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공고가 정착하고싶은 학교문화
시화공고가 달라졌다. 경기스마트고등학교로 개명된 시화공업고등학교는 더 이상 문제 학교도 기피대상 학교도 아니다. 경쟁률이 높은 가고 싶은 학교가 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달라진 시화공고의 중심에 김종호교장이 있었다. 그 과감한 변화의 앞에 조력자인 전병석선생도 있었다. 그리고 동참하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착한 마음씨가 존재하고 있었다.
시흥에는 군자공고와 시화공고가 있다. 군자공고는 군자디지털과학고등학교로 이름이 바뀌면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학교로 거듭났다. 시화공고도 경기스마트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뀌면서 뷰티학과가 개설되어 벌써부터 경쟁이 뜨겁다.
10년 전, 김종호교장이 교감으로 있을 때 시화공고에는 1천여명의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조회시간에 모인 아이들을 보면 든든했다. 그런데 지금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입학생 충원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숫자가 학교 전체 학생 수를 기록했다. 폐교 위기에서 겨우 채운 것이 40%대였다. 시흥에서 시화공고는 그야말로 ‘인기없는 학교’였다. 이유를 분석해야했다.
인구절벽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배곧신도시에 아이들이 몰려간 것이다. 그 빈자리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메꿨다. 시화중과 군서중의 양날개를 업고 유지되었던 시화공고는 현재 1년만 남기고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군서중과 3학급으로 줄어든 시화중의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다. 비참한 현상이다. 학급 수가 줄어든다는건 교사들의 일자리도 줄어드는 것이 된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꾸자!
배곧신도시로 인한 외적 변화가 큰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탓만 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내야만 했다. ‘바꾸자!’ 라는 생각은 바로 실행으로 나서게 했다.
교장으로 부임해오자마자 2018년 연말부터 시작한 것이 학과 개편이다. 기존의 학과로는 승부할 수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학과의 개설과 초·중등 아이들의 선호도를 조사하여 뷰티학과를 구상했다.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 네일아트가 그것이다. 오지않는 과는 과감히 없애고 글로벌시대에 맞는 학과 개설과 발맞추어 유명 샵 벤치마킹을 통해 실습장을 꾸몄다.
그런 구상이 있기까지 교사들의 인식전환도 꾀했다. 교사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학교 발전을 위한 TF팀을 꾸리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다. 학교발전전략을 위한 거듭된 회의는 첫 번째 시화공고라는 명칭의 부정적 인식의 바꿈이었다. 그리고 배곧으로 간 아이들을 다시 오게 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학과의 버림과 신설의 수순에서 트렌드에 발맞춘 뷰티 분야의 결정은 47개의 후보군에서 선정되었다. 전문가를 초빙해서 관내 중학생 중 미용과에 오고 싶어하는 대상 학생들에게 직업 체험을 시켰는데 44명 정원에 12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학교로의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30여개의 후보군을 두었던 교명은 영역의 확장성이 담긴 경기스마트고등학교로 정해졌고 당해 7월, 학교명칭과 학과변경 승인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신속하고 빠르게 의사 결정이 되면서 꽤나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방학을 이용하여 미용실과 미용학원을 다니고 미용협회 사람들을 만났다. 먼저 실행한 강원도의 어느 학교까지 보러 다니며 벤치마킹을 했다. 아이들한테 어떤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할까의 고민은 헤어실습실, 샴푸실, 세탁실, 준비실, 피부실, 네일아트 샵등이 만들어지면서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을거라는 자신감에 녹아든다.
다시 온 시화공고, 충격실태!
