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유튜버 쑥선생님!
바뀐 로마자 표기로 초등학교 때 suk를 쓰니 ‘쑥’이라 불리웠다. 정감이 가고 좋은 닉이다. 아이들이 “쑥선생님~!” 하고 부르는 것이 좋다.
아직 풋풋해보이지만 생물학적 나이 삼십대 중반이다. 신선한 헤어스타일 때문이기도 하겠다. 가운데 가르마에 곱슬거리는 머리칼은 가느다랗게 나풀거린다. 분명 학교에서의 남자교사로서는 파격적인 헤어센스다. 그 파격만큼 매사가 즐거워보이는 선생님이다.
학교 복도를 걸으면서도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다닐 것 같다. 알고보니 나름 인기 유튜버란다. ‘아직 조회수가 많지 않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선생님!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있는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였단다. 사실은 “게임만 보고 있는게 보기 싫어서 수업 영상을 찍어올리면 좋지 않을까?”라는 이유가 더 컸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이란게 관심있는 영상만 노출시키는 구조라서 아무리 올려도 학생들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강압적인 ‘찾아봐!’ 였다. 강압적인 클릭은 노출로 이어졌다. 수업 영상 뿐 아니라 여행 영상도 올리는데 사실 여행 영상이 반응은 더 좋다. 수업 영상은 당초 하루에 하나씩을 목표로 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3편 정도 한다. 수학이 담당인데 필요한 개념을 조금씩 영상에 담아 컷 편집 위주로 하고 있다. ‘10분을 넘기지 말자’가 목표다. 10분의 집중은 아이들에게 결코 쉬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수업 준비를 꼼꼼히 하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여주려고 하는데 수업 영상보다 여행 영상이 더 조회수가 높으니 헛헛하기도 하다. 광고하는만큼 들어오는 인원. 스타유튜버가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한 것 같다. “내 진심도 몰라주고..” 호불호가 갈리는 영상 내용인만큼 공부에 도움이 됐다는 친구들도 있으니... 그러면 됐지 뭐!
모의고사 위주의 업로드가 주를 이루었는데 다소 소홀했더니 왜 안올려주냐는 반응이 바로 왔다. 유튜버로서의 뿌듯함이 오는 순간이다. 그래서 자칭 인기 유튜버다! 이쯤되고보니 유튜브TV가 궁금했다. 들어가 보았다. 쑥선생을 검색하니 뜬다. 구독자수 321명. 영상별로 조회수의 편차가 심하다. 역시 공부는... 굳이 지면을 빌어 깨알 홍보를 한다면.. 쑥선생의 유튜브TV! 구독버튼 꾹! 좋아요 눌러주기! 클릭은 참 쉬원 것임을!
그래도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은 보인다. 2대 8로 넘긴 가르마에 벼락치기를 강요하는 교주 스타일의 방송. 6개월 전에 올린 ‘쑥선생을 믿으면 수학시험 벼락치기를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는 영상을 샘플로 보았다. 시험에 대한 간절함과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시험에 효과가 있다는 제시. 그리고 강조한다. ‘믿으세요! 믿습니다!.’ 쑥교주의 희번덕거리는 눈은 뇌새김이라는 자기 주문을 또 강요하고 안하면 떨어진다는 협박도 한다. 비록 공부 영상의 조회수는 쑥스럽지만, 여행 관련 조회수는 어마어마하다.
마을 안으로 들어간 이창석선생님
학교와 마을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냈던 2019년. 마을교육공동체 업무를 맡아 눈코뜰새 없는 1년을 보냈다. 시흥시에서의 마을교육사업은 그냥 뻗어있는 확장이었다. 학교마다 ‘특색있는 고등학교를 만들자’해서 배당받은 예산으로 없는 특색을 만들어 키워 보았다. 무엇이 있을까? 정왕고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와 희망 찾기를 찾아냈다. 2025년이면 고교학점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니 그에 필요한 시설들과 예산으로 진행 중이다. 진행형 이전, 학교 선생님으로서의 마을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았다.
마을 일은 직전 장곡동에서 먼저 시작했다. 마을업무 담당자 워크샵에서 처음 정왕고 정종윤교장선생님을 만났다. 그때의 인연이 이렇게 됐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를 타고 장곡동에서 정왕동으로 가게 되었다. 운명이란 것은 이렇게도 이어지나보다 하며 신기해했다.
