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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을 기록하다/마을을 기록하다

[정왕본동투어]길따라 가다 만난 풍경 2탄


햇살을 타고 화초들이 빛을 낸다.

경기꿈의학교 거점센터 아시아스쿨에서 발을 떼고 정왕본동 투어 두번째 길을 나섰다.



오늘도 중국 간판 많은 골목길을 가로질러 걸었다.



꽃길 걷는 골통 쪽갈비

언젠가부터 재미난 간판을 보면 과연 맛은 어떨까...?

라는 궁금함보다 저런 제목을 지은 사장님이 보고 싶어지게 되었다.



차 한대 사람 하나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은 위태롭게 주.정차 되어있는 차량들로 늘 위험 속에서 일상이 되어버린듯 무심했다.



어지러운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보기 흉한 구조물들로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그냥 무심코 지나는 거리와 시간들. 결코 희망적이지않은 본동 골목에 애써 희망을 찾으려함은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일까...



이옥금, 서순덕마을기록가와의 두번째 동행.

정왕본동, 꽤 넓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정왕본동이고 정왕1동인지 지도를 보지않고는 모르는 경계의 혼란 속에서 자칫 실수라도 하게 될까봐 확인을 거듭한다.



여전히 눈에 익숙하지않은 중국어 간판, 촘촘히 들어선 형형색색의 간판들, 그리고 애인다방, 아직도 7,80년대를 방불케하는 모양새의 다방이 이곳에는 많다.



부지런한 청년 상인이 몸을 분주히 움직인다.



싸고 싱싱해보이는 홍가네 과일앞에서 잠시 가지런히 진열된 과일들을 보며 눈으로 먹어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바둑모양의  건물과 길일 것이나 초행길은 빙빙 돌아야 하는 헷갈림이 생긴다. 여기가 거기같고 저기가 여기 같고... 몇바퀴를 돌아야 눈 감고도 마을을 그릴 수 있을까?



편견이란 참 무섭다. 즉석두부가 분명 우리에게 익숙하고 늘 먹고 있는 그 두부일텐데 혹시 취두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조금씩 다가가 그들과 그들의 음식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다. 아차피 할 공간에서 살아가는 위리네 인생 속 '사람'이니까.



시화공업고등학교는 곧 경기스마트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뀐다고 한다. 낙후된 이미지의 탈피도 있지만 현 트랜드에 맞는 맞춤형 학과를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진로가 동반되는 양질의 교육을 위함이다. 새로운 교장과 학생바보인 교사들의 노력이 지금의 군자디지털과학고처럼 그렇게 달라질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기대한다.



한 낮 익숙한 유모차 부대(?) 아기 엄마들이 느릿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가족을 이루고 사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어쨌든 이들이 이 곳에서 정을 붙이고 잘 살아내기를 바란다.



좌측을 보아도 우측을 보아도, 길지않은 건널목을 건너보아도, 비슷한 또래의 집들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옛날, 척박했던 염전 땅이 메꿔지면서 시장이 생기고,  집이 있으니 슈퍼가 생기고, 세탁소가  생기고 그래서 하나씩 둘씩 늘어나기 시작한 필요 점포들은 한 마을을 형성해나갔다.



높이 지을 수 없는 건물에 외국인들, 1인가구, 저소득층등등이 찾아오면서 건물 내부는 쪼개지고 또 쪼개져 바글거리는 원룸단지로 변해버렸다. 과림동처럼 어디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의 어지러운 동네... 어찌할까? 도시재생은 이런데부터 시작되어야할 것인데 도시재생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드니 그 불편함은 또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가야하나...



비어가는 원룸단지, 그래도 또 짓겠다는 행복주택을 저층건물 일색인 마을에 고층건물로 짓는단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개발되는 도시재생은 정치적으로 또는 성과위주로 흘러가며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체성을 잃은 마을의 기록은, 어떻게 해야할까?



늘 다니던 길만 지나다니다 길 하나를 건너니 다른 길이 나온다. 처음 보는 곳이다.



이 곳을 사이에 두고 정왕시장과 큰솔공원이 있다. 마치 숨겨진 마을처럼 느껴졌고 한낮 더운 시간이라 조용하다. 마을안의 또 하나의 작은 마을인듯...



불과 얼마되지않은 역사를 가진 정왕본동이라지만 세월의 흔적은 곳곳에 나 있고 그 세월동안 자란 나무들도 무성해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표식인 작은 텃밭에서, 꽃밭에서, 화분등에서 사람의 향기가 전해져온다.



