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삶을 잘 살아냈다’는 것을 심어주고 싶은 거예요. 정경대표님의 그릇까지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저의 조그만 힘이나마 마을에 보탬이 되고 아이들 삶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이 곧 내 삶의 보람이지 않을까요.
배한국 : 정경대표님이랑 저희 어머니랑 서로 아시는 분이라서 네트워크를 같이 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저도 이런 쪽으로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어요. 원래는 청소년상담을 전공해서 상담가가 되는게 목표였기 때문에 좀 더 공부해서 상담쪽으로 빠져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별다방이라는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어울리다보니 매력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청소년지도사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대표님이 센터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셔서 지금 하고 있습니다.
허창수 : 나이가 있어서 빨리 군필을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되도록 경쟁률이 적은 곳을 지정하여 온 곳이 이곳 푸른지역아동센터인데요. 너무들 잘해주시고 옆에서 지켜보니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는 처음 왔을 때 정말 적응 못했거든요. 여기서 어떻게 일을 하나.. 하는 생각을 계속 했었어요. 선생님들과 소통도 거의 안했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죠. 애들이랑도 소통을 잘 안했어요. 그런데 지금 선생님들이 여기에 온 계기를 말씀하셨잖아요.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됐다고 해도 안나가시고 계속 남아있는 것을 보면 급여와 상관없이 정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나, 과중한 업무에 야근 수당도 없고,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인데 종사자들의 사기가 올라가야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을 더 제공하고 싶어지는 거잖아요. 무조건 희생만을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김선생님도 오신지 얼마 안됐지만 오심으로 해서 많이 변했거든요. 6개월동안 지켜만 보면서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복지교육을 받은건 아니지만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장난도 치고 하거든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종사하는 선생님들의 힘든 상황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성희 : 푸른지역아동센터는 정왕본동의 중심에 있는 곳이고 항상 아이들을 위해서 행사나 축제등을 많이 해왔어요. 어쨌든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정왕본동 안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열악한 곳일거다 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도 있었을거예요.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그래서 마을활동가들의 활동이 고마운 거예요.
김선숙 :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처우개선과 교사들의 역량을 키워 마인드가 바뀐다면, 더욱 양질의 돌봄을 할 수 있을거예요.
정하영 :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아이들의 ‘선생님 때문에 오는거거든요, 선생님들 보러오는거예요’ 라는 말이예요. 눈물나죠.
김선숙 :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이 동네로 와서 20살에 결혼을 했지만, 어떻게보면 청년때 여기서 일하게 되면 이 마을을 떠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마을이 좋아서 안 떠났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언젠가는 변화되겠지, 그럼 행복해질거야, 안전한 마을이 될거야 라는 희망을 바라보며, 그렇게 마을을 지키고 있는건지도 몰라요. 지금 만나고 있는 아이들이 지역에서 성장해나가면 그때는 큰 변화를 볼 수 있지않을까요? 지역아동센터는 어쨌든 아이들을 살리는 곳이고, 숨 쉬는 곳이고 다시올 수 있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정하영 : 말썽장이어도 기본적인건 지킬 줄 아는 그런 아이들로 커나갔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커서 ‘감사한 선생님이 나 어렸을 때 있었다’ 라고 얘기할 정도의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배한국 : 교육적인 것보다는 일단 아이들끼리의 교류 쪽을 중심으로 두고 키워내고 싶어요.
허창수 : 제게 정왕본동은,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동네로 기억날 것 같고, 언젠가는 떠나겠지만, 세월이 지나도 이곳은 다시 찾아보고 싶어질정도로 정이 들어버렸네요.
김선숙 : 정왕본동 그리 나쁘지않아요. 살만한 곳이에요. 소통을 안할 뿐이지, 소통하면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그것은 어디든 다 똑같다 라고 생각해요.
푸른지역아동센터를 지키는 5명의 선생님들은 쉬는 날임에도 인터뷰를 위해 나와 주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전해져 공감이 되고 반성이 되고 희망이 되며 또 함께 마음을 모으는 영향력으로 번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로써 2019년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YOU’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 되었다. 총 48명의 지역활동가, 사회복지사, 시공무원, 교육청공무원, 마을사람들을 만나면서 작년보다 더 앞서 나간 발걸음을 보았다. 그리고 또 다른 희망을 바라본다. 정왕동의 중심이 본동이며 매우 역동적인 본동으로 2019년을 수 놓을 것이라고.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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