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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교장출신 노래강사-조성초


제가 음주가무에 능해요, 겉으로 봐도 그렇지 않아요?” 교장출신이라는 타이틀보다 노래강사가 더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은 흡사 가수 윤시내같아서 걸걸한 목소리에서 평범하지않은 패션에서 느껴지기 때문인가. 참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다.

 

40년 전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대표로 노래를 부른 것이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스스로 노래를 잘하는구나 하는 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전공이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겉멋이 들어 통기타를 튕기며 젊은이로서 즐길건 다 즐겼다. 그래도 제일 잘하는 건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가르치는 것에 더 큰 재능이 있었고, 그것은 지금도 자신있다.

 

그런데 교장 출신 노래강사라... 특이한 행보이긴 하다. 노래강사로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니 조성초노래강사라고 칭해야겠다. 조성초강사는 교장으로 퇴직하기 2,3년 전부터 학교를 떠나면 무엇을 할까? 준비를 했다고 한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어강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것이 노래강사다.

 

노래강사는 교장 퇴임 2월이 지난 작년 4월부터 시작했다. 방학하기 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동네 어르신들과 노래로 일상을 함께 했다.

 

노래강사는 제대로 찾은 인생 후반기의 또 다른 삶이다. 처음 능곡동에 있는 시흥시 대한노인회 시흥시지구로 소개 받아 갔을 때 노인회장님이 훑어보더니 교장 출신이 하겠냐 첫마디를 던졌다. “그럼요. 교장 출신이니 하죠.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못하죠.”하고 받아쳤다. 그렇게 시작 된 노래교실은 배곧신도시 노인정과 정왕본동, 정왕2, 정왕3동등 해서 총 11군데가 되었다.

 

제가 평일은 머리에서 불이 나요. 너무 열정적으로 노래해서...” 안봐도 본 듯 그림이 그려진다. 노래교실이 끝나면 어르신들과 점심 먹고 오후에 또 다른 노래교실로 가는 일정에 이러다 죽는거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단 하나 노래가 좋아서 견딘단다.

 

, 비가 오는 날이면 노인들이 마중 나와있어요, 안올까봐. 사고 나서 죽지 않는 이상 와요..라고 했죠.” 거침없고 소탈한 말솜씨에 연신 웃어대며 인터뷰는 끝을 보이지 않는다.

 

노래강사와 학교 중 어디가 더 좋으냐고 물었다. 웬지 학교와는 안맞는 분위기여서 던진 질문이었다. 대답은 고민도 없이 바로 나왔다. “교사, 교장할 때가 좋죠.” 지금도 후배 교사들 만나서 떠드는게 친구보다 더 재미있다고 한다. 공통분모가 있어서란다. 노래강사는 또 다른 재미인 것이다. “나이는 못속여요. 이제 기계들고 올라가는게 버거워~”

 

나이에 제한받는 직업군에서 그래도 노래교실 만큼은 나이 제한이 없으니 70살까지는 거뜬하지않을까 싶다. 전원생활을 하며 드럼도 치고 색소폰도 부르고 싶은 꿈. 매일 새벽 헬스로 시작하는 하루 일과는 드럼과 개인 노래 레슨과 노래교실로 꽉 차 있다. 


노래강사가 노래의 열정을 함께 갖고 간다면, 서해고등학교에서의 6년은 교육의 열정으로 가득 채웠다. 교사생활하면서 승진에도 관심없었고 오직 학생과 학부모들과의 소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학생을 사랑하면 낳아준 학부모를 멀리하면 안되지!’라는 신념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학교 행사때면 다같이 어울려서 치러내고 서해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등산도 하는등 외부활동을 많이 했다. 아버지의 날을 만들어서는 감동으로 아이들을 펑펑 울게도 했다.