나무그늘아래 부채질하며 홀로 앉아있었을 누군가의 의자가 또 누군가를 기다리며 한 낮 더위를 견뎌내고 있다.



잠깐 사색에 잠겨볼까?  



꽤 넓직한 듯 보이는 이 곳은 큰솔마을이다.




빛바랜 간판이 외로움으로 비쳐진다.



드리워진 나무그늘막에 앉아 쉬고 있는 노인들이 입을 다문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노인은 시간을 낚고 있는것일까?







아.....



공원입구의 모습이다. 주말동안 쌓인 쓰레기는 넘칠대로 넘쳐나 속수무책 악취만 풍기고 있다. 월요일이 되면 주민센터부터 쓰레기수거 작업이 들어가 오후에나 이곳에 당도한다니 오전 동안 꽤나 눈쌀 찌푸려지는 모습이겠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 쓰레기를 버린 이들은 이 근처 주민들일텐데..



주민들은 민원을 넣을 자격도 없고, 수거해가지 않는다고 소리 칠 것도 없다. 애초에 약속대로 쓰레기배출, 재활용 분리등을 지켰으면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으리라. 결국 이의 책임은 버리는 자에게 있음이다.



마을 속의 작은 마을인 큰솔마을은 꽤나 단정했다.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골목길을 재정비하여 깔끔하게 정돈하고 꽃을 심어 활기가 도는 골목을 만들어 낸 이가 골목 끝에 있었다. 이곳 통장 일을 맡고 있는 마트 사장님이다.



서순덕마을기록가는 무엇을 찍고 있는 것일까?



꽃이다.



예쁜 꽃들이 마치 미니식물원처럼

마트앞을 장식하고 있었다.




손길 닿은 티가 나는 화초들은 분명 전문가의 솜씨였다.




말 걸어볼까?



이 분이다. 미니식물원의 주인공!


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아이스크림 하나씩 손에 쥐어준다. 그리고 그가 가꾸는 꽃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으로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지나면서 예쁘다고 사진 찍을때가 기분 좋다는 그. 그리고 통장일을 하면서 정왕본동이 갖는 안타까움들을 이야기한다.



통장을 맡으면서 마을길을 열어주고 주민으로서 사람과 골목을 지켜내는데, 정왕시장과 정왕역이 가까운 곳으로 마을 주민들을 모두 빼앗겨 원룸의 공실 현상은 매우 심각할 지경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또 원룸을  짓겠다는 도시재생사업! 그마저도 공실이 생기면 그 손해와 이 곳의 슬럼화는 어찌할 것인가!



짓고 짓고 또 지어 확장하고 뜯어 고쳐 만들어진 원룸들은 골목을 형성해내며 마을에서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



세월을 오랫동안 보낸 건물과 새로 지어진 건물들의 조화 속에서 바글거리며 혹은 텅 빈 상태로 그렇게 본동은 슬럼화의 길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잠시 다리를 쉬어 편의점에서 아이스음료를 들이킨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과 아이스음료가 금방 젖은 옷을 마르게 한다. 한기가 느껴진다. 발바닥이 욱신거려온다. 잠이 쏟아진다. 음료가 비어져갈때 즈음 마지막 한방울까지 츄르릅 빨아 들이키고 다시 일어선다. 일어선 발바닥이 허공에 떠 있는듯하다.



다시 길을 되짚어 또 어딘지 모를 골목으로 들어갔다. 누구의 눈에는 쓰레기로 보일 폐타이어가 내게는 마치 설치미술처럼 보이니 마을기록가의 눈은 좀 다른건가...?

 


다양한 군상들의 잡합체에서 다양한 삶이 보여지는 건물 안의 네모진 삶. 기워진 지붕만큼이나 그들의 인생도 기워지고 때워지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겠지.



건물과 건물이 만나는 곳에는 골목이 생기고 공원이 생긴다.



답답한 공간에서 잠시 숨을 쉬는 휴식처는 일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누군가 매달아놓은 자전거도 골목의 풍경이고, 같은 모습의 자전거지만 분명 각자의 사연이 두개의 바퀴 속에서 굴러가고 있는 것도 인생의 풍경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위해 데크길이 만들어지고 화단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환경을 개선하려는 이들이 있으니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마을활동가라 부른다.




이렇게 두번째 정왕본동의 골목을 다녔다. 아직 본동은 갈 곳이 더 있다. 역사 속으로 흘러들어간 봉우재라는 마을. 흔적은 없지만 역사는 깃들어있는 곳. 봉우재는 역사기록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로 본동투어 3탄을 만들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