김종호교장은 작년 9월에 시화공고로 다시 왔다. 학교는 충격 그 자체였다. 들리는 말들이 ‘시화공고 가면 애 버린다’, ‘기왕에 특성화고 갈거면 군자공고로 가자’였다. 과감한 개선이 필요했다. 마음은 아프지만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로 전체를 흐리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강수를 둠과 동시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우선 실행 가능한 ‘금연’부터 시도했다. 가장 노력이 많이 들어간 시도이자 가장 효과가 큰 금연운동이었다. 상상을 넘어선 흡연실태는 1998년 개교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온 끔찌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2019년 3월부터 교내에 담배꽁초가 사라졌다. “믿어지나요? 안믿어지죠? 저도 안믿어져요!” 이 대목에서 김종호교장은 크게 흥분했다. 달뜬 표정과 목소리는 격앙됐다. 금연의 효과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우리 시화공고 학생들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본 기쁨의 반응이었다. 어느 순간 아이들 세계에서 “피지말자” 라는 것이 퍼졌다. 문화가 바뀐 것이다.
학생부 선생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한다. 학생부교사들이 앞장 서고 교사 전체가 조를 짜서 화장실 앞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무조건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순번대로 돌아가면서 6개월여를 그렇게 지켰다. “아이들이 아무리 엇나간다해도 선생님들이 밖에 앉아있는데 어떻게 펴요? 못핍니다, 아이들도 인간인데요.” 20여년간 이어져 온 담배와의 전쟁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사실 교장으로서 간절히 호소를 했어요. 여러차례.. 저도 공고출신이거든요.” 호소의 내용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큰 공감이 있었을 것 같다.
‘내 모교가 지금 똥통학교가 됐다. 교복도 입고 다니지 않았다. 어느 학교 졸업했냐하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다. 자랑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화공고 모습이 내 모교와 다르지않다. 너희들의 모교인 이 학교가 이렇게 엉망진창이다. 자랑스러운 학교로 만들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랑스러운 학교문화를 만들어야한다. 우리가! 너희들이! . 바꾸자!’
자랑스러운 미라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피지말자” 정말 고마운 반응이었다. 아이들의 변화는 선생님들의 꾸준한 지도하에 담배를 피지않음으로 나타났다. 단 3, 4개월 만의 성과다. 그리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공손하게 감사함을 담은 인사를 한다. 그러면 얘기한다. “이렇게 훌륭한 학교문화를 만든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고맙다”고.
“인사, 그 변화는 거의 기적이예요.”
인사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던 아이들이 어느날 복도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인사를 한다. 놀라운 변화 두 번째다. 교육이란, 콩나물 시루와 같다고 실감한 순간이다. ‘끝없이 물을 주니까 콩나물이 크는구나’ 라는 교육의 효과, 그것은 감동이었다. ‘금연’과 ‘인사’ 두가지 기적은 우리가 바라는 우리학교의 문화로 정착된 눈물겨운 성과다.
내 교육의 모토
확실히 시화공고는 달라졌다. 우울하고 찌들어있는 아이들의 집합체인 학교가 밝아진 것이다.
교육자라고 하면 ‘교육 교사든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이든 학생을 위한 행위를 해야한다.’는 것이 교육의 모토라고 하는 김종호교장. 그래서 학교환경과 수업환경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등 모두의 노력의 결과가 분명하다.
시화공고의 변화는 아직도 ing...
“우리 학교의 변화는 계속 ing예요. 지금도 꾸준히 변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할겁니다.” 뷰티학과로 학생 충원률은 높아질 것이고 반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좋은 진로의 개척과 비전, 취업으로의 연결, 깊이있는 전공을 위한 진학까지의 뒷받침과 길 안내는 중요하다.
“지금 이루어낸 교내의 인사문화와 금연문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진로 지도가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진다면 굉장히 인기있는 학교로 재탄생할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남지않은 교장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서 기틀을 만들어 놓으려는 김종호교장은, 문화라는 건 한번 정착되면 상당히 오래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해내고 싶은 것.
1981년 9월부터 시작한 교직 생활은 교육장 빼고 모든 보직을 역임하면서 원을 남기지 않았다. 초지일관, ‘교육은 학생을 위해 있는거다, 교사는 학생을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는 교육현장에서 지켜 온 그의 소신이다.
“얼마전에 어떤 애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교장쌤이 제 인생의 롤모델입니다’...고마웠죠.” 꿈이 없는 아이들, 꿈을 가져보지못한 아이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향한 노력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마지막 시화공고, 아니 경기스마트고등학교에서의 할 일이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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