저는 교장일 때 무수리였어요. 자리에만 앉아있지 않고 바닥에 붙어있는 껌딱지도 직접 떼고 다니니 교사들이 얼마나 피곤했겠어요. 나중에는 순응하며 맞춰주더라고요. 지쳐서 포기한 선생님도 있지만.”하고 껄껄대며 웃는다. 행사가 많으면 교사들은 버거워한다. 그래도 서해고에는 능력있는 교사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교장직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해고 자체가 그렇게 낙후된 곳도 아니고 타 학교에 비해 남교사가 많아 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서해고 아이들은 착실하고 성실하다. 교사들도 착실하고 성실하게 가르친다. 가르치는만큼 효과를 보고 금상첨화로 점수도 따니 서해고로 몰리는 것이다. 자랑스런 학교다. 그 자랑스런 학교에서 교장으로 퇴직하게 된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 완전하지않은 인간이기에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내포형성이 되어 실수해도 오해가 생기지 않는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서해고에 있을 때 아이들의 인성과 감성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유치한 적이 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유일하게 만들어 낸 동아리이고 고생도 많이 했다. 축구부도 지원을 많이 해주었다. 숙소는 거의 호텔급으로 만들어 놓았다. 구미에서 축구시합을 하면 일주일에 세 번이나 내려갈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교장이 가 준다는 것은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4위의 성적을 올렸다. 또 교사들이 함현에 작은숲속도서관을 만들어 담당교사와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책 읽어주기 행사를 했다. 정왕4동의 소외계층 아이들을 데려다 요리도 하며 실천하는 것은 큰 의미로 각자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가꾼 것들이 이어지지 않을 때는 속이 상한다.


4년간 유지하던 국악관현악단은 양질의 교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대상이라는 성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직하고 나니 없애야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좋은 것은 유지하고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하는데 교장의 의지와 담당교사의 의지에 따라 사라지고 묻혀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문화는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문화를 제일 등한시한다. 지속되지않을 거면 뭐하러 힘들게 예산을 집행하고 일을 만들겠나 하는 상실감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퇴직한 지금도 속상한 마음으로 남아있다.

 

교장으로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직접 몸으로 부대끼고 학생과 학부모와 나란히 마주치는 시선으로 함께 한건 어느 정도 좋은 에너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학생 개개인의 공부로 차별대우는 하지 않았기에 서해고 출신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서 지역의 일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 나온 노총각선생님을 따라 농촌봉사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교사해라라고 한 한마디에 교사가 되었다는 조성초 전 교장은, 선택에 후회하지 않지만 딱 한번 미안함이 있었다고 전한다.

 

경기도 학력고사 시험 1등을 이루기 위해 완전학습을 시켜 좋은 성적을 얻어낸 적이 있었다. 시골학교에서 높은 점수가 갑자기 나오니 실사를 나왔다. 그 중에 공부를 잘해서 대학 간 친구들도 있고 유학 간 친구들도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고마워 했겠지만 공부가 지겨운 친구들도 있었을 것이다. 체벌이 허용되던 시절이었고, 만삭인 임산부여서 짜증이 났던 것도 있었겠지만, 체벌하며 가르친게 사랑이었는지 욕심이었는지... 반은 열정, 반은 욕심, 가르친 것에는 후회하지 않지만 공부가 싫었던 친구들은 미워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인간 조성초는 단점도 많고 보통 사람이지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했고 거쳐온 학교는 조성초 하면 유명했던 만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잘되면 선생님 덕분이다 하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최고일 것같다.

 

정왕동이 긍정적인 이미지의 도시로 탈바꿈 하려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음이 보이니, 문화에 목말라있는 시민들을 위한 뭔가가 이루어지면 더없이 좋겠다. 정왕본동은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본다면 시흥시는, 정왕본동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더 발전하고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다시와서 이 곳에 뿌리를 내릴거라 믿는다.

 

자기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이 뿌리를 내릴 때 지역이 더 발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많은 이들의 불만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가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제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저를 보고 후배들이 롤모델을 삼을 수도 있지않을까 싶어서입니다. 교장이 뭐 대수겠어요? 어디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면 되지. 퇴직하고 연금 까먹으면서 집에 있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밖으로 다니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조성초강사는 교장출신이라는 떼지 못하는 꼬리표를 달고 무거운 음향기기 낑낑 들며 노인정 계단을 올라간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이 되면 주말부부인 남편과 만나 필수적으로 꼭 먹어야하는 능곡동 서운칼국수와 골프, 여행 그리고 노래방 가서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며 일주일의 열정을 잠시 식힌다. 아니 더 불태우는 것이련가!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