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에서 23년을 한결같이 아동·청소년을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닌 사람. 짧은 머리에 생활한복을 입은 그, 아니 그녀는 지역의 아이들에게 엄마이기도 아빠이기도 한 사단법인 ‘더불어함께’ 대표 정경이다. 젊은시절을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어느덧 오십 초입이 되었다.
서울아가씨가 아무 것도 없이 휑한 정왕동에 입성해 건물하나 지어놓고 푸른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어왔다.
사회복지라는 개념보다 지역의 교육복지를 위해서 왔기에 그저 아이들을 돌보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아는 언니의 요청으로 한달만! 이라는 도움이 23년을 보내게 될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체육전공자가 복지관련 공부를 하면서 섬세하지 못한 감정표현에 오해도 많이 받지만 유독 아이들에게만은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은 아이러니다.
한달이 23년으로 연장 된 것은 일곱 살 꼬마들의 “선생님! 저희들과 함께 해주실거죠?”하는 간절한 눈빛 하나 때문이었다고 한다. 순간 약속은 주민등록 이전이라는 실행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죽어라고 달려왔다.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려면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하여 늦깍이 공부도 하였다.
20년 전 만해도 아이들의 정서는 나름 안정 되어있었다. 비록 경제적인 부분은 어려웠지만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생활과 정서 두가지가 다 힘들다. “왜 이들은 이런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들 가족의 문제는 결국 누구의 문제인가?”라는 끊임없는 물음과 해답을 찾지 못함에 늘 답답함을 안고 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이 사회는 예방차원의 교육으로 접근하지않고 어떤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야 수습에 돌입한다.
안쓰런 마음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주고 싶어도 그것이 고갈되었을때는 서로 상처가 되기에 무한정 그럴수도 없다. 결국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더 커져만 갔다. 23년간 정왕본동에 살면서 관계 맺었던 사람들은 지금 없다. 그들은 보다 좋은 지역으로 이전해 갔고,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만 몇 남아있을 뿐이다. 정경대표는 앞으로 아이들이 살기에 좋은 지역환경이 충족되어지면 언제든 떠날 의향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기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본동 대부분의 가정환경은 용이하지않다. 그래서 가정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역사회에서 지켜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도 한 아이의 성장을 돕는 일에 그리 순탄치 않은 장애요소가 많다. 국가정책이 답이긴 하지만 만들어내야 할 지지망이나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주민들의 이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정착민의 동네로 자리잡히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교육운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정책의 필요성은 가난한 아이가 사는 곳에 계속 가난한 아이들을 채워넣으면 안된다는 개념부터 세워야 한다. 이어지는 가난한 시스템이 아니라 더 좋은 환경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들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아동주거복지의 열악한 상황이기에 건강한 성장을 도우려면 아동의 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적어도 최소한 인간이 누려야할 행복권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되지않게 해야 하는게 지역사회 아니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시흥시는 아동·청소년들이 많은 도시, 젊은 도시 시흥이기에 아동주거복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서류가 만들어낸 수급권자의 분류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의 발굴도 신중해야하며 무조건적인 지원은 세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해결되지않는 복지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살 수밖에 없는 구조 속의 사람들. 그 해결방안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7년 전인가, 무상급식할 때 MBC PD수첩에서 촬영을 왔었어요. 무상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고요. 보편적 복지는 해야하며 확대해야 된다고 했지요. 그 보편적 복지 가운데서도 선별적 복지가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사각지대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아시아스쿨에는 두 명의 청년이 일을 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청년수당은 탈피해도 될 서비스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 그들이 우리 사회에 좋은 기둥이 된다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에 게을리하지않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란 그 안에서 다 해결되는 사회잖아요. 먹거리, 교육, 생활권, 이런 것들이 다 해결되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더 고민할 것 같아요.” 청년들이 떠나지않는 지역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더디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그동안 너무 버려둔 것, 무관심한 것들이 많아서다. 배움이란, 학교 뿐 아니라 골목에서, 작은 공간에서, 공동체 안에서도 있다. 손 안의 핸드폰에서도 모든 배움이 이루어진다.
