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 권리가 있다!
9월 5일 오전 10시, 시흥시청 정문 앞에 500여명의 집회 인구가 모였다. 정왕권 주민들의 분노는 태풍도 몰아냈다. 집회가 진행 된 두어시간동안 내리쬔 햇빛, 집회를 멈추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집회현장에는 3세대가 모였다. 3세대의 분노가 시청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들은 왜 불편한 몸으로, 직장에 월차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고, 갓난아기를 안고, 이곳으로 와야 했을까...?
문제의 자원순환특화단지!
죽률동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폐기물단지가 조성된다는 것에 ‘전면 백지화’를 외치는 주민들의 이유있는 분노! 하루가 다르게 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흥시에서 수년간 집행하지 않았던 사업을 이제와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원순환단지를 조성하고자 했던 당시는 인구도, 주거지도 없었다. 시대가 변했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음에도 강행하려 했던 의도. 주민들이 목청을 높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추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살리는 미래도시’와 ‘죽이는 도시’가 정해져있는 것이라면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이 모르는 과정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집회를 통해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그들의 답답함은 비대위 대표 5인으로 하여금 시장실로 찾아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집무실에 있던 시장과 대면했다.
임병택시장은 집무실에서 집회자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예정에 없던 비대위 대표자들의 방문에서 보여준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시장은 생각했다고 한다. “과연 저자리에 가는게 맞을까?”
임시장은 비대위대표자들에게 강조하고 또 다짐을 하였다. 첫째! ‘시와 의회를 믿어줄 것!’ 둘째! ‘먼저 발표했던 입장문에서 밝혔듯이 주민이 동의하지않는 강행은 없을 것이다’라는 것! 셋째! 주민들의 의견수렴은 물론 시와 의회, 그리고 사업체와 비대위와의 논의 과정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되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며 추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시장이 요구하는 주민협의체는 주민들이 거부하고 있고 또 사업체가 낀 논의도 거부한 상태에서 비대위와 의회대표자, 행정대표자간의 논의와 결정은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
이어 임시장은 그간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SPC설립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한 시흥시의회 의원들 또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내건 조건들이 있다고 한다. 사업체에 요구한 ‘절대조건’ 항목이 있기에 지금까지 이 사업이 이루어지지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과 상황이 달라졌고, 시가 내건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이 사업은 이어갈 수 없다고 사업체 측에 입장 전달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과정 중에 법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야해서 우선 사업체측과 협의가 안되고 있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부당함을 외치게 된 것이라며, 시흥시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최종결정권자의 고민
임시장은 행정 특성상 지켜야 할 절차와 과정을 시장으로서 최대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주민이 요구하는 바의 즉답을 피했다. 임시장은 의회와 심도깊은 회의를 통해 9월 이후 적절한 시점에 결단을 하겠다고 했다. 최종 결정은 어찌됐든 임시장에게 달려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답변을 당장 내줄 수 없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요, 주민 동의없는 강행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문에 나와있는 것처럼 변함이 없을겁니다.”라는 반복된 말을 일단 믿기로 했다.
주민들은 임시장의 과감한 결단력을 기대하고 있다. 약 15분여간 이어진 면담에서 “저를 믿으시고, 우선 돌아가세요.” “시장님만 믿겠습니다“ 라는 훈훈한 마무리로 악수를 하며 시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비대위측에서 한마디 더한다. “시장님의 과감한 결단으로 시흥시민을 살리고 아름다운 시흥을 만들어주세요!”
그런데 시관계자들은 불만이 많은가보다. 굳이 따로 불러 예정에 없던 방문을 한 것에 비대위에 불만을 표시했다. 시민은 시장에게 언제든지 민원을 위해 방문할 수 있다. 물론 바쁜 업무에 사전 약속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예의이긴 하겠으나 상황이 상황인만큼 이런 상황에서도 절차를 밟아 시장실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이 불만이면 “시장 나와라!”라는 주민들의 외침에 나와서 입장 표명을 하면 될 것을...
수십 개의 송전탑. 사라져버린 봉화산, 역사는 사라지고 역사의 현장은 그야말로 혐오시설 더미로 차곡차곡 채워지려는 움직임! 말이 좋아 자원순환특화단지지, 고물상에서 나는 각종 유해물질과 악취, 그리고 좁은 1차선 도로로 질주하는 거대한 트럭들은 위압감과 동시에 교통체증,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기에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길을 넓히고 공원을 만드는 것은 의미없다. 적어도 자원순환단지가 들어선다는 전제하에서는.
주민의 눈을 속이고 강행하려던 자원순환특화단지는 주민들을 단시간에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결속력을 보였고, 더욱 분노하는 것은 도시환경위원장을 필두로 사업이 추진되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도시환경위원장은 모 방송에 출연하여 정왕동의 악취와 공해, 미세먼지등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영세한 공단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통과를 시켰다고 한다. 그것도 단 5분만에 졸속으로...!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텐데...
공단의 중심에서 악취, 미세먼지, 공해로부터 시달려온 정왕동
맑은물센터에서 나오는 악취, 하늘 가득 메운 뿌연 미세먼지, 날이 흐린 날이면 더욱 심하게 공기를 타고 날아오는 악취는 시화공단, 반월공단, 남동공단 할 것 없이 다채로운(?) 악취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악취에 대한 민원 해소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설비를 하고 영세업체에 환경개선설비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애초부터 공단과 거주지가 붙어있게 도시를 건설한 자체부터가 넌센스이지 않았나 싶다. 20년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하나 시흥은 어쩌면 두 개의 얼굴로 현재를 살고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스마일로 바뀐 시흥시 로고, 전혀 스마일을 지을 수 없는 주민의 현 생활. 첨단을 달리는 스마트시티, 시흥의 송도 배곧, 그 중간에 낀 자원순환단지. 흡사 선진국과 후진국이 경계한 모양새다.
죽률동 주민 A씨는 집회를 나오게 된 이유를, ‘시행정에 대한 실망과 신뢰를 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건 전면 백지화입니다. 젊은 시장답게 과감하게 백지화 선언을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는 A씨. 그는 백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차, 3차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흥시민이 주인이라고 했잖아요. 그럼 주인들이 머슴들을 뽑아놓았을 때 주인들을 위해서 일을 하라는 것인데... 그저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살자는 소박한 꿈, 그걸 못들어준다는게 말이 되나요?”
거모동 주민 B씨는, 정왕권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도시환경위원장이란 사람이 앞장서서 5분만에 조례안을 졸속으로 통과를 시켰다며 이에 찬성한 의원들은 전원 사퇴해야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업이 먼저가 아니고 사람이 먼저다!
그렇다면 사람 살 곳을 만들어줘야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를 위해 신중하게 검토를 했어야했다.
장곡동주민 C씨는, “도시환경(위원회) 시의원들이 거의 찬성을 해서 통과시켰으니까 안할 이유가 없을겁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시의원을 뽑은 이유는 시에서 추진하는걸 주민들 편에 서서 감시·감독하여, 불이익이 가는게 있다면 과감하게 중단시켜야 하지않나요?”라며 시의원들의 자격없음을 한탄했다. 그렇다. 맞는말이다. 시의회는 시정부를 견제하는 기구다. 그런데 권력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음으로 인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건 아닐까하는 우려아닌 우려를 해본다.
주민 공청회없이 추진하려던 자원순환특화단지. 시에서는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니 주민 동의없이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표명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 말을 신뢰하지않았다. 시장의 ‘백지화선언'만이 이번 사태의 유일한 종결 방법이라고 외쳐댈 뿐이다. 맞는 말이다.
한편, 9월 9일 5시, 각 대표자들을 만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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