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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덤으로 얻은 삶, 마을에 묻혀도 여한이 없는 전정수대표


덤으로 얻은 삶, 마을에 묻혀도 여한이 없다.

여러군데 매체를 접하다보니 뭔가가 눈에 띄었다. “오홍~ 마을교육자치?”

우리 월곶의 아이들이 학교와 마을에서 이런 양질의 교육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을교육자치를 하면 동네가 어떻게 변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변할까?’ 이런 의문은 접목해보고 싶은 욕구로 이어졌다. 그래서 마을교육자치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그 시작과 진행 과정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마을의 경관을 바꾸는 작업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문화와 함께 교육을 넣을 단계가 되었다는 스스로의 결론이다.

 

전정수씨는 현재 월곶동네관리소에서 대표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월곶동네관리소가 원래의 기능을 차단 당하고 사회적기업으로 바뀌면서 맥이 빠져버렸지만, 여전히 마을 일에 손을 대고 있다. 월곶동네관리소대표는 월곶동이 군자동으로부터 분동되어 월곶주민자치 초대위원장을 역임한 후 두 번째 마을에서 얻은 직함이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월곶의 눈부신 발전에 기여해왔다. 다소 강한 어조와 불도저급 추진력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을 보면서 지금은 인정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과정에서 마음 고생 몸고생 한 것은 자동 옵션이었다.

 

그의 꿈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작은 동네지만 이사갈 생각이 들지 않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교육에서 찾았다. 경관, 문화, 교육이 어우러지면 월곶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 믿으니.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벤치마킹이 시작됐다

 

월곶의 저력을 믿어...

월곶동에는 세 개의 학교가 있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면 체념을 해야 하지만, 마을교육자치를 이미 실천한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한줄기 희미했던 희망이 두줄기의 강한 희망으로 새어나음을 느꼈다. “배곧동, 목감동, 신천·대야에도 마을교육자치가 생겼다고 들었어요. 우선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정왕본동으로 갔지요. 군자동, 장곡동순으로 다녔습니다. 굉장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을교육자치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싶지만 아직은 생소하기에 차근차근 알아가기로 했다. 첫 해는 사람을 만나 모임부터 가질 생각이다. 마을사람들이 모이면 교육공동체를 만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템을 축적하고 예행연습을 할 계획이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원탁회의라도 하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다. “우리 월곶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해서 창대한 결과를 얻어내지요.” 월곶만의 특징이란다. 그렇게 모이기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월곶이란 동네다. 어쩌면 그런 잠재된 저력을 믿고 추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좋은 정보를 얻고 그것을 월곶의 현실에 반영하는 일, 그것은 이제 다시 전정수대표의 몫이 되었다. 월곶은 다시한번 그에게 신세를 져야 한다. 물론 그가 자처한 신세다. “우리도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일단 저라도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죠.” 그 멀고도 험난한 길을 또 걸으려 한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그는 왜 그토록 마을 일에 열심인걸까..

    

 

혈액암 4기에 바친 마을, 그 마을이 전정수를 살렸다.

파란만장한 전정수의 인생. 그 안에 마을을 들여놓으니 그의 인생은 더 요란해졌고 몸도 마음도 점점 망가져갔다. 다만 얻어낸 것은 마을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다. 그리고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해하는 자다. 상처 난 심신과 맞바꿀만큼.

 

전정수대표는 2011년도에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았다. 9월경이다. 인터넷을 뒤졌다. 3년 생존률 15%이하. 청천벽력이었다. 항암치료마저 실패했다. 급히 자가이식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성공했다. 퇴원 후 동네를 산책했다. 살기 위한 산책은 사색의 여유를 주었고, 동시에 마을을 보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살 확률이 거의 없었으니까 봉사를 하다가 또 봉사를 하다가 운명이 다해서 저 세상 간다해도 영광으로 생각하자 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다. 마을은 그에게 생명의 끈을 이어주었던 것이다.

 

마을활동의 첫 시작은 주민자치위원이다. 주민자치위원회 모집 공고가 떴을 때 추천도 있었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는 소위 이 왔던 것이다. 시흥시에서 유일하게 지역자치주민위원회가 만들어져 위원장이 되고, 2018년도 3월달까지 역임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사업이 벽화그리기였다. 지역 벽화전문가에게 의뢰한 시작 시점부터 완료까지 단 보름만에 완성시킨 대작이었다. 손발이 잘 맞았다. 주민자치위원들, 동 직원들, 지역주민들, 그리고 기꺼이 봉사에 임해준 벽화전문가까지. 웃기는 건 벽화전문가는 아메리카노 한잔이면 페이도 필요없는 예스맨이었다.