아동이나 청년들에게 투자를 하여 지역에만 머물게 하라는 주장은 아니다. 지역에서 키워내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지역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들은 내가 성장한 지역에서 태어난 연어라고 생각해요. 윗 세대만 보더라도 청년 때는 고향에 머물러 있지 않잖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향이나 성장 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거든요.” 자기가 성장했던 곳을 돌아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그렇게 지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만들고자 하는 것이 지금 어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좋은 조건의 환경에서 공부하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마을에서 공동체 역할을 잘 하는 마을사례도 있다. 그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정왕본동도 분명히 많은 변화를 가져올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정왕동에는 청소년공간이 없다. 정왕3동의 청소년문화의 집이 유일하고, 학교, 또는 작은 단위의 학원들과 문화센터만이 있다. 특히 정왕본동은 청소년 인구가 의외로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없다. 그런데 20년만에 천사몬테소리어린이집 원장부부가 지역민과 청소년들을 위해 사용하라며 10년간 무상임대해주었다. 건물주의 뜻에 따라 지역과 주민,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안전하고 쾌적한 지역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냈다.
20년간 부르짖어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아시아스쿨’이다. 공간 사용에 대한 기대와 공간을 채워나갈 역할을 충분히 해낼거라고 자신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정책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서 만들어내는 것만도 큰 꼭짓점을 찍는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에서의 어른의 역할이다. 이웃이, 이웃에 사는 아이를 걱정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정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안전망은 구축될 것이다. 예전에는 대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동네 형이 동네 아우들을 몰고 다녀도 이웃간에 어떤 일이 생기든 서로 믿는 신뢰와 정이, 공동체가 있었는데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지않을까?
공동체의 활성화는 현정부에서 지역사회에 뿌리고 있고, 학교에서는 교육공동체 때문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사실은 현장에서 직접 부대끼고 있는 지역활동가들의 의견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책은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 물어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지않고 책상머리에서 만들어낸 정책에 예산을 투입하면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 청소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것이 1순위다. 그런데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에 그리 중요성을 갖고 있지 않다.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라고 한다. 공간이 없는데 프로그램 운영을 어디서 하라는 말인가. 그런 것이 바로 엇박자라는 거다.
아이들은 후미진 공간이라 해도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을 원한다. 학교는 가고싶지않아도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내가 꼭 가고싶은 곳을 선택할 것이냐, 가고싶지 않지만 갈 수밖에 없는 공간을 선택할 것이냐는 아이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실패하지않는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한다. 이론과 현실의 엇박자는 예산낭비와 정책실패라는 쓴 맛을 보게 할 뿐이다.
효율적인 정책의 성과를 위한 토론의 장을 아동·청소년들과 같이 하면 어떨까?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얼마든지 필요한 정책들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민주 사회고, 가장 건강한 지역사회의 모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몇몇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에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관점이다.
예산이 주어졌을 때 가장 효율적인 것은 장기 프로젝트에서 자율성을 주어 필요한 정책을 수행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적은 금액을 주면서 무조건 그 이상의 성과물을 내라고 하는건 숨막히는 일이다. 아동·청소년 관련 사업은 그들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그들의 활동을 정착화시키는데 마중물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거다. 일을 하게끔 만들어내는 자율성 보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창의는 곧 신선한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있다.
정부의 보조금이든 지자체의 보조금이든 투명성은 당연히 갖추어야하는 전제를 깔고 있어야한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각 가정의 환경마다 적용되는 살림살이가 다르듯, 지역의 교육생태계도 다르고, 시·군 마다의 집행부분이 다르기에 융통성이나 자율성이 부여되지않으면 보조금 사업은 꺼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민간 자금을 선호하는 것이다.
정왕본동이 정책적으로 많이 보완이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부모의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가 거리에서 잠을 잘 수 밖에 없음에도 학교라는 거대한 조직은 한 아이에게만 포커스를 맞춰줄 수 없다. 학교는 의무교육 차원에서 교육부에서 정한 범위에서만 책임을 진다. 그렇다면 한뎃잠을 자는 아이의 상황을 누가 보듬어 주어야하는가에 있어서 그 역할은 역시 지역사회밖에 답이 없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그 아이는 지금 대학생이 되었다.
또 치매걸린 할머니를 버리지않고 모시고 사는 청소년이 있다. 치매 걸린 할머니로 인해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이의 사정은 아랑곳않고 그저 문제아로 취급하고 소외계층 아이로 구분한다. 부모의 케어를 받지못한 상황에서 치매할머니를 돌보며 사는 아이가 문제아일까? 그것은 어떠한 기준으로도 평가할 수 없는거다. 그런데 사회는 그런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 아이는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 대학에서 특수교육학과를 전공 중에 있다. 가혹한 사회의 시선에 상처받았을 그 아이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본적이 있는지 사회에 묻고 싶다.
보편적복지를 외치면서 특정한 아이들만 선별하여 모델링을 하라고 하면 아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아프면 아프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다. 그런데 건강하지않은 아이들은 그런 표현조차 하지않는다. 표현하게끔 해줘야한다.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데는 상당한 예산이 든다. 예방차원에서 지역의 곳곳에 작은 돌봄, 작은 공동체를 통해 돌봐주기를 요구하면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일 수 있으니 막대한 예산 투입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지역의 사례들을 관리하고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그들. 부족한 인력에 힘에 부쳐도 기운을 내는 이유는, 이름을 불러주었 때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아서다.
언젠가 청소년 문제를 연구하는 교수님의 강의에서 어느 부모가 질문을 했다. 자기 아이가 꿈이 매번 바뀌어서 고민된다는 내용이었다. 교수님은 그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꿈이 바뀐다 라는건 늘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낙인감에 놓여있는 아이들에게는 꿈이 없다. “꿈이 수급권자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수급권자여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오직 할 수 있는건 수급권자인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그래서 청소년과 아동을 분리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또래끼리의 교감에서 얻어질 수 있는 꿈을 꾸고 멘토선생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지역과 연계하여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면 된다.
그래서 ‘아시아스쿨’이란 공간은 제 역할을 잘 해내야하고 또 잘 해낼 것이다. 멘토가 되는 선생님들의 격려와 칭찬 한마디에 아이들의 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꿈을 꿀 수 있는 정도의 사고만 갖게 해주어도 충분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난한 아이들만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올 수 있게끔 해야하며, ‘너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올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해줘야하는 거다. 일반 아이들이 가는 청소년 문화의집, 없는 아이들만 가는 지역아동센터, 거기에 다니는 아이들의 낙인감은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어려우니까 거기 가면 보호받을 수 있어’가 아니라 ‘청소년이니까 누구나 갈 수 있어’가 되야 한다. 누구에게나 개방 된 곳, 지역아동센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보다 ‘청소년학교’라고 말하고 싶다. 또는 ‘청소년센터’라고 말하고 싶다. 청소년 문화의집 같은 기능을 말함이다.
빨리 교복을 벗어버리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성향이나 꿈을 파악하지않고 강압적인 학업과 정해진 규칙만 지키라고 한다고 받아들여질까?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요구하는 것보다 기초학습에만 머물러있어도 좋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인정에서 다음 단계의 성장을 요구했으면 한다. 또래 집단 속에서 또 멘토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아이들이 가출을 하지않는 것 만도 크나큰 성장이다.
오랜 세월, 지역에서 숱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지역의 청년들과 지역을 잘 아는 마을활동가들이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여 지역에 남기는 것이다. 학대등의 아동보호 신고 건이 52%가 넘는 정왕본동에서 그들의 역할은 매우 절실하다. 자원봉사만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을 위해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지역에 남는 사람이 없다라는 것은 사회관계망이나 성장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운영의 성과만이 아닌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과의 연대로 나갈 수 있는 지역사회의 촘촘한 관계망 연결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자원은 풍부해질 것이고 지역은 변화할 것이다.