정감있는 마을...
시흥이란 도시는 섬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보면 좌우가 모두 바다처럼 펼쳐져있는 논밭이다. 그러다 마을이 갑자기 나타나고 또 다시 논밭이다. 섬 같고, 시골 같고. 그럴때면 도시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시골스런, 섬같은 동네에 정이 들어버렸다. 잠깐 머물다 가야지 하는 시흥이 해가 갈수록 정겨워서 더 머물게 되어버렸다. 섬 같은 시흥에서 더 섬 같은 장곡동으로 입성할 때는 ‘마을’이란 이름이 딱 맞을 정도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을 업무를 하는데 하나 되는 그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정왕동으로 왔을 때는 마을이야기가 없을 것 같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마을이야기가 좋아 시흥에 더 머물고자 했는데 없다면 재미 없을 것 같았다. “학교에 들어와서 교장선생님을 만났는데 ‘여기도 그런게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니 좋은 감정이 유지되었다. 마을활동에서의 장곡동과 정왕동의 차이는, 장곡동은 조금 더 학생들 중심이고, 정왕은 어른들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정왕의 친구들은 움직이는 것이 잘 안된다. 힘들어한다. 부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을업무를 맡으면서 마을사람들을 만나고 학생들이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감이 갔다. 그들에게서 마을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 마을활동가들의 마을에 대한 애착심도 가슴 진하게 와 닿았다. 그들이 학교에 왔을 때 열정적으로 협조해주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협조와 협업은 마을축제에서 더욱 빛이 난다. 그런데 하지 못했다. 정왕마을축제를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는데... 마을과 학교가 이렇게까지 잘 통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일도 흔치 않을것이다. 그러나 돼지열병으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되어버렸다.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었으니 강제로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모두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20년을 기대할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정이 있는 마을 사람
그렇게 우리는 마을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교육적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마을과 학교는 서로의 입장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 하지만 마을과 학교가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대한 비전이 맞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협력하고 따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마을은 함께 마을 안에 있는 이들 즉, 어른들도 학생을, 학생들도 어른을 보며 서로 배우는 것이다.”긍정적 시선과 대화로 걱정되는 면을 앞에 두지말고 발전할 수 있는 면을 먼저 내세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방향을 찾아나가면 바람직한 모습이겠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을에 대한 애정이나 사랑이 차고도 넘침을 볼 수 있다.
장곡동의 경우는 한 집 건너가면 인사를 하게 될 정도로 작은 섬이었다. 그리고 학생 중심의 마을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정왕의 첫인상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술집들, 학생들이 돌아다니기에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딱딱함. 이웃 간에 모른 척 지낼 것 같은 냉담함등등... 그러나 막상 정왕마을 안으로 두어발짝 들어가다보니 겉보기와 다른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구석구석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있고, 주민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 있고, 특히 여성회관과 복지관등 배움을 느끼는 장소가 가까이 있었다. 그때 느꼈다. ‘여기도 무언가 있구나, 따뜻한 마음들이..’
가까운 학교 근처와 집 근처에 학생들이 좀 더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왕3동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청소년문화의 집’ 같은 공간은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이 나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각 마을별로 있다면 아이들은 적어도 마음 붙일 곳은 있게 되는 셈이다. “뛰어놀 때는 놀고 학습할 때는 교육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마을의 모습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교육공간,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시아스쿨’이 현재로서는 정왕에서 유일하지만, 마을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 정왕동의 마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일이다.
마을에 눈을 뜨니 안타까움이 보이더라.
정왕의 교육과 마을에 대해 알게 되면서, 뭔가 발전될 수 도 있었는데, 배곧 때문에 소외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곤 한다. 신도시의 특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적어도 눈치보는 일만큼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마을에 대한 애착이다보니 나타난 현상일 텐데 그것을 풀어나가야 하는 몫은 역시 마을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교육적 한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개인적으로 마을이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마을전문가들이 교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하고 있으니 가능한 부분이다. 그들이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꿈을 키워주고 공교육에서 필요한 교과내용들은 학교에서 도와주고 하면 아이들이 더 알차고 다양한 꿈을 꾸며 자라지 않을까! 진정한 마을교육자치란, 마을과 학교의 협업하에 이루어진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혁신교육이라며.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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