    

 

그 다음 그가 깊이 관여한 사업이 제2회 월곶포구축제였다. 상권활성화가 주된 취지였다. 월곶포구발전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월곶동 지역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관한 이 행사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아 상권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들을 참여시켜야 했다. 그래서 하게 된 어선 승선 체험, 수산물 경매, 고기잡이체험, 어구전시, 그리고 먹거리존은 지금까지도 월곶포구축제의 명물로 지속되고 있다. 또한 주민들과 함께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만든 주민 자발적 도시텃밭 공동체는 월곶 마린월드 부지내에 자리잡아 전국에서 벤치마킹 오는 좋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낚시 근절을 위해 지역주민과 동주민센터, 아이들이 함께 한 캠페인은 조례를 만들게 했고, 깨끗한 해안도로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큰 일이었다. 아이들의 힘이 보태진 것은 정주의식으로 남았다.


그의 오지랍은, 2015년 가을, 월곶중학교 사잇길이 음침하고 통학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안함으로서 장미터널 통학로 조성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장미길은 만들어졌다. 초반 장미길 조성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업이 시작되고 지역의 대표성을 띤 이들과 월곶주민들은 장미 행사를 추진하기도 하고 청소도 하는 등 깊은 애정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월곶둘레길도 꾸준히 조성 중이다.

   

그렇게 월곶은 많은 이들의 발품으로 조성되었고, 그 안에 마을에 미친 한 사람의 열정이 보태져 지역주민들을 끌어당겼다. 매립지이고 외지인이 많이 들어온 신도시, 자연부락과는 떨어져있는 곳. 주거지보다 상가와 모텔과 포구가 먼저 형성 된 곳, 경기도 유일의 조선소가 땅땅 거리는 곳, 사람들이 유입해 들어오면서 살 길을 도모해야했던. 월곶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동네다.


지금의 월곶은 어떤 모습일까? 야간 경관조명은 일품이고, 달빛포구거리도 낭만적이다. 지역주민들의 한발한발이 월곶을 변화시키고 있음이다.



미친 전정수!

뭔가 하나에 꽂히면 물불안가리고 무섭게 추진하는 성격 탓에 사업들을 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다. 어쩌랴~ 타고 난 성정이 그러한 것을! 그는 한마디로 미쳤다

 

미친짓은 눈에 보이지않는 무형의 문화를 마을 안에 들여놓는 것으로 이었다. “제가 월곶에 클래식을 입힌 사람이에요.” 2014뉴체인지 월곶이란 슬로건으로 새로운 월곶문화를 세운 것을 말함이다. 문화로 월곶동을 바꾸고 싶은 이유는 문화가 동네의 힘이고 수준이라 믿기 때문이다. 문화의 재생으로 브랜드화하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 전정수대표의 최고 정점을 찍은 문화행사는 더 강조할 것도 없이 물총놀이다. 병상투혼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행사다.

 

20172, 암이 재발해서 병원에 들어갔다. 혼자 병상에 누우니 역시 떠오르는건 마을이다. ‘왜 시흥시에는 여름행사가 없는가?’ 그런 의문은 2018년 물총놀이 첫회를 개최하게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격리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수화기로 논의했던 물총놀이 기획회의는 약 4천여명의 주민이 이용하면서 물총축제집행위원장으로서의 화려한 퇴원기념행사를 마쳤다. 실로 놀라운 성과였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할 수 없었을 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비판적 시선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털어봐라, 먼지 한 톨 나오나!’ 당당함은 투명함에 있다는 평소의 지론이기에 큰소리 치는거다. “앞으로도 자신있고 죽어서도 자신있을거예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다.

 

진화보다는 단계별로 발전되어가고 있는 월곶동. 이젠 아이들에게로 눈을 돌려 또 다른 일을 도모하려한다. 경관의 변화, 문화향상, 교육... 월곶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정착하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진다면 암이 재발하는 것 따위 퉁쳐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정수대표는 2019, 또 한번 암이 재발하여 병원에서도 사실상 포기한 목숨이었다. 까맣게 타들어간 얼굴은 흡사 시체와도 같았다. 그동안 미친 듯이 마을활동을 해왔던 탓인가!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헌혈증과 십시일반 도움을 주었고, SNS룰 통해 전국에서 그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냈다.

 

누가 그에게 돌팔매를 던질 것인가!

살기 위해 주민자치 활동으로 동네를 살폈고, 덤으로 얻은 목숨은 마을교육에 바쳐 봉사를 하려고 한다. 마을활동으로 얻은 추가된 삶이니 그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도움주신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지역을 위해 봉사 할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흘러올지 어떻게 알았겠어, 미쳤지!” 역설적으로 말하면 미쳐야 동네가 돌아간다는 뜻이다. 미쳐야 뭐든 할 수 있고 미친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뭔가가 되긴 된다. 그것은 진리다.


*위 인터뷰기사가 나간 후 일부 내용의 사실 확인 요청이 들어와 사실(월곶주민자치위원회 주관/당시 담당주무관 전화통화) 확인 후 제기된 내용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후라도 반론, 정정, 보충취재를 원하시면 메일(ppq35@hanmail.net)으로 의견 주세요. 시민저널-허정임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