“사실 3개월, 6개월 살다 가는 동네에서 무슨 애향심을 갖고 무슨 지역의 문제들을 고민하겠어요. 그래도 해보는 거죠. 단 한사람이라도 와준다면 더없이 감사한거예요. ‘해봤자 안돼!’라고 규정짓지말고 행정의 적절한 투입과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투입으로 ‘진짜’ 성장을 도와준다면 적어도 현재 지역을 위해 나온 활동가들만이라도 지역에 머물러 마을을 지킬 수 있을 겁니다.”
때론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하기도 한다. 지칠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심심찮게 방해놓는 세력들이 생길 때면 자괴감이 들면서도 그래도 그를, 아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에 또 활동가들이 있기에 억지로라도 힘을 짜낸다. “내가 이런다고 남는게 뭘까.. 상처뿐인데.” 언제나 씩씩하게만 보이던 정경대표의 쓸쓸함이 피딱지가 된 끝에 선혈이 살짝 비치는 듯해보인다. 사업의 숫자를 보지말고 사업의 내용과 그 안에 담겨있는 고뇌를 보아주기를 바란다. 열악한 환경과 치열하게 싸우며 돌봄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보아주었으면 한다. 민간의 한계, 행정의 한계, 교육기관의 한계의 중간 지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숙제의 해답이 있을 것이다. 외부자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책제안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올려 표를 많이 받는다해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숫자와 그 뒤의 힘은 이겨낼 수가 없다.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적어도 지역을 위해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에 동의한다면, 하려고 하는 원동력이 많은 곳에서 올라간 정책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활동가들의 역량은 우수한데 외부조건으로 인해 평가받지 못하고 정책에서 밀렸을 때 눈물도 흘리지만 그래도 수고하고 노력한 이상의 결과는 스스로의 가치로 남으니 그 힘으로 버텨낸다.
교사나 공무원들은 언젠가는 떠난다.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은 지역사람이다. 그것만 알면 희망은 있다. 어느 집단이든 분쟁과 다툼은 있게 마련이니 그 분쟁마저도 보듬어 안고, 갈등이 있으면 조정하고 포기할 건 해야 한다. 과정이 있어야 멀리 갈 수 있다. 이는 20여년간 지역에서 일하면서 얻어낸 어느 정도의 수용과 또 포기다. 그리고 질긴 잡초같은 오기다. 정경대표는 그렇게 20여년간 단련되어왔다.
“애들은요, 싸우고 그 다음날 킥킥대고 웃어요. 싸우고 5분만에도 웃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그렇게 못해요. 제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는건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다음 걸 재지 않거든요.” 아이들에 대한건 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색내기 위한 조금씩의 지원말고 통크게 청소년을 위한 공간, 정책 반영, 그래서 더욱 풍요로운 복지를 위해 애써 준다면 당장 시흥을 떠나도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정치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끔 돌아봐주세요. 그리고 물어봐주세요. 너희들이 살고 있는 이 곳에 무엇이 필요하니? 어떤 것이 필요하니? 라고요. 노인복지는 잘 되어있잖아요, 시흥의 미래, 나라의 미래라면서요. 청소년과 아동의 복지에 신경 써 주세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데 고민하지말고 당연히 해주어야 한다라고 생각해주세요.” 아이들이 그 공간 안에서 꿈을 꿀 수 있게 지역에서 돌봐주는 역할에 인색하지 말아달라고 정경대표는 호소한다.
누군가 묻는다. 넌 대체 복지를 왜 하냐고. 그러면 답한다. 애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정왕마을이야기 > 정왕본동-YOU'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지역아동센터를 지키는 푸른독수리 5형제-김선숙 정하영 이성희 허창수 배한국 (0) | 2019.01.28 |
---|---|
청년이 마을에 머물다-이현주, 윤혜숙 (0) | 2019.01.27 |
오이도토박이에게 듣는 마을 에피소드 (0) | 2019.01.25 |
선장 박영흥. 평생 지켜온 바다에서 떠올린 그리움 (0) | 2019.01.25 |
품 안의 자식처럼... 박효경원장의 아이들 (0) | 